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불교음악 범패의 세계 - 부견스님

가람지기 | 2010.04.13 16:07 | 조회 3442

대중스님들은 중요무형문화재인 영산재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것을 알고 계십니까? 타악기 중에서도 드럼을 좋아하여 어린시절에는 각종 통을 뒤집어 놓고 퀸의 음악을 들으며 드럼소리를 흉내 내곤 했습니다. 출가하게 된 후에는 모든 음악을 접고 행자생활을 하고 있을때 집에서 미륵영산재를 보고 환희심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범패에나오는 징과 북을 좋아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범패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차례법문은 범패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범패란 불교의 의식음악. 일명 범음(梵音) · 어산(魚山) 또는 인도소리 라고도 합니다. 범패는 절에서 재(齋)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이며, 가곡(歌曲) · 판소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의 하나로 장단이 없고, 단성선율이며,의식음악이라는 점에서 서양의 그레고리안성가와 상통하는 음악입니다.

▶ 범패의유래로는

신라의 진감선사로부터 유래 되었습니다.

하동 쌍계사의 진감선사 대공탑비문에 의하면 진감선사는 804년 세공사로 당나라에 갔다가 830년에 귀국하여 옥천사(玉泉寺), 즉 쌍계사에서 많은 제자들에게 범패를 가르쳤다고 되어 있습니다.

범패는 묘음보살이 영축에서 헌악공불을 함으로써 비롯되었고, 중국에서는 위(魏)의 조자건이 고기 노는 모양을 보고 범패를 익혀 이를 어산(魚山)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범패는 진감선사가 옥천사에서 보급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 휴정의 제4세손인 법민에 이르기까지 1000여년 동안 범패의 전통이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 범패의 종류로는

주로 상주권공재·시왕각배재·생전예수재·수릉재·영산재등 5가지 재에 사용된며, 상주권공재는 죽은 사람을 위한 기본이 되는 재로서 보통 하루가 걸입니다. 49재나 소상· 대상 때 하는 규모가 작은 재이고, 무속의 오귀굿에 해당합니다.

상주권공재의 의식순서는 대개 시련· 대령· 관욕· 신중단· 봉송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시련은 망자를 이끌고 극락으로 갈 나무대성인로왕보살을 모시는 의례이고, 대령은 영가를 대접하는 의례이며, 관욕은 탐진치로 때묻은 영가를 깨끗이 씻기는 의례입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신중단은 도량옹호를 부탁하는 의례이고, 상단은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이며, 봉송은 망자를 영원히 극락세계로 보내는 의례입니다.

시왕각배재는 일명 대례왕공문이라고도 하며 상주권공재보다 약간 규모가 크고, 저승에 있는 10대왕에게 자비를 비는 의식입니다. 수륙재는 수중고혼을 위로하는 재로서 끝 부분에 방생재를 행하는 것이 특징이며, 영산재는 가장 규모가 큰 재로서 3일이나 걸리는데 국가의 안녕과 군인들의 무운장구, 또는 큰 단체나 죽은 자를 위하여 행하는 의식입니다.

‘1일 권공 3일 영산’이라는 말이 있는 것만 봐도 영산재는 규모가 크고 내용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범패승들은 상주권공을 배운 다음 시왕각배를 배우고 맨 마지막에 영산재를 배우는 것이 보통이입니다.

이것으로 범패의 유래와 종류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범패는 단순히 사자를 왕생하는 데 목적으로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인도 영취산에서 부처님께서 여러 중생이 모인 가운데 법화경을 설하실 때의 장엄한 모습을 재현한 불교의식으로 부처님의 참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 경지에 이르게 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수행자의 본분이며 그것에 충실할 때에 본분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모습을 본 대중들은 환희심을 발 하여 발심하고 불문에 입문하니 이 또한 수행자의 할 일인 것입니다.(下化衆生)

우리나라는 불교의 유구한 1600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실로 눈부신 문화와 왕성한 교화를 꽃 피어 온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 우리 교계의 실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체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오늘날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조사스님의 수행가풍을 되살리고 삶을 본받으며 문화를 되살리고 보존할 때에 진정으로 본분사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치문반 스님들 지금 도량에는 목련꽃과 매화꽃이 한창입니다. 정신없이 첫철을 보내는 이 시기에 목련꽃과 매화꽃 향기를 한껏 만끽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상으로 저의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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