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初 心 - 석원스님

가람지기 | 2010.07.28 14:39 | 조회 3299

여러분은 초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처음 마음가짐 즉, 무슨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갖는 마음, 각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운문사에 인연이 되어 시간이 흘러 입학을 하고 지금의 시간까지
운문사 학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철마다 새로운 소임을 맡게 되고 반복되는 듯하지만
조금씩 변화되어 이어지는 하루의 모습들!
그 가운데에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 어떤 사건이 생겼습니다. 입학 후 본사에서 보낸 첫 방학 때의 일입니다.
한 달 남짓한 방학을 보내고 강원으로 돌아오기 전에 은사스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인사를 다 받으신 은사스님께서 ‘잘 살아줘서 고맙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신 한마디의 말씀이 ‘지금처럼만 살아달라’는 당부의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저는 온 사방이 멍해지면서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만큼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고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저에게 수없이 했습니다.
잘 산다는 것, 제가 출가했을 때와 입학하면서 가졌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겠다던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나태함과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제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요즘에 들어서야 불현 듯 도망간 마음을 찾아옵니다.
다시 돌아와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처음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쉽진 않지만 순간마다 새롭게 마음을 내어 봅니다.
지금도 당당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라고 답할 수는 없지만
은사스님께서 해주신 짧은 말씀이 지금까지 강원생활을 하고 있는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탓하기보다는
먼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다 잡을 수 있도록 마음 한 자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 먹었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대중스님들 생활하는 모습 하나 하나가 초심을 지키는 한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는 출가 수행자입니다.
그러기에 매순간 누가 먼저라기보다 내가 먼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의상대사께서는
法性偈에서 初發心時便正覺 (초심을 낸 그 마음을 유지해야 정각을 이룰 수 있다)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출가할 때 세웠던 목표를 위해서 초심의 굳센 의지와 물러나지 않는 마음을
반드시 가져서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작지만 제게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구절을 끝으로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대중스님들께서도 잘 아는 내용입니다.

自從今身至佛身  이제 몸으로조차 불신에 이르도록
堅持禁戒不毁犯  굳게 금계를 지켜서 훼범하지 않겠사오니
唯願諸佛作證明  오직 원컨대 모든 부처님은 증명을 지으소서
寧捨身命終不退  차라리 신명을 버릴지라도 마침내 물러나지 않으리라.

또 하나는 ‘방편개시’라는 책의 한 부분입니다.

도업을 이루기 어려운데
처음 출가했을 때는 道心이 좋았으나
날이 갈수록 게을러지고 만다.
그래서 ‘출가 1년에는 부처님이 눈앞에 있고
           출가 2년에는 부처님이 西天에 있으며
           출가 3년에는 부처님한테 돈을 달라고 한다.
라고 하면서
도심이 오래가지 않으면 도업은 이루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초심을 잃지 않는 수행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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