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세 살 원력 세세생생간다!-사교반 혜민스님

가람지기 | 2009.11.20 19:38 | 조회 3438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혜민입니다.

저는 오늘 대중스님여러분과 작지만 때론 태산보다도 큰 저의 원력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은 자신만의 원력을 가지고 살아 갑니다. 일상속의 소소한 작은 바램부터 때론 한 생을 결정짓는 큰 원력과 그보다 더 원대한 세세생생 이어지는 대원력을 품고 살아갑니다.

 옛 말에 세 살버릇 여든 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세 살 원력 세세생생간다라는 말로 바꾸고 싶습니다. 버릇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업이 되어 세세생생 내 삶을 결정짓는 인(因)이 됩니다. 작은 습관이 세세생생 이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고도 두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작은 습관으로 선업을 짓고, 이왕이면 원력을 발하고 싶습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지장경을 보면 그 분께서 보살이 되신 연유와 보살이 되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지장보살님은 지옥이 텅 비지 않으면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대원력을 세우셨고, 그 원력을 성취시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지옥문 앞에서 법을 설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중생뿐 아니라 명을 다한 중생과 더 나아가서는 선업을 짓지 못한 지옥의 중생까지 모두 제도하겠다는 원력을 세우시고, 그 원력에 맞게 행(行)을 하고 계시기에 불교의 4대 보살 중 한분으로 공경 받으며, 또한 ‘대원본존’이란 칭호까지 받고 계십니다. 바라문의 딸이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여인이 보리심을 발하고, 큰원을 발하여 수 많은 겁을 그 원에 따라 수행해서‘대원본존 지장보살’이 되신 것입니다. 단지 원력을 남다르게 가진 것 뿐인데, 이렇듯 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뀝니다

  사람은 저마마 자신만의 원이 있습니다. 저는 영원한 행복과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저의 원입니다. 지금 당장 달콤한 행복이 아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행복과 생.노.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난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전 이번생에 출가라는 최대의 선택을 했고, 지금은 운문사 승가대학이란 또 다른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작은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력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순간 순간 저는 선택을 하고, 또 제 삶을 변화 시키려고 노력중입니다. 지금 제가 세운 원력은 세 살의 미약한 원력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모든 이들에게 부처가 될 종자가 있다고. 저는 제가 가진 부처의 씨앗에 영양분을 주고, 잘 가꾸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모든 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고 싶습니다. 그저 한 순간 왔다 사라지는 작은 원이 아닌 세세생생 이어질 크나큰 원력을 세우고 싶습니다.

  저는 지장경과 다른 경전에서 희망을 보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나 또한 대 원력을 발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그 분들 처럼 될 수 있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여기 계신 대중스님들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윤회라는 선물이 있습니다. 이번 생 뿐 아니라 다음 생이라는 아주 커다란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생 뿐만 아니라 다음 생까지 이어질 계획표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계획표 대로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사바세계에 사는 우리에겐 생각만하면 바뀌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끈질긴 노력과 간절한 신심이 필요합니다.

  제 얘길 듣는 대중스님들께서는 그러실 것입니다. 저 스님 잘사는 것 같진 않던데......라구요. 사실 제 솔직한 모습을 말씀드리자면 오늘도 도반스님의 머트러운 모습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고, 흉을 봤습니다. 그러다 정통에서 제 빨래 한번 헹궈주지요 그러면 이건 말할것도 없이 부처님화신의 손길이 아닌가 수희찬탄합니다. 참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전 치문때의 저의 모습과 사교인 저를 보면서 조금씩 참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지금 어떤 맘을 쓰는지, 안좋은 말과 행동을 하려는 절 보면서 경책을 합니다. 정신차려! 혜민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 수리 수수리 사바하, 참회진언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아미타불..등등 제 안의 성숙하지 못한 부처를 위해 좋은건 다합니다

  지금 운문사와 저의 도반스님들이 있기에 전 힘이나고 행복합니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도반들과의 문제, 힘겨움, 슬픔, 기쁨등은 우리들이 세운 커다란 원력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이지 도착점이 아님니다. 그렇다면 지나는 여정에 연연하거나 내 마음을 그 곳에 묶어 둘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도착해야 하는 곳이 어디 인지 정확히 알고, 그 곳을 향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나아가는 삶이야 말로 저 불·보살님들께서 발견하신 환희로운 세상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때론 그 종착점이 언제 인지 몰라 지쳐 쉬고 있을 때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게 곁에서 함께 걸어가 주고 격려해 주라고 부처님께서 보내 준 이가 지금 제 곁에 있는 도반들이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대중스님여러분! 혹 이순간 아직 원력을 세우지 않은 분들이 계신가요? 저를 보고 기운 내셨으면 합니다.“으이구 ,저런 혜민이두 하는데”라고 말이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이 부쩍 소매깃을 따라 전해지는 나날입니다. 환절기에 대중스님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날마다 날마다 기쁘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부처님전에 두손모아 기원드림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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