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신심으로 운문사 승가대 오기까지 - 명과스님

가람지기 | 2010.06.27 12:51 | 조회 4079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마음만 20대인 백씨 명과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행자교육을 받던 때 우바리 존자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신심으로 욕락을 버리고 일찍 발심한 젊은 출가자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걸어가야 할 길만을 고고하게 걸어서 가라.”

저는 사실 세속으로 따지면 많은 나이인지라 이번 생에는 스님이 된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은 발원을 해왔지요.
“부처님, 부처님, 부처님, 제가 지은 모든 죄업은 탐, 진, 치로 생겼으니 광겁, 다생겁동안 내려온 3업 즉, 몸과 입과 뜻이 한 일 모두 참회합니다.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부처님의 길을 가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이번 생에는 출가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열심히 기도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대중 스님들께서도 금강경과 법화격을 한번은 사경도 해보시고 읽고 기도해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 많은 경전들 중에서 유난히 금강경과 법화경을 사경도 하고 독송하고 기도도 하고 부처님의 그 말씀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특히 금강경의
“불음주색생심 불음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 -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청정한 마음을 낼지니 마땅히 형상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고 소리, 냄새, 맛, 닿음, 법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아야 할지니 마땅히 아무데에도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낼 것이니라.”

저는 이 게송을 보고 무엇을 하던 상을 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면서 쉬지 않고 매일 금강경을 독송하였지요. 입학 할 때에는 금강경 진언을 외워서 왔습니다.
“나모 바가발제 발라양 파라미다예 옴 이리저 이실리 수로타 비사야 비사야 사바하”
지금 금강경 독송은 하지 못하지만 진언은 어디서든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8정례 가운데 ‘명훈가피력’이란 말이 있지요. 누구나 한번은 부처님의 가피를 모두 느끼시고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최소한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지금 운문사 승가대학의 학인이 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훈가피력이란 ‘자신도 모르게 입은 부처님의 가피’를 말합니다. 제가 입은 부처님 명훈가피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한 달에 한번 3일 기도를 가는 사찰이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이라도 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3일 기도를 마치고 부처님께 부처님 제가 또 이 자리에 오게끔 해달라고 무심으로 발원하였습니다. 머릿속은 아무런 거침이 없이 마치 저 하늘의 태허공 같이 맑았습니다. 고개를 드는 순간 부처님의 광명이 저의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습니다. 아무 생각은 나지 않았지만 몸은 가벼웠습니다. 더욱 더 열심히 독송하고 사경도 하고 살았습니다. 독송하는 시간, 사경하는 시간, 기도하는 시간은 행복한 순간이였기에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내 일념으로 서원하노니 미래세 다하도록 사경한 법화경전들 파손되지 말기를... 설사 삼재로 대천세계 부서진다 하더라도 법화경 사경 허공마냥 파괴되지 말지어다. 만약 일체 중생이 법화경에 의지하면 부처님 뵈옵고 법문들으며 사리 받들고 보리심을 발하여 용맹 정진하고 보현의 행을 닦아 성불 곧 하리라.”

사경했던 노트를 한지에 싸고 비닐에 세 겹이나 싸서 사리탑에 봉안하고 나니 이제 나에게 행복한 일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0년 전에 하지 못했던 200km 도보정진을 해보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발원을 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였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즐거웠습니다. 모든 지인들이 다 만류하였습니다. 10년 전 도보를 하신 분들도 염려 반 격려 반으로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로지 불보살님만 생각하면서 4박 5일을 걷고 또 걸어서 200km를 마쳤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언젠가는 반야용선을 타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도 견뎌내면서 걸었습니다. 그때의 그 환희심!!!

이러한 인연 공덕으로 출가하여 운문사에 올 수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출가의 끈을 잡고 운문사 승가대학 치문반 백씨로써 신심 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중 스님 여러분!

우리가 늘상 들어 왔던 말이지만 큰 스님이 될 때에는 3가지가 갖추어져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첫째가 큰 믿음이요, 둘째가 큰 의혹 즉, 화두, 발원이고 셋째가 큰 용기라고 합니다. 지금 제가 부끄럽지만 조그마한 용기를 내여 제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발원도 간절하고 용기도 간절하면 거기에 큰 믿음의 확신으로 더욱 더 간절한 정성이 있다면 자기만의 큰 스님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남이 보는 큰 스님이 아니라 내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큰스님, 내 부처님께 최선을 다하는 큰 스님, 나만의 부처님에게 사랑과 믿음과 용기를 매일 부어 줄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이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처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저는 지금 운문사 승가대학의 큰 반야용선을 타고 즐겁고 행복하게 저 언덕으로 가고 있습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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