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행의 참모습-정본스님-

가람지기 | 2007.12.28 11:19 | 조회 3253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여다보는 거울. 대중스님 여러분은 그 거울로 얼굴 대신 마음을 들여다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오늘 차례법문을 한다고 그 거울로 외모만 들여다본 사교반 정본입니다.


사람은 기쁨이 극에 달할 때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슬픔이 북받쳐 오를 때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이 각기 다른 곳에서 나올까요?

마찬가지로 우리의 욕심, 번뇌, 사랑, 선한 마음, 악한 마음 등도 각기 다른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에 있는 것이 이루어지고 마음에 있는 것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리의 얼굴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포장지와 같아서 우리 마음속의 내용물은 그대로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럼, 대중스님의 마음 속은 어떤지 한 번 볼까요? 대중스님의 얼굴에 자비와 사랑이 넘쳐나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에선 무수한 번뇌 망상이 일어나는데,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그리고 잘 다스린 마음을 어떻게 실천 수행해야 할까요?


옛날 어떤 사람이 도를 닦기 위해 산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앉아 있기만 하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바로 저처럼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왔습니다.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의 밑둥을 찍어내자 나무가 “쿵”하고 쓰러졌습니다. 나무꾼이 나무를 밧줄로 묶어 끌고 가려했지만, 가지가 걸려 끌려오질 않았습니다. 그러자 나무꾼은 도끼로 나뭇가지를 탁탁 잘라내 버렸습니다. 몸통만 남은 나무는 나무꾼이 이끄는 대로 잘 끌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은 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번뇌 망상도 이렇게 쉽게 없애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참선하고 염불도 하고, 간경도 해서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닦아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수행이란 글자 그대로 “닦을 수” “행할 행”, 행실을 바르게 닦는다는 말입니다. 불교적 의미로 바꿔보면 마음을 닦아 일상 행동을 바르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그 수행의 완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천상계를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마을에 가니 이상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천상인들은 모두 입만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신기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어찌하여 당신들은 손과 발과 몸뚱이는 없고 입만 천상세계에 온 것입니까?” 하니, “나는 죽기 전에 항상 말만 앞세우고 입으로만 좋은 일을 할 뿐이지 몸으로 실천하는데는 게을리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입만 천상에 온 것이지요.” 다음에 이 사람은 다시 다른 을에 가니, 이상하게 이곳은 귀만 가득한 천상세계였습니다. 또 물어보았습니다. “당신네는 손과 발, 몸뚱이는 어떻게 하고 귀만 이 천상세계에 온 것이죠?” 하니 “우리는 과거 생에 불교를 믿었던 사람인데, 금쪽같은 부처님 가르침을 고개를 끄덕이며 무수히 듣기만 하고, 가르침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부족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귀만 오게 된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같이 수행은 듣고 생각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도 만약 천상계에 간다면 손, 발, 몸뚱이는 없고 입이나 귀만 가진 않겠죠?

결론적으로 마음수행의 완성은 행실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배운 부처님의 가르침, 조사스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잠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아침에 잠이 많아 출가할 때 속가 언니가 네가 새벽 3시에 일어날 수 있겠냐며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해보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저는 새벽시간에 성성하게 깨어있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새벽기도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방선 죽비가 금당에 울려 퍼질 때면, 전 고민에 빠집니다. 골고루 잘 달궈진 지대방에 뛰어 들어가 편히 누워 부족한 잠을 보충할 것인가. 아니면 비록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겠지만 오백전에 가서 기도를 할 것인가 하는 마음이 항상 일어납니다. 이 두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오백전으로 직행할 수 있는 그날까지 정진하겠습니다. 대중스님들께서도 동참하시겠습니까?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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