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마음의 불씨 _ 혜고스님

가람지기 | 2010.11.11 06:46 | 조회 3839



마음의 불씨

200여년 전,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난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

미국이 그 화려한 물질문명을 꽃피우며 세계강대국으로 부상하기까지는 합리주의와 기능주의가 뒷받침 되었으며 그 사상적 모태는 기독교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글로 섹슨 계통의 백인 기독교도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 나라에 요즘 불교바람이 불면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하고 있음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겠습니다.

불교가 처음 미국에 소개된 것은 1844년, ‘웰든(숲속 생활)’의 저자인 소로우가 불어판〈법화경>의 일부를 번역하여 ‘다이얼지’에 게재하면서입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미국사회에 알려진 것은 1893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종교회의’에서 일본의 선승 샤쿠 소엔과 스리랑카의 아나가리카의 공식연설을 통해서입니다.

미국인 최초의 불자는 변호사이며 철학자인 ‘헨리 스틸 올 컷’인데, 그는 불교와 브라만교의 신비주의를 결합한 ‘신지학회(神智學會)‘를 창립하여 현대불교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그 후, 미국인으로서 처음 불교에 입문한 스트라우스에 이어 미국불교는 단 1세기만에 불교학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한국불교가 공식적으로 미주에 전파된 것은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에서 <조당집>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서경보스님이 1964년 미국에 정착한 것을 기점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 한국불교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미국인들 사이에서 생불로 추앙받았던 숭산스님에 의해서입니다.

숭산스님은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에 홍법원을 개원, 미국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법을 전하여 현지인들을 귀의케 하였습니다. 현재 미국 내에는 2천여 명의 백인제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후 1974년, 동국대 부총장을 역임했던 법안스님이 뉴욕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인들을 위해 포교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의 중심지인 뉴욕에 불교대학 설립의 원을 세우며 원각사를 운영, 포교활동을 하였습니다. 불교대학 설립을 위한 부지를 마련하며 그 뜻을 이룰 즈음, 병환으로 쓰러지면서 전법활동은 중단되었습니다. 당시 이 일은 뉴욕불교계에 큰 타격을 가져왔습니다. 만약, 스님께서 불교대학을 설립하고 인재양성의 원을 이루었다면 미국 내 한국불교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지금은 세분스님 모두 입적하고 안 계시지만, 그 분들의 ‘마음의 불씨’가 원력이 되어 오늘날 미국 내 한국불교가 자리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 이라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미국에 불교가 전파된 것은 120년, 한국불교는 50년이 된 지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불교 붐’은 무엇인지, 뉴욕을 중심으로 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술과 문화의 세계적 중심지인 뉴욕의 예술가들은 서구적인 것에 신물을 느끼며 동양적 신비주의 사상과 선사상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1950년대의 비트젠 운동, 1960년대 후반의 지명도를 갖춘 대규모 불교출판 기업 출범) 그 이유는 서구적인 기독교 중심의 물질주의 사상에 한계를 느끼며 거기에서는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도 불교의 선사상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 주류층에 속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는 갖추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참선을 해야 하고, 둘째는 동양의 음식(한.중.일식)을 먹을 줄 알아야하고, 셋째는 젓가락을 사용할 줄 알아야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식당이나 일식집에 가면 젓가락질을 하는 현지인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뉴욕 맨하탄 중심부에 위치한 TAO(유교 또는 도교)라는 레스토랑은 ‘청풍료’ 약 오분의 일 크기의 부처님상을 모심으로서 실내를 장식하였으며, 채식주의자를 위한 야채메뉴에는 부다 스페셜(Buddha Special)이라 이름을 붙이고, 심지어 디저트 메뉴에는 부다 딜럭스 (Buddha Delux)와 - 부처님 상을 검지 손가락 첫마디 크기의 쵸콜렛을 24개 한 박스에 담아 놓음- 부다 아이스크림 (Buddha Ice cream)- 부처님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이 것은 소위 ‘뉴욕커’라 불리는 맨하탄의 젊은이들과 백인 주류층들에게 불교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인기메뉴에 속합니다.

또한, 미국의 상류층들의 향유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주말파티를 즐기며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던 부의 상징은 그 개념이 변하여 지인들끼리 명상지도자를 초청, 정신세계를 향상시키는 소그룹활동으로 정신의 풍요를 누리면서 더 이상 물질로 차별화 될 수 없는 정신적 웰빙의 부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교바람은 달라이라마나 틱냑한 스님의 영향도 있겠으나 그 보다 더 근원적인 것에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결론지어 말한다면, 미국정치 ‘컨셉의 변화’입니다. 즉, 기독교 중심의 물질주의가 그 동안 미국이 누렸던 강대국으로서의 부를 더 이상 누리게 할 수 없다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입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정치계획을 세우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각계의 지도자들이‘앞으로 미국을 어떤 정신에 입각하여 리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불교를 대안종교로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불교가 지니고 있는 자비와 평화 그리고 지혜의 정신만이 미국을 거듭나게 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미국은 불법을 전하기 좋은 ‘황금어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 대어를 낚을지 피레미를 낚을지 아니면, 그 주위를 맴도는 주변인으로 남을 것인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라 하겠습니다. ‘한국 불교의 세계화’라는 말을 흔히 합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과연, 이 시대에 바람직한 승가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참구해야 하겠습니다.

“승중즉법중이면, 승경즉법경(僧重則法重 僧輕則法輕)이다.승이 무거우면 법이 무겁고, 승이 가벼우면 법이 가볍다.”

라는 구절을 접하면서 정말이지 중노릇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대중스님들께서도 세세생생 영원한 자유인이 되시길 마음 깊이 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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