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죽은 이에게 공양한 공덕-치문반 도경스님

가람지기 | 2009.07.16 13:31 | 조회 3282
 




   지난 첫 철 차례법문이 있던 날 여름철에는 치문반도 백씨부터 법문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봄 방학 출타 갔을 때 은사 스님께 법문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스님께서는

 "법문이란 게 특별한 게 아니란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심지어는 너와 내가 마주 앉아서 나누는 이 이야 마저도 다 법문이란다." 그러니 너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법문하는 공부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경험이 되도록 해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에 용기를 얻어서 오늘 이 자리에 대중 스님들과 함께 하게 된 치문반 도경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내용은 제사를 지내주는 공덕으로 복을 받았다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금슬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부부에게는 한 가지 걱정꺼리가 있었는데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 수년이 지나도 슬하에 자녀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땅거미가 내리는 저녁 무렵 초라한 행색의 나그네가 찾아와서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나그네와 같이 저녁 공양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나그네는 저녁 공양을 먹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더랍니다. 몇 번이나 권해도 밥을 먹지 않기에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러느냐고 물으니 나그네가 대답하기를 사실은 오늘이 자신이 잘 아는 어떤 사람의 제삿날인데 미록 정처 없이 떠돌이 신세이긴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니 이 밥으로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해 줄 수 없느냐고 간청하더랍니다. 사연을 들은 부부는 자신들이 제사를 지낼 수 있게 준비를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 밥을 먹고 푹 쉬라고 하고 나그네가 자는 사이에 정성껏 제사 지낼 준비를 해놓고 제사 지낼 시각이 되었을 때, 나그네를 깨워서 같이 제사를 지내주었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세 사람이 공양을 하면서 부인이 새벽녘에 꾼 꿈 이야기를 하였답니다. 부인의 꿈에 어떤  젊은 여인이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는 부인 앞에 나타나서 아무 말 없이 영롱하게 빛나는 세 개의 구슬을 손에 쥐어 주고는 말없이 홀연히 사라지는 꿈을 꾸었다고 하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그네가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사실은 어젯밤 제사는 몇 년 전 아기를 낳다가 난산 끝에 아기와 함께 죽은 자기 아내의 제사였다면서 아마도 지난 새벽에 아내의 영가가 두 분께 너무 고마워서 부인의 꿈에 나타났었나봅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에 제사를 지내 준 복력에 의해서 그 부부는 아들 삼형제를 두게 되었는데, 그들은 하나 같이 효성이 지극하고 또한 부지런히 학문을 닦아서 높은 벼슬자리에 올라 가문을 빛내었다고 합니다. "  


   지장경 (이익존명품)을 보면

    "만약에 어떤 남자나 여인이 살아 있을 적에 착한 인연을 닦지 않고 여러 가지 죄만 잔뜩 지었더라도, 명을 마친 뒤에 대소권속들이 그를 위해 온갖 거룩한 이릉ㄹ 닦아 복되게 하여주면, 그 공덕의 七분의 一은 망인 얻고 나머지 공덕은 산 사람의 차지가 됩니다.  이러하므로, 미래와 현재의 선남, 선녀들은 이 말을 잘 듣고 스스로 닦아야 그 공덕을 모조리 얻게 됩니다.

죽음의 귀신이 기약 없이 닥쳐오면, 어둠 속을 헤매는 혼신이 자신의 죄와 복을 알지 못하고 사십구(49)일 동안을 바보처럼 귀머거리가 되었다가, 중생의 죄업을 심판하는 곳에서 그의 업과(業果)변론하고 결정한 뒤에야 그의 업대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앞길을 예측할 수 없는 그 사이에도 근심과 고통이 천만 가진데, 하물며 저 악도에 떨어졌을 때이리까? 이 명을 마친 사람이 아직 새로운 생을 받지 못하는 사십구 일 동안에는 생각 생각에 혈육권속들이 그를 위해 복을 지어 고통에서 구출하여 주기를 바라다가 사십구일이 지나면 업을 따라 보를 받게 됩니다.

만약 그가 죄인이라면 천년만년을 지나도 해탈한 날이 없을 것이요, 만약 무간 죄를 지어서  대 옥에 떨어진다면 천겁 만겁토록 길이 온갖 고통을 받게 됩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윤회의 과정은 네 가지 즉, 사유〔 四有 : 본유(本有), 사유(死有). 중유(中有), 생유(生有)〕 가 있으니 생유는 어머니 배속에서 태어나기 까지를 말함이며, 본유는 태어나서 생을 누리는 기간을 말함이며, 사유는 죽어서 다음 생을 받기까지 49일을 말합니다. 이 중유기간에 중음신이 무척 괴로워하므로 반드시 49제를 올려서 이고득락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 법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모두 구제하여 주는 크나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백중입니다. 이번 백중기도에는 대중 스님들 모두가 동참하여 무명을 달리한 권속과 지인들을 천도해 주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철이 시작되는 날부터 하루하루 날짜를 체크해 오던 여름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열심히 수행정진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