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지금 이순간의 행복- 여욱스님-

가람지기 | 2008.06.23 12:44 | 조회 3295

‘그대는 지금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계

속 어디론가 달린다. 그러나 달려가는 곳에 행복은 없다. 왜냐하

면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여욱입니다.

불교에서 행복은 자기의 분(分)을 알고 만족을 느끼는 데서 출발

한다고 합니다.

대중스님들께서는 지금 이 순간 행복 하십니까?

지극한 행복감... 바로 지금 이 순간 궁극적인 행복을 체득하기위

해 우리들은 출가했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때로 나태함과 신경질, 불만족과 멍함으로 출가한 이유

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어느 순간은 행복했는데 지금

은 별로 행복한 것 같지 않은 이 마음...

저는 다시 행복해지려합니다.

텅 비어있는 온실을 보면 사교 겨울철이 생각납니다. 제가 화초

소임을 살아서 일까요? 저 자리에는 난, 이 자리에는 크고 작은

화초들. 그리고 여기는 연꽃, 저기는 선인장. 지난날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미소 짓곤 했습니다. “밤새 잘 있었나?”

수업 후 화초들과의 첫 만남은 건강 확인으로 시작합니다. 누렇

게 된 잎이나 시들어 떨어질 거 같은 꽃이 있으면 정리하고 물을

줍니다. 그러면 모든 화초들이 다시 기운을 차리는 거 같아서 덩

달아 신이 났고 한참동안 잠잠했던 연꽃과 난에서 꽃 봉우리가

발견되면 꽃이 핀 거처럼 기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상의 나

팔이라 부르는 화초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줄기가 얼었다 녹았는

지 손으로 만지면 표면이 벗겨지고 안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화초전문인 도반스님을 찾아 약을 주고 상한 부분을 잘라주고 치

료했습니다. 아쉽게도 꽃 피우는걸 못보고 소임을 마쳤지만 잘

자랄 수 있을 꺼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맞이하는 화엄의 여름철 천상의 나팔꽃이 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밀려오는 행복감.

그런데 이 행복은 어디서 왔을까요?

소임에 만족하고 정성을 다한 과정에서 온거 아닐까요?!

저는 궁극적인 행복(깨달음)을 체득하는 것도 이와 같을 거라 생

각했습니다. 그러면 화초 관리 할 때처럼 항상 행복 할 꺼라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습관적으로 경계에 불만족

스러워 괴로워하곤 했습니다.

대중 스님!!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항상 행복할 수 있을

까요? 우리는 지금 이 상황에 만족할 줄 모르고 항상 생각합니

다. 운문사는 울력이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대중이 많

아서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절대로 울력이 많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대중이 많아서 정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의 두 길에서 항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고 삽니다.

여러분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운력도 많고 대중도 많은 운문사 강원에 들어와서 참 행복

하다. 이렇게 한 마음 바꾸시면 됩니다. 저는 정말로 차례법문 마

무리하는 지금 이순간이 참 행복합니다.

여러분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 얘기를 알고 계시죠?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950년 일본의 미야자키 현 고지마라는 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그 곳에는 원숭이가 20여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젊은 원숭이 한 마리가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답니다. 그

러자 다른 원숭이들이 하나 둘씩 고구마를 씻어 먹는 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지마라는 무인도에는

‘씻어 먹는 것’이 원숭이들의 새로운 행동 양식으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 수가 어느 정도 늘

어나자 이번에는 고지마 섬이 아닌 다른 지역의 원숭이들 사이에

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씻어 먹는 것입니다. 인근 지역뿐만 아니

라 고지마 섬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 산에 서식하는 원숭이들

까지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답니다. 원숭이들 간에 전혀 접

촉이 없었고 서로 연락을 취할 수도 없고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상황 아닙니까? 신비하게도 마치 원숭이들이 신호를 보내기라

도 한 것처럼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과학자 라이올 왓슨은 어떤 행위를 하는 수가 어느 정도

양이 되면 그 행동은 그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초월하

여 순식간에 확산되어 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100마리째 원숭

이 효과라고 정의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와 같이 저는 지금 이순간의 행복이 저와 이 운문사에

만 국한 되지 않고 공간을 초월하여 순식간에 확산되어 불국토가

되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간절히 간절히 발원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대중스님!!! 매 순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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