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물러섬 없이 오로지 믿고 내맡기고 - 수인스님

가람지기 | 2008.11.15 10:44 | 조회 2886

이번 생에 가야 할 길을 보여주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이해와 사랑의 길인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화합과 깨달음 속에 살아가는 공동체인 승가에 귀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수인입니다.

인도 여행도중 아주 특별한 처사님을 만났습니다.

인도의 하층민들의 생활은 우리네 60~70년대의 생활과 비슷합니다. 지금 저희들의 눈으로 보자면 참으로 힘들고 그 불편함을 말로 다 못 할 텐데요, 제가 갔던 인도 북부 국경 주변지역은 그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특별한 처사님은 다름 아닌 택시기사 아저씨였습니다. 65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건강한 몸과, 생활고라고는 찾아 볼 수없는 그분의 얼굴은 아주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정말 건강하고 보기 좋으시네요!”하고 말을 건네자 그 분은 당신 차에 붙어 있는 어느 라마의 사진을 가리키며“다 삼보의 가피 덕분입니다.”라고 당연스럽고 기쁘게 대답하셨습니다.


만약 누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저는 아마 요새 잘 먹고 있다거나 혹은 운력이 없어서 요 며칠 잘 쉬었다거나 하는 정말 바깥쪽에 맴도는 그런 괜한 이유로 대답을 대신하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사대육신을 갖고 있는 이상 고통이나 아픔이 없을 수 는 없지요. 그렇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삼보님께, 즉 우리안의 부처님께 얼마나 의지하고 믿고 맡기는가에 따라 그 것이 고통이 될 수도, 그것을 기쁨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한 저명한 과학자가 일반인들과 수행자들의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로운 음식을 먹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당했을 때 수행자들이 일반인들보다 인체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현저하게 적다고 보고 된바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 또한 앞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일 텐데요, 다른 것은 다 제처 두고라도 우리는 승보의 일원이며 삼보 속에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며, 삶은 언제나 행복하지 못하고 이 환경이 바뀌기만, 이 상황이 변해야만 좋아질 것 이라고 주변만 탓하고 있을까요?

답은 달라이 라마 존자님께서는 해주신 말씀 속에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서부터 다시 잠자리에 들 때 까지 일상생활을 할 때 언제나 불보살님과 함께 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분들과 하나 되는 시각화를 통한 깨달음의 길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예를 들자면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하고 지친 몸을 어렵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불보살님의 밝고 투명한 빛으로 우리를 깨워주시는 시각화를 평범하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불보살님의 기쁨의 에너지가 옷이 되어 우리 몸을 감싸주는 시각화를, 씻을 때에는 더러움에 물든 몸을 씻는 것이 아니라 불보살님의 청정한 몸을 맑고 깨끗한 물로 닦아드리는 시각화를, 잠을 청할 때에는 불보살님의 무릎을 베고 잠을 청하는 이런 시각화를 통해서 우리의 모든 언행이 불보살님의 언행으로, 우리의 모든 의식이 불보살님의 의식으로 바뀌면 한없는 기쁨과 사랑과 자비가 우리의 참 모습인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나 망설이는 저를 위해 한마디 덧 붙여주셨는데, 특히 이 공부는 열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하시며‘나는 너무 피곤해.’‘나는 너무 바빠.’‘나는 불가능해.’ 라고 생각하는 이것은 어떠한 상황이든 진실이 아니며 깨달음을 장애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해주셨습니다.

또한, 내가 일으키는 작은 생각 하나까지도 불보살님께 봉헌해야한다고 하시며 물러섬 없이 오로지 믿고 내맡기고, 헌신하면 모든 것을 저절로 힘들이지 않고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용기도 주셨습니다.


오백전에는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의 한분한분 완벽한 모습의 나한님들이 계십니다. 아마 거기에는 보름달 같이 둥근 얼굴의 오동통한 입술 속에 숨어있는 아주 짧은 이를 드러내며 키키키 웃는 나한님도 계실 것이고, 얼굴을 제외하고는 외소한 몸을 가졌지만 힘 좋은 엉덩이로 정통의자를 2개나 부숴버린 말괄량이 나한님도, 날마다 새로운 레시피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매 끼니마다 만들에 내는 능력의 나한님도 계실 것입니다.

아마 제일 윗칸부터 차례대로 53분의 나한님, 49분의 나한님 58분의 나한님, 맨 아래는 40분의 나한님이 차례대로 그 각자의 위치에 따라 아주 적절하고 조화롭게 계실 것입니다.

나한님들은 누가 와서 자기를 비방하거나 칭찬하더라도 나의 본성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언제나 부처님의 밝은 빛 속이 있다는 것을 잘 아시므로 언제나 행복하실 겁니다.

불보살님의 순결한 가피력으로

모든 고통과 악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모든 상서로운 징후가 점점 더 상서로워지기를

그리하여 이 윤회의 굴레와 고요한 해탈속의 모든 것이

차오르는 초승달처럼 나날이 밝게 피어나기를…….


대중스님, 언제나 건강하시고, 부처님 품안에서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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