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미단 -상호스님-

가람지기 | 2008.04.06 15:56 | 조회 3214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상호입니다.


부처님을 본받아 피나는 정진을 쌓아가는 곳. 위로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스스로의 마음을 갈고 닦는 공간, 그러기에 모든 조형물에는 해탈과 교화의 의미로 점철되어 있는 곳이 사찰입니다.

사찰의 초입에서부터 법당 한 가운데의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신심을 북 돋우고, 그 정신을 되살리게 하는 깊은 의미가 간직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이 항상 예불을 하지만 얼마나 스며있는 정신을 찾아 느끼며 살아가는지, 찾고는 싶을지언정 바쁜 매 순간을 지내느라 그 정신을 잃어버리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숨겨진 생명체들 중에서 불교 장엄공예물의 의미를 띄어 넘어 불교의 정신세계를 총체적으로 표한하고 있는 수미단. 무언의 설법을 들려주고 있는 이 수미단에 관련한 의미와 상징에 관하여 법문을 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을 모시는 단을 상단, 수미단이라고 하며 사찰에서 가장 장엄하게 꾸며지는 곳입니다.

불단을 수미산 모양으로 만든 것은 ‘부처님께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하여 도리천에 올라가서 설법하였다는데 근거를 둔 것 이라고 합니다. 본래 부처님이 자리하는 곳은 ’대좌‘즉 ’아사나‘라고 하며 이는 불단의 원형이 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불단과 분리되어 조성되며 분리된 불상일 경우 따로 단위에 모시기 위해 불단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대좌와 불단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때가 있는데 그것은 불단이 대좌의 형태에서 발전하였으며, 불단을 부르는 명칭도 대좌에서 유래되었고, 대좌에는 사자좌, 연화좌, 하엽좌, 생령좌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불상형태에서 발달한 대좌의 형식을 ‘수미좌’라고 하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리를 ‘사자좌’라고 부릅니다.

수미산 중턱에는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데 이 사왕천을 통과해야 도리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사찰은 수미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수미산 바로 아래 금륜, 지륜 그 아래를 수륜 또 그 아래를 풍륜이라고 하며 9개의 산과 8개의 바다가 있는데 그 중심의 산이 수미산이며 그 주위가 보배로 이뤄져 수미좌 불단으로 발전된 것을 ‘수미단’이라고 합니다.

목조 수미단은 사찰 장엄물중의 하나이고 장인의 솜씨와 기법, 짜임새와 형태에 따라 변형되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미단은 보통 장방형 모양으로 동서남북 4방위를 뜻하며 상단과 중단, 하단으로 구분한 다음 직사각형의 칸 속에 ‘연화문’이나 '안상문’,‘구름문’ 만(卍)자문을 반복적으로 새겨 넣어 간결하고 단순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또 기하학적으로 추상화 사킨 것에서부터 꽃 공양의 의미를 담은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상, 중, 하단이 불교의 우주관에 따라 욕계, 색계, 무색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육각형의 수미단은 ‘육바라밀’을 상징하고 팔각은 ‘팔정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고려불화에 나타나는 좌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 사찰 구조에서는 예불의식의 편의를 위해 가운데 부처님을 모신 긴 형태의 장방형이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미단 중 수미산의 의미에 충실하면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불단으로는 통도사, 파계사, 은해사 백흥암, 남장사 등의 것들이 있습니다. 이 불단들은 물속의 세계, 땅위의 세계, 하늘세계의 동식물에서부터 상상의 동물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장엄되어진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면 더러운 곳에 피어나되 늘 깨끗함을 지닌다는 연꽃과 부귀와 권세를 상징하는 모란, 지조 있는 선비를 상징하는 매화와 국화 등, 우리네 조상들이 최상의 가치를 부여했던 꽃들이 공양 올려져, 지극한 불심으로 수미단 곳곳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여덟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은 대개 하단에 조각되어 있는데 항상 눈을 뜨고 있는 잉어는 게으름을 떨치고 용맹정진 하기를 경책하며 날카로운 집게발을 가진 게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삼독심’을 싹둑싹둑 자르기를 경책하며, 거북은 육근을 청정케 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수미단에 새겨진 것입니다. 또 사자와 코끼리가 상징하는 것은 부처님의 위력과 자비설법을 상징하는 것이요. 그 밖에 불법에 귀의한 사람을 지키고 감로를 내려 오곡을 결실케 하는 호법룡 또 상서로운 새 봉황, 아미타불을 염송하는 아미타어, 아름답고 미묘한 소리를 내는 가릉빈가 등...

상상의 동물이 섬세하고 신비하게 새겨진 수미단.

그 안에 청정불심이 메아리 되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또 부처님을 찬탄 공양하는 꽃 속의 동자모습, 비천상,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 신장으로 수용된 도깨비의 해학적이면서도 위엄 있는 표정 등은 연화장 세계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불교적 교리와 불심이 일어나게 하는 수미단은 깊은 정신세계를 알지 못하면 중중 무진한 연화장세계 장엄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스님들도 그 숨겨진 의미가 주는 무언의 설법들을 읽을 수 있어야 되겠습니다. 우리의 수행이 “문수보살의 지혜”와“보현보살의 행”으로 실천되어 질 때, 내 안의 ‘참 나를’ 잘 장엄하고 부처님을 닮아가려 노력하는 진정한 수행자로 겁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 기틀은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어야하겠지요.

대중 여러분‘정진’여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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