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행은 정성스럽게 - 법민스님

가람지기 | 2010.07.28 14:46 | 조회 3987

 

안녕하십니까?
무더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절기인 대서에 이렇게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교반 법민입니다.
이 무더위에 짧지만 대중스님들께 웃음을 줄 수 있는
차례법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운문사에 다니는 학인스님들은 누구도 피할 수없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운력, 논강, 후원소임, 석차례, 그리고 차례법문입니다.
드디어 오늘 저 또한 피할래야 피해갈수 없는 차례법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치문반 때의 일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봄방학이 지나고 여름철이 얼마 되지 않아 아침 발우공양 때의 일입니다.
제가 풀 먹여온 발우수건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어른스님들과 화엄반스님들 앞이라서 조심조심 소리 나지 않게
발우공양을 거의 마칠 때쯤 발우공양의 하이라이트, 퇴수물을 붓고
마지막 찬발우를 닦는 순간 저의 찬발우가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제 눈에는 발우를 따라 공중부양한 후 바닥으로 통통통통통~
청풍료가 일순간 조용해지고 발우는 방바닥으로 헤딩하면서
목탁 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발우는 화엄반 스님 앞에 떨어지고 제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벌게졌지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스피드하게 재빨리 발우를 주어 들고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 순간 머리에 언뜻 스치는 말
발우가 깨지면 중노릇 제대로 못한다는 승가의 풍문입니다.
그러나 다행이도 제 발우는 플라스틱 뿔발우여서 금하나 가지 않았습니다.

발우에 안위를 확인할 때의 부끄러움도 잠시,
마음속으로 ‘부처님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가 저절로 되었습니다.
발우공양 끝에 여름철 입승스님의 한마디 ‘ 작성자 ’!
저는 합장반배로 대중스님들을 뇌롭게 한 실수를 참회합니다.

원인과 결과, 발우수건 풀은 부드러우면서도 빳빳하게 해야 하는데
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저는 풀기가 오래갈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고
발우수건의 역할에 대해서는 별로 염두 해보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발우수건은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게’ 이제는 잘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베개수건과 요에 까는 큰 수건을 할 때는 ‘마른 다시마 같이 빳빳하게’
풀을 하면 여름 한철 두 달이 지나도 끄떡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저는 밤마다 아직도 까칠한 베개수건과 큰 수건 덕택에 잠을 잘 자고 있습니다.

이렇듯, 수행도 올바른 수행을 위해서는 발우수건 풀 먹이듯이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발우 수건을 뜨거운 물에 폭폭 삶고 세밀하게 풀에 농도를 맞추어
비비고 햇볕에 말리고 적당한 온도로 다리미질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성스럽게 하지 않고 저처럼 단순히 풀은 빳빳하게만 하면 되리라는
안일한 생각은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이 일을 돌이키며, 지금 저의 다른 생활들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합니다.
그리고 결국 ‘고무줄 없는 속고의를 흘러내리지 않게 간신히 잡고
걷고 있는 것 같이 다부지지 못하게, 어딘가 서투른 나.
더 살피지 못하고 더 정성스럽지 못하는 나.’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다행히도, 이번 차례법문으로 인해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수행의 결실을 거두려면 그에 따른 저의 마음가짐과 정성스러운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작고 소소한 것에도 정성을 드리려고
애쓰면 언젠가는 자비롭고 지혜로운 수행자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우리는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진리대로 행하고 깨닫고자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저의 빳빳한 발우 수건 이야기가 잠시나마
우리 모두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모두가 다 정성스럽게 사는 수행자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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