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참구하라. 깊이 그리고 간절히...진우下스님

가람지기 | 2008.09.16 13:39 | 조회 2889

참구하라. 깊이 그리고 간절히...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큰 자비심과 완전한 지혜를 갖추시고 육신의 한계를 초월하여 자유자재하시어 고통받는 중생을 불쌍히 여겨 구제하시는 부처님과 온 우주가 실로 한 몸이며 일체가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한량없는 공덕으로 불법을 만나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깨달아서 일체의 차별심을 여의고자 수행하는 분들께 이 목숨 바쳐 돌아가 의지하고 예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진우下입니다.

먼저 법문을 시작하기 전에 제 초등학생 때 있었던 일화를 하나 말씀드릴까 합니다. 담임선생님이 병가로 결근하셨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보통때는 자습을 하기 마련인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교장선생님께서 들어오신 겁니다. 다들 으아해 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은 짧게 해줄 말이 있노라 하시며 칠판에 무언가를 적으셨습니다. ‘?’ 하나와 ‘관심’이라는 단어...

그러면서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여러분이 자라면서 이 두 가지를 항상 잊지 않는다면 분명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라고 하시더군요. 5분 남짓한 짧은 특강이었는데 어린 제게는 그 어떤 수업보다 감명 깊었습니다. 이른바 ‘성공한 삶’을 위한 키워드가 바로 ‘?’와 ‘관심’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출가한 우리에게 해탈을 위한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그것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먼저 여러분께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신 적이 있습니까? ‘Who am I’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무엇 때문에 출가하셨습니까?

우리는 붓다라는 깨달은 선각자와 그분이 깨달은 바의 진리를 믿는 이들입니다. 바로 이 믿음에서부터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그분이 걸어갔던 길, 그분이 깨달았던 진리, 그리고 나도 그 길을 따라 가면 그분처럼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흔히들 불교의 진리를 설파한 그 많은 팔만사천장교를 한 글자로 줄이면 바로 마음 심(心)자뿐이라고 하죠. 심! 마음! 그런데 이 마음에는 양 날개가 있습니다. 바로 신심과 의심이 그것입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양 날개 가운데 하나인 ‘의심’입니다.

왕자였던 싯다르타는 사문유관을 통해 우리네 삶의 실상을 보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가?’라고 말입니다.

여러분도 익히 타인의 죽음을 대면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어제는 나와 얼굴을 마주하며 얘기나누던 이가 오늘은 내 눈 앞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그저 한 덩이 메마른 나무가 된 것을 보고도 남의 일처럼만 느낍니다.

태어났어도 어디에서 왔는지를 모르고, 언제고 죽을테지만 또한 그 때를 알지도 못하며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 마치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경허스님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나의 몸은 풀끝의 이슬이요 바람 속의 등불이라.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옷 입고 밥 먹고 사람들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 지각하는 이것이 무엇인고?”라고 말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이 얘기를 듣는 이 순간 가슴이 뻑뻑한 답답함이 느껴지십니까? 그렇다면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바로 공부할 때인 것입니다. 치문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황벽선사의 게송에서 이르지 않았습니까. “불시일번한철골이면 쟁득매화박비향가” 뼈져린 추위를 견뎌내야만 고혹적인 매화의 향기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의심을 하되 뼛속까지 사무쳐 일념이 되도록 해서 버리려 해도 버릴 수가 없으며, 걸음걸음이 화두요 생각생각이 화두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하신 대혜스님의 말씀이나 선가귀감과 선요을 통해서 우리는 일용에서 화두 일구를 챙겨는 법을 배웠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반드시 화두 일구만을 들라는 것은 아닙니다. 운문사의 바쁜 일상생활 가운데서, 화두든 진언이든 불명호든 간경이든 어느 것으로든지 몰아붙여 보시라는 겁니다. 하나만을 잡아서 깊이! 꾸준히! 간절히! 집중하고 집중해서 번뇌를 쉬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박에 이루어지길 바라지 마십시오.

강사스님께서 늘상 하시는 말씀처럼, 여러분! 깨달음도 습관입니다. 그리고 행복함도 습관입니다. 우리는 이미 배웠고 알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모든 부처님과 조사스님들로부터 배운 바를 결정된 믿음으로 성실히 실천하고, 안으로는 참된 의정으로 자신이 품은 바 일구를 꾸준히 참구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입니다.

생사로부터 자유로운, 끝없는 윤회의 쳇바퀴로부터 벗어나서 해탈로 가는 길, ‘나는 누구인가’를 해결할 수 있는 그 길에 여러분의 결정된 믿음과 참다운 의심이 바로 해결의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두루 청하건데 대중스님 여러분! 다함께 행복한 습관을 길들입시다. 그래서 행복한 공부에 힙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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