졸업생을 보내며...
이곳 산중의 겨울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차가운 날씨 탓인지 밤하늘 별들이 더욱 맑고 밝게 보입니다. 올해로 42회 째 졸업생을 보내면서 새삼 밤하늘 별들을 유심히 보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죽림헌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보니 미안한 생각이 앞서서입니다.
몇 해 전에 졸업을 한 어느 스님이 말하기를 처음 입학시험을 보고 방부를 들일 때에는 어른 스님들의 세심한 면접시험과 상담도 있었지만 4년을 보내고 졸업을 하고 갈 때에는 그런 특별한 상담도 없어 떠나는 마음이 좀 허전하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처럼 학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듯, 별들을 보면서 광대무변한 우주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존재를 생각해 봅니다.
이렇듯 밝고 영롱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한층 투명해지고 순수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맨 처음 운문사에 방부드릴 때 그 마음.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세월이 지나 그 일에 익숙해지고 나이가 들면 타성에 젖어 마음은 굳어지고 무거워지기 마련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중심적인 틀 속에 갇혀 더 이상의 새로운 세계나 다른 사람의 입장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순수한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했던 初心의 시절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잎사귀들이 훌훌 나무를 떠나듯 내가 떠나왔던 출가의 날을 기억해야 합니다.
단 한 가지 이유로 머리 깍던 그 날의 그 마음을 간직해야 합니다.
初心은 비어 있어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으며, 내면으로 늘 깨어 있습니다. 화엄경에서 누누이 익혀 왔습니다. 初心이 곧 正覺을 이룬 때라고. 그리고 평소 내가 늘 강조해 오던 卽事而眞의 생활도 일상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크고 작은 일이 똑같습니다.
수행자는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지 늘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고, 그럴 때 우리가 익혀 온 온갖 습관들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보내야 할 것은 온전히 떠나보내는 것이 참 출가의 의미이며 해탈이고, 날마다 새로운 靑靑한 수행자의 행복입니다. 이렇게 거듭되는 아름다운 이별들을 통해 차가운 밤하늘의 별들처럼 항상 영롱하고 성성하게 깨어있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불기 2549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