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간경수행 - 도연스님

가람지기 | 2010.06.27 16:39 | 조회 3512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도연입니다.

죽비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학인스님들의 독송소리.

졸린 눈을 비벼가며 독송하는 새벽 입선시간. 치문반 시절에는 그야말로 참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견책 중에 가장 싫었던 것이 1시간 동안 모두가 입을 맞춰야 하는 독송견책이었는데, 무더운 더위, 칼날 같은 입승스님의 눈빛, 쏟아지는 졸음과 난자와의 전쟁.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있는 힘을 다해 독송을 마치면 이내 안도의 한숨과 쾌재를 부릅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상황입니다.

강원에서는 조사어록과 경전을 읽고 외우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참된 수행자가 되려는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힘들고 지쳐 온갖 번뇌망상의 그물 속에서도 경전의 말씀을 의지해서 수행의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여러 수행방법중 우리가 매일 접하는 경을 보는 간경수행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간경이란, 말 그대로 경전을 본다는 뜻입니다. 한자의 看은 손을 이마에 대고 자세히 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간경수행이란 문자로 기록된 경전을 자세히 보아서 그 속에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읽어내는 것입니다.

간경은 세 종류로 나누어서 합니다.

첫째, 소리 내어서 하는 소리 간경.

둘째, 눈으로 읽으면서 하는 눈 간경.

셋째, 마음으로 내용과 뜻(진리)을 사유하는 간경이 있습니다.

소리 내어서 하는 소리간경은 마음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힘이 있으며, 몸과 마음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눈으로 읽으면서 하는 눈 간경은 직관의 힘을 길러 줍니다. 마음으로 법을 사유하는 마음 간경은 모든 의혹을 제거하여 정견을 세우게 하는 마음의 힘을 길러줍니다.

첫 번째 소리 간경은 먼저 경전·논서·율서, 그리고 조사어록, 또는 게송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러면 본인의 귀에 소리가 들림을 알아차립니다. 읽고 들으면서 내용이 파악 됩니다. 내용이 파악되면 읽는 것은 자연 잊어버리면서 뜻이 드러나게 되고 뜻이 파악되면 내용은 자연 잊혀지면서 그 뜻에 들어가게 됩니다. 뜻에 들어가면 뜻은 번뇌 망상을 소멸시키므로 뜻마저 절로 잊어버리게 되어 주객이 없는 마음상태를 체험하게 됩니다. 만일 뜻에 들어가지 못하면 닭이 알을 품듯이 그 뜻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수행의 요령입니다.

두번째 눈 간경은 경전·논서·율서, 그리고 조사어록, 또는 게송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본인의 귀에 소리가 들림을 알아차립니다. 읽으면서 내용이 파악이 됩니다. 내용이 파악되면 읽는 것은 자연 잊어버리면서 뜻이 드러납니다. 뜻이 파악되면 소리를 점점 낮춥니다. 입술만 달싹거리면서 읽습니다. 혀의 뿌리가 움직이지 않게 읽습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습니다. 마음으로 읽으면 마음의 파장이 일어나는데 그 파장을 아주 작게 합니다. 파장이 거의 일어나지 않게 하면서 경전․논서․율서, 그리고 조사어록, 또는 게송의 뜻으로 들어갑니다. 뜻에 들어가면 뜻은 번뇌망상을 소멸시키므로 뜻마저 절로 잊어버리게 되어 본연의 마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뜻에 들어가지 못하면 경전, 논서, 율서, 그리고 조사어록, 또는 게송을 소리 내어 읽는 데서 다시 시작합니다.

세 번째, 마음으로 내용과 뜻(진리)을 사유하는 간경은 먼저 게송을 외웁니다. 능숙하게 외운 다음 조용히 정좌하여 앉습니다. 그리고 숨을 들이쉴 때나 내쉴 때에 이 게송을 외우는 것입니다. 마치 말을 타고 가듯이 게송이 호흡을 타고 흐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들숨과 날숨의 리듬을 타면서 능숙하게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삼매). 마음이 고요해진 다음에는 게송의 내용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에는 내용의 뜻을 알기 시작합니다. 내용의 뜻(지혜)을 알기 시작하면 게송의 그 뜻에 따라 마음은 움직이니 여러 갈래로 일어나는 잡념이 점차 정리되고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의식은 하나 되는 상태로 깨어납니다.

소리 내어서 하는 소리 간경, 눈으로 읽으면서 하는 눈 간경, 마음으로 내용과 뜻을 사유하는 간경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모든 일에 여유가 생기며 자신감이 커집니다. 또《공덕경》에는 간경 수행을 하면 잠을 쫓을 수 있고, 마장에 빠지지 않으며, 음성이 세상에 퍼지고, 지옥․아귀․축생의 고통을 쉬게 하며 또 밖의 소리가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며,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삼매를 얻을 수 있으며 중생을 제도하고 상호가 원만해지며 정신에 밝은 빛을 얻고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 했습니다.

대중스님!

마음으로 내용과 뜻을 사유하는 간경은 경전 위의 글자만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머지 백지까지도 사유하라 했습니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운력속에서 많이 지치고 힘든 계절이지만, 위의 3가지 방법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간경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동적인 영역이 많은 운문사 도량에서 소리를 크게 내어 읽기도 하고, 마음으로 사유하는 법을 연습해 본다면 여유와 정적인 평화로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옛 성현의 게송을 끝으로 저의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我有一經卷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
나에게 한 권의 경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님이라
펼쳐 열어보니 한 글자도 없건만은
항상 큰 광명을 놓음이로다

대중스님, 정진 여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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