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부처님 수인 - 선회스님

가람지기 | 2009.03.25 11:12 | 조회 5973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선회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 손모양은 합장입니다.

이 합장은 예부터 인도, 미얀마, 타이, 베트남 등에서 부처님이나 신에게 향하는 예법으로 세속인 사이에서 인사를 나눌 때도 행해지는 손 모양입니다. 이것은 인간 안에 있는 신성한 면과 부정한 면을 합일하는 것에 인간의 진실한 모습이 있다고 하는 생각의 표현입니다. 이렇게 합장하나에도 그 뜻하는 바가 있듯이, 부처님의 손 모양에도 각각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운문사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삼존불의 수인을 중심으로 불⦁보살님의 여러 가지 수인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의 수인은 원래 불전도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손 모양에서 유래한 것이며 불⦁보살의 공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수인은 빈손으로 어떤 모양을 나타낸 것과 손에 무엇을 잡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수인의 종류는 석가모니불의 경우 선정인, 항마촉지인, 전법륜인, 시무외인, 여원인의 근본 5인을 주로 취하며, 이 밖에도 천지인등이 있습니다. 또 비로자나불의 지권인, 아미타불의 구품인, 미륵불의 용화수인, 약사여래불의 약기인을 비롯하여 보살, 천부, 명상 등에 따른 다양한 손 모양이 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운문사 대웅전에 계신 삼존불 중에 신중단 쪽에 계신 과거 연등 부처님의 수인은‘삼마지인’또는‘삼매인’ 이라고도 합니다. 불상의 종류에 따라 법계정인, 등지인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모양은 손바닥을 편 채로 왼손은 배꼽아래에 두고 그 위에 오른손을 포개서 두 엄지손가락을 맞대는 형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참선할 때 사용하는 손모양입니다.


두 번째로 가운데 계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취하고 계신 수인은 ‘항마촉지인’입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 앉아 성도하실 때 마왕 파순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막기 위해 갖가지 유혹과 협박과 희유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나는 지혜의 힘으로 그대의 군대를 쳐부술 수 있다”며 준엄한 사자후로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파순은 그것을 증명해 보라고 했습니다. 이에 부처님이 오른손을 내밀어 땅을 가리키며 진실을 말하라고 하자 지신(地神)이 큰소리로 증명한다고 외쳤습니다. 이 순간 삼천 대천세계 국토가 크게 진동하였으며, 마왕 파순은 혼비백산 도망하고 말았습니다. 이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당신의 깨달음을 지신에게 증명해 보라고 말하면서 지으신 수인이 바로 항마촉지인입니다. 모양은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결가부좌 한 다리 가운데에 놓고 오른손은 무릎 밑으로 늘어뜨리면서 다섯 손가락을 편 모양이며, 반드시 결가부좌한 좌상만이 취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맨 왼쪽에 계신 당래하생 미륵 부처님의 수인인‘전법륜인’은 부처가 깨달은 후,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와 중생들에게 설법 할 때의 수인입니다.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린 채, 왼쪽 손바닥은 안으로 오른쪽 손바닥은 밖으로 향하게 하고 각각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맞붙여 원을 그려 마치 불교의 법륜을 상징하는 모양입니다. 이 수인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어 일정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예가 많지 않습니다.


시무외인은 부처가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고 위안을 주는 의미의 수인입니다. 인도의 초기 불상에서 흔희 볼 수 있는데 오른손 또는 왼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세운채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형태입니다.

여원인은 부처가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 준다고 하는 의미의 수인입니다. 시원인, 만원인 이라고도 합니다. 왼손을 내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모양으로 시무외인과는 반대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원인은 넷째, 다섯째 손가락을 구부리고 있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며, 삼국시대 불상에서는 시무외인이 불상의 종류에 관계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여원인과 짝을 이루어 크게 유행하였으며, 이 두 수인을 합하여 일명 “통인” 이라고 합니다.

비로전에 계신 비로자나불의 수인은 ‘지권인’입니다. 이(理)와 지(智),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는 하나라는 뜻의 수인입니다. 보리인, 각승인 이라고도 하며, 금강계의 대일여래가 만든 인으로 왼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집게손가락만 똑바로 세웁니다. 그것을 오른손으로 감싸서 오른엄지가 왼손집게 손가락 끝에 서로 맞닿도록 한 모양입니다. 이 수인은 주로 밀교계의 대일여래가 취하는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화엄종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손에 물건을 든 경우의 수인은 약사부처님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지금 대웅전 삼존불 사이에 계신 보살상, 신장상, 나한상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상마다 관세음 보살님의 감로수병이나 버드나무, 문수보살님의 연꽃, 대세지보살님의 금강저, 불자등 다른 지물을 들고 있기 때문에 종류는 그 만큼 다양하며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됩니다.


법당에서 무심코 보아왔던 부처님의 손 모양에 따라 이렇게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저는 이번 차례법문을 준비하면서 ‘수인’이란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을 대신하는 또 다른 표현이며, 모든 중생을 위하는 대자대비의 거룩한 위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 봄날에 부처님의 말씀과 뜻을 다시금 마음속에 새기며 생활할 수 있는 수행자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대중 스님 여러분, 정진 여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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