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보성스님

가람지기 | 2010.06.27 16:31 | 조회 3863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보성입니다.

오늘 대중스님들은 어떤 말을 하셨나요?
칭찬하는 말, 상냥한 말, 거짓말, 거친 말, 남을 괴롭히는 말,
또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웃자고 한 얘기인데 실수로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는 않으셨나요?

운문사에서의 많은 운력과 빡빡한 하루 일과, 많은 스님들과의 관계에서 저는 무엇보다도 매사에 밝고 즐겁게 그리고 신심 있게 살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싫은 마음내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었고, 이런 마음을 반 스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재미난 말들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반 스님들도 즐거워했습니다. 운력 많은 날, 푹푹 찌는 더운 날 등 몸과 마음이 지친 날이면 제 우스개 소리가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되어

활력을 주는 것만 같아서 강도를 높이곤 했습니다. 제가 한 마디 한마디 던질 때마다 유쾌한 웃음이 여기저기에서 들렸습니다.

‘나로 인해 다들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저를 향해 환하게 웃는 도반 스님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제 자신에게 흡족한 마음 뿐 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까요? 제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날카로운 것을 보면 그 날카로운 것에 혀가 베일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그 생각이 멈추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날이 갈수록 더욱 또렷해지기만 하는데, 이유를 알 수 가 없었습니다.

왜 이럴까? 그 의문이 풀린 것은 한철이 지나고 나서 우연히

나눈 도반스님과의 얘기 끝에서였습니다.

"스님, 스님 입을 거치면 무슨 말이든 재미있지만 내용이 부풀려 져서 스님 말 한마디에 스타가 됐다 바보가 됐다 하잖아, 죽였다 ~살렸다. 보성스님 말은 칼이야 칼" 순간 오랜 시간 저를 괴롭히던 그 때의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의문은 드디어 풀렸습니다. 바로 제 말. 그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도반 스님의 말이 처음엔, 너무 심하다 싶어 억울하고 서운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재미를 쫓는 마음이 지나쳐 과장되거나 치장되고 반 누군가의 단점을 코믹하게 화제 삼아 웃고 떠들고, 제가 실없는 말을 곧 잘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악의가 없었기 때문에 나의 말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겁니다. 정말 이렇게 재미를 일삼다가는 반 스님들의 뇌리 속에 기쁨조가 아닌 양치기 소년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찔해졌습니다.

그 날 이후 즐거움만 쫒으며 날뛰던 제 마음을 멈추고자,

또 저 때문에 가슴 아팠던 사람들에게 속죄하고자 참회하기

시작했습니다.

틈만 나면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를 읊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말하는 것을 즐기는 습이 깊은 탓에 입이 간질간질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오려는 순간, 말을 한 번 꿀떡 삼키고, 통제가 안 되어 실수의 말을 뱉게 되면 저의 입을 때리곤 했습니다. 유치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하다보니 저를 괴롭히던 생각은 차츰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괴로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말할 때 조심하고, 말하고 나서 실수는 없었는지 제 자신을 살피고 또 돌아봅니다.

천수경에는 시작부터 구업을 맑히는 진언이 나옵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그리고 십악참회에서, 입은 몸이나 뜻으로 짓는 것보다 많은

망어, 기어, 양설, 악구의 네 가지 죄업을 참회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입을 통해 나쁜 업을 많이 짓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결국 자신의 수행에도

장애가 됩니다.

오늘 저의 법문 주제가 말이라 구업만을 말씀드렸지만 수행이란 한마디로 신, 구, 의 삼업을 단속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악한 마음, 나쁜 한 생각,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털어버릴 줄 알고, 하고픈 말 한번 걸러서 말할 줄 알고, 행동을 반듯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부처님이 좋아서 부처님처럼 행복하고 지혜로운 수행자가 되고자 모인 대중스님 여러분!

성불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봅니다. 부처와 같은 마음으로 부처의 말을 하고 부처의 행을 하면 매순간 우리는 부처를 이룰 것 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 성불하십시요!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