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고귀한 삶에 이르는 길 - 무진스님

가람지기 | 2010.04.13 16:22 | 조회 3602

도량 내를 분주하게 다니며 정신없는 하루 일과를 보내는 치문 반 스님을 보고 있노라니 저의 치문 첫 수업 받던 날 강사 스님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강사 스님께서는 차분하면서도 위엄 있는 목소리로 수업시간에 다른 것 하지 말고 본 수업에 충실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음을 알아차리고 현실에 충실 하라는 말씀인 줄을 화엄반이 되어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무언가 한다고는 한 것 같은데 늘 부당함에 대한 불평과 제 자신에 대한 합리화 시키는 삶이 한숨짓게 합니다.

수행자답게 살고 싶어 한 저는 어디로 갔을까요? 초기 경전에 부처님께서는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수행자를 수행자 답게 만드는 세 가지가 있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보다 높은 계행에 대한 배움의 수용, 보다 높은 마음에 대한 배움의 수용, 보다 높은 지혜에 대한 배움의 수용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수행자를 수행자답게 만드는 세 가지가 있다. 그러므로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우리는 보다 높은 계행에 대한 배움에 치열한 의욕을 일으켜야 하고, 보다 톺은 마음에 대한 배움에 치열한 의욕을 일으켜야 하고, 보다 높은 지혜에 대한 배움에 치열한 의욕을 일으켜야 한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그대들은 배워야 한다. 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계, 정, 혜 삼학을 열심히 배우고 닦으라고 강조 하신 것이지요. 강원에서 대중생활을 하며 규율을 잘 지키는 것이 계이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늘 마음 챙기고 주변을 살피며 배려함이 정이며, 오늘 하루를 감사하고 참회하며 바른 행동으로 덕을 갖춤이 혜라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론적으로는 너무나 잘 이해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삶 속에서는 망각하고 지내니 언제나 옆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부처님과 불보살님께서 얼마나 이 중생이 가엾고 답답해하실 것을 생각하니, 송구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덟 가지 올바른 길 가운데서 바른 견해가 가장 귀합니다.

바른 사상은 청정한 생활에서 모든 것의 열쇠이며 제행무상의 깨달음으로 이르게 합니다. 正見을 알기 위해서는 잘못된 생각 즉, 사견(邪見) 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잘못된 생각이 잘못된 것인 줄 알아야 바른 생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올바름에 대해 열 가지 불 선업 및 열 가지 선업으로 가르치셨습니다. 먼저 불 선업에 대해 살펴보면, 신체에 대한 부정으로 세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첫째로 생명을 해침, 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함, 감각적 쾌락에서의 그릇된 행위를 말합니다. 다음은 말에 대한 부정으로 거짓말, 말을 이쪽 저쪽 전하는 이간질, 모진 말로 남을 상처 입히고 화를 돋우고 사실을 무시하고 교의나 계율에 무관심하며 공연한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생각에 대한 부정이란 남의 소유물을 탐내고 비뚤어진 악의로 가득 차 부정적 생각을 품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 구, 의, 에 해당하는 열 가지 불 선업에 반대되는 것이 열 가지 선업 즉, 올바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원생활을 하면서 정견의 중요성과 필요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발심 출가하게 된 것도 무상함을 알고, 무상을 안 것 또한 그 순간 정견이 바로 자리 잡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난히 인원수도 많은 저희 반과 함께하며 쓴맛 단맛 공유하고, 과연 내게도 화엄반이 올까? 기대하며 어리바리 지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화엄이 된 지금도 믿겨지지 않아 또 어리둥절 정신 못 차리고 있습니다. 일어나는 경계에 화가 나는 건 내 자신이 바로 서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은사 스님께서 정말 화가 나는 일은 부처님 法을 깨닫지 못하고 生을 마감하게 되는 일 말고는 화낼 일이 없다고 하시며, 화로 가득 찬 저를 부드러운 그러나 매섭게 채찍질 하셨습니다.

대중 스님 여러분, 싱그러운 봄 날 입니다. 참회 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챙기며 게으른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늘, 바르고 맑음을 여의지 않고 고귀한 수행자로 거듭나기를 발원 드립니다. 귀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