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인욕 수행 -선주스님-

가람지기 | 2008.04.06 16:13 | 조회 3484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선주입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엇 하나 얻은 것 없이 이 자리에 앉게 되어 너무도 부끄럽지만, 부디 귀 기울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운문사를 하나의 그림퍼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낱낱 퍼즐조각들입니다. 다들 퍼즐 맞추기를 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림퍼즐은 모양이 똑같은 것이 2개가 있거나 하나만 모자라도 완성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도 불법 하나로 모였지만 제각기 살아온 이력과 가진 능력과 성격, 생김새 등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을 끼워 맞추어 운문사라는 큰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지만, 그러나 또 다르기 때문에 갖가지 문제가 일어납니다. 가령 운문사 대중이 300명이라고 한다면 나를 화나게 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최소한 299가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입보리행론』에는,

“자기를 해치는 대상이 하늘만큼 가득 차 있어

그것을 다 없앨 수는 없지만

화내는 자기 마음 하나만 없앤다면

그 모든 것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대중생활에 있어, 인욕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포용이며, 나의 견해를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나 옳고 그름 보다 더 중요한 ‘나’라고 하는 것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 ‘버럭’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치적으로, 합리적으로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그저 ‘내 기분이 상해버렸기’ 때문에 그 사실이 참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유식에서 말하는 심층자아의식인 제 7식, 말나식의 작용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라한’의 단계인 멸진정이라고 하는 선정에 이르러서야 평등성지로 변하여 나와 남을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부인 우리에게 인욕 수행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부터 인욕 수행을 위한 섭대승론에 있는 ‘오의관(五儀觀)’이라는 명상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훅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며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면 함께 따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의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분노와 같은, 갖가지 불편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다섯 가지 생각으로써,

첫째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무한의 과거로부터 나에게 이러저러한 은혜를 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통찰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마웠던 일을 잊지 않고 그 일을 되새겨 본다면, 소소한 오해나 다툼은 피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도움이 아니라 그저 지금 있는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 자체’에 감사해야 합니다.

둘째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항상 순간순간마다 스쳐지나가는 것이다.’라고 통찰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흐르는 시냇물과 같아서 늘 똑같아 보이지만 한 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다 변합니다. 즉 화조차도 순간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연기의 법만 있을 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나다’, ‘너다’할 것이 없는데, 어떻게 실체적으로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입는 것이 있는가’를 통찰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입니다.

내가 처한 환경과 인간관계 또한 인연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인연이 다하면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보통 다툼은 함께 같은 일을 하는 경우에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서로의 이익이 상반 상반될 때 일어납니다. 그 상황에서 서로의 관계가 불편했을 뿐이지. 그 사람에게 악의가 있어서 항상 나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다.

넷째는 ‘이미 모두 괴로움 속에 있다. 그러함에도 왜 괴로움을 더하기를 원하는가’라고 통찰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를 화나게 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되갚아주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동시에 그 사람도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무명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우리는 모두 괴로움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서로를 아프게 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는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시작된 것이다. 왜, 그것에 대해서 해를 주고 싶어 하는가’라고 통찰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입니다. 다시 곰곰이 되새겨 보면 나에게서 비롯된, 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바로 내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거나 미워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나에게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손짓 하나, 생각 하나에서 모든 일이 잘못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평상시에 내 행동과 말과 생각을 잘 다스리는 수행이 깊어진다면 이 세상에 적은 사라질 것입니다.

위의 오의관을(五儀觀) 다시 한 번 정리해보면, 모든 이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겨야 하고, 모든 것은 변하며,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실체가 없으며, 이미 모두가 괴로움 속에 있으며, 결국 모든 것이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의 통찰에 통해서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원망과 자책, 화와 같은 부정적은 감정들을 몰아내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그 어떤 이라도 있는 그대로 보아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욕은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한 수행입니다.

이와 같이 인욕을 실행하는 사람에게는 ①후회가 없어지고②원망이 없어지며③그리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④평판이 좋아지며⑤다음 생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는 다섯 가지공덕을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이 5 공덕을 평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중 스님, 세상 모든 이가, 특히 출가수행자가 마음에 평화의 등불을 밝힐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수행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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