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한 생각이 인생 - 해평스님

가람지기 | 2010.06.27 12:54 | 조회 2733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해평입니다.

정신없이 치문반 첫 철을 보내고 무더운 여름철을 맞이했습니다. 습도 높은 날씨에 체력소모가 많고 짜증이 수시로 올라오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오늘 한 생각이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현재에 인연을 따라 지어가고 있는 모든 모습들이 우리가 뜻하는 바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모든 것들이 우리의 뜻대로 그 결과를 얻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허망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치 씨앗을 뿌려 놓고 가꾸면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지금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 자기가 뿌린 괴로움의 씨앗이 자라온 결과입니다. 조그만 씨앗 하나가 많은 열매를 맺고 또 많은 씨앗을 남기게 되는 것처럼 자꾸 반복하게 됩니다.

만약 남에게 안 좋은 꼴을 당하고 ‘두고 보자’하고 벼르는 마음을 챙긴다면 이미 내가 알지 못해도 언젠가 뿌렸을 남을 해치는 씨앗이 자라서 생긴 그 열매를 거두면서 바로 또 그 씨앗을 다시 심는 것과도 같습니다. 자신이 새기고 있는 마음 따라 신 구 의 삼업으로 악업의 인도 심고 가꿀 수 있으며 선업의 인도 심고 가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태어나서 미래의 어느 때인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살아가야 합니다. 그 안에는 무수한 현재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 현재의 삶 속에서 시 공간을 잘 맞추게 되면 지금 뜻을 세우고 노력하는 대로 항상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내가 바라는 인생을 끊임없이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시간 따라 생하는 것이 인과가 되고 공간 따라 나투는 것을 윤회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어떤 씨앗을 새롭게 심고 있으며 또 지금 이렇게 지어가고 있으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를 알게 되어 이것을 어떻게 새롭게 풀어가야 될 것인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 자신이 뭔가 잘못한 과보를 계속 받고 있는 것이므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모른다면 끝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안다 해도 풀기가 어려운데, 사는 목적지가 없는, 남이 가니까 나도 가는 인생길이 갑갑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틀 속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불도의 길입니다.

아무리 과거세에 지은 업이 많을지라도 미래의 세상은 열려져 있습니다. 이런 가르침은 누가 준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을 잃지 않고 정진해 나갈 때 올바른 생각 속에서 바른 인생의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 마음 속에 한 생각 따라 일으키는 이 마음속의 그림이 파장이 바로 나를 이끄는 에너지가 됩니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누구나가 다 아픔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부터 몸에서 신호를 보내왔는데도 무시하고 지내다가 결국 밤에 자다가 통증이 닥치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약을 먹었지만 쉬 가라앉질 않았습니다. 몸뚱아리를 부여잡고 고통과 씨름하고 있는 순간 그 동안 늘 챙기고 다니던 기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통증의 바다 속에서 생힘만 잔뜩 주고 허우적대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내가 또 이 육신의 아픔에, 허상에 속았구나. 이 몸뚱아리를 조복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헤매고 있으니 한심하구나. 이 육신을 갖고 있는 한 어떤 종류이든 아픔은 없을 수 없는데 말입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추스려 그 아픔을 직시하면서 노력해 들어가다 보니 온몸에 생힘이 높아지면서 고통이 조금씩 사그러들기 시작했습니다. 아픔에 집착하지 않고 한 생각을 편안히 가지니 아픔이 서서히 사라지듯이 나와 내 주위의 상황들 또한 내가 어떤 생각을 들고 사느냐에 따라 풀려 나가기도 매듭지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만약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려면 여러 채널 중에 보고 싶은 채널을 맞춰야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생각 또한 허공 법계에 가득 차 있는 여러 기운들 가운데 내가 원하는 파장과 사이클을 맞추면 그 기운과 내가 하나가 되어 원하는 바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 힘, 에너지, 기운이 욕심을 떠나서 양심을 따르는 양기가 된다면 과거에 지은 고통의 수렁은 벗어날 수 있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일으키는 바로 한 생각이 지금의 인생을 만든다면 한 생각이 인생인 셈입니다.

항상 공부, 기도하는 생각을 하는 인생은 바로 깨우침의 생각을 하고 깨우치는 일생이 되니 언젠가 지혜가 자라나면 부처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만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 존경하고 아끼며 장차 못해준 일을 보충해주듯이 서로가 더욱더 잘해주는 마음으로 이 습습한 여름철을 잘 마무리하면서 모든 분들이 원하는 바의 튼실한 열매들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