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마음장난 - 일석스님

가람지기 | 2009.12.20 13:08 | 조회 3986

“자, 호흡을 느껴보세요. 마음을 내려 놓으세요.”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마음을 내려놓으라니... 처음부터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마음을 멈추세요.” 이번엔 그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라고 합니다. 도대체, 마음이 무엇이길래...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일석입니다. ^^저는 제가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강원에 와서 어디 하나 피할 데 없는 공간과 실시간으로 뻥뻥터지는 상황들. 그리고, 형형색색의 도반들에 의해 그 착각은 깨지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대인관계 기술도 바닥을 드러내고, 상황과 사람에 화살이 돌려집니다.마음을 달래보려 열심히 바쁜 척도 해보지만, 소용은 없습니다.

저는 처음에 운문사 도량이 활기차고 대중 생활에 적응해가는 제 자신이 가슴 벅차고 환희로워서, 제 심장이 그렇게 뛰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시도때도 없이 두근거리던 심장 박동은 통증으로 변질되고, 통증은 괴로움으로, 괴로움은 눈물로 변질되었습니다.눈물은 사람을 약하게 만듭니다. 나약해 빠진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통증은 온몸을 지배하고, 병은 또 다른 병을 만들어 갑니다.결국 저는 병원 출입을 시작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헌데, 진단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심보를 바로 써야 합니다.”‘뭐야 이거. 돌팔이 아냐?’즉각 화를 내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또, 다른 병원을 찾습니다.“스님, 마음 편안히 갖으셔야 약발도 잘 받습니다.”역시 마음에 안듭니다.이곳이 나와는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돌아 나옵니다.

그러기를 수차례... 병원가는 것도 지치고, 비싼 탕약에도 불신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존경하는 노스님께서 한의사 선생님 한 분을 소개해주셔서 찾았습니다.

연세 지긋한 의사 선생님께서는 진맥은 안 짚고,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입을 엽니다.“스님은 반듯하지 않은 것을 보면, 괴로워서 견디질 못하네요. 음...

이것은 본인이 금생을 살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껍니다. 스님이 공부하려고 이 길을 택하신 거니까, 그저 공부 열심히 하세요.”

  이 노인네가 점쟁이 같은 소리를 합니다.‘그래도 뭐, 반듯한 것은 좋은 거니까 괜잖아!’라며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헌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제가 남의 꼴을 잘 못본다는 것이고, 그보다 앞서서 자신의 꼬라지도 못보는 제 고집을 지적한 것이었습니다.내가 만든 틀 속에 갖혀서, 분별하고 아파하고 또 눈물흘린 모든 것이 다 제가 고집을 부렸기 때문입니다.문제의 발생은 모두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임을, 몸과 마음이 아프고 나서야 조금 알았습니다.

‘마음’에 끄달리면 허망한 것에 의미를 짓게 되며, 마음 장난인 ‘감정’에 노예가 되면 이 육신마저도 통째로 지배당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실체가 없는 ‘마음’이나 ‘경계’ 따위는 사실 세상 어디에도 없죠.단지, 어리석은 탓에 없는 그것을 ‘있다’고 착각하면서 힘들어 할 뿐.

번뇌의 실체가 비록 공하나 업을 받게 하고업과의 실체가 없으나 고통의 원인을 만들고,고통이 비록 허망하나 이렇게 참기 힘들다.[절요]의 한 구절입니다.

요새 저는 ‘아프다’는 통증의 느낌이 들면, 모든 것을 멈춰봅니다.그리고, 생각합니다.몸둥아리가 아파서인지 아니면,실체 없는 ‘마음의 장난’에 끄달려서인지...

많이 겪고 많이 아픈 만큼 많이 알아집니다.지금 운문사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훗날 우리로 하여금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하겠죠?우리는 그저 끊임없이 닦고 부지런히 행하며성불하는 그 날까지 발버둥 칠 뿐 입니다.

대중스님들, 성불하는 그날까지...화이팅입니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