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나의 선지식- 사집반 종원 스님

가람지기 | 2009.10.05 10:13 | 조회 3517

안녕하세요! 사집반 종원입니다.

개강을 하고 첫 수업 이었습니다. 강사스님께서 방학은 잘 지냈는지, 방학이 빨리 갔는지 물으셨습니다. 저희들을 합창으로 대답했습니다. “네~” 그러자 “그럼 천국이었네!” 하시는 것입니다. 저희는 순순히 긍정할 수 없었지만 운문사에서 시간은 참으로 빨리 갔습니다. 뭣 모르고 쫓아다니던 치문이 지나고 사집이 된지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청풍료를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생각해 보면 집에서는 노스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큰 소리로 읽어라, 뛰지 마라, 큰 소리로 웃지 마라, 팔 흔들며 걷지 마라, 신발 끌지 마라 등등 초발심자경문에서 누누이 경책하는 내용과 같습니다. 또 자주 말씀하시길 “예불자리, 발우자리 안 빠지는 것이 중노릇 잘 하는 것이다.” 하시며 늘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운문사에 와서 보니 노스님 말씀과 어느 하나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가르쳐주신 데로 잘 따르지 못해서 너무나 죄송했고 그래도 늘 다시 깨우쳐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소소한 일 인 것 같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다 저를 중물 들이 신 일이란 것을 지금은 압니다. 승(僧)이 중(重)해야 부처님이 중(重)하고 부처님 법(法)이 중(重)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늘 법대로 사시며 모범을 보이시는 노스님과 시주의 은혜를 지중하게 여기시며 자비로우시며 항상 깨어있는 수행자가 되시려고 노력하시는 은사스님은 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선지식이십니다. 이런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어른스님의 이런 가르침은 늘 깨어있는 수행자 되고 불법을 잘 배워서 우리집안에 대동량들이 되길 바라시는 마음이라는 것을.

  저와 반 스님들은 서장반이 되고 알게 모르게 많이 변했습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독송소리에도 마음 일으키지 않고 분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연기와 중도를 체득하지는 못했지만 반 스님들의 다양한 모습이 다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임을 알고 인정하게 되었으며 잘 보아주게 되었습니다. 각자 기도 든, 사경 이든, 공부 든 일념으로 하려 노력합니다. 특히 자투리 시간이나 운력 시간에도 그 일념을 놓지 않으려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크게는 일대사인연이, 작게는 생력처가 예불 드리고 일하고 밥 먹는 이 자리에 있으니 분별심 내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신 가르침을 따름입니다. 이런 모든 변화는 다 운문사에 계신 훌륭한 선지식 덕분입니다.

  은사스님께서 편지를 주셨습니다.

“종원아! 일생에 이런 대중생활은 또 오지 않는다. 평생 중노릇의 밑거름이며 참 중요하니 밀밀히, 꼼꼼히 살아라. 또 대중스님 한 분 한 분이 다 부처님이시고 너도 부처이니 부디 부처의 마음으로 부처의 행을 하길 바란다!”

은사스님의 간곡한 당부 말씀을 생각할 때마다 저는 정말 부끄러워 대중스님과 도반스님께 참회합니다. 대중스님을 지극한 마음으로 모시지도 못하고 일용사에 부처의 마음도 부처의 행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새벽방선을 하고 마루에 나설 때 “무슨 복에 부처님 정법을 만나서 이런 도량에 와서 이런 대중생활을 한 단 말인가”하며 뭐든지 환희롭고 제각각 도반스님들도 다 수승한 부처님으로 보이며 자비의 샘물이 넘치는 것 같으나, 이는 생각뿐이고 오후가 되면 그 샘물은 마르고 우리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만 보입니다. 또 도반스님을 살피기보다는 제 앞가림하기에 급급하고 제 몸 수고로움만을 살피고 있습니다. 그럴 때면 참회하고 참회합니다. 언제 쯤 이면 온전히 부처의 마음으로 부처의 행을 할 수 있을지? 부디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발원하며 강사스님과 도반스님 들과 늘 하는 발원으로 다시 한 번 다짐 합니다.

  “부처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 바쳐 돌아가 의지하고 예배합니다. 저희가 부처님 말씀을 잘 배우고 익혀서 나날이 보리심이 증장되고 신심이 견고해지며 正見을 세우고 선 것은 익고 익은 것은 설어져 맑고 향기로운 수행자 되게 하야지이다.

마하반야바라밀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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