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출가 인연에 감사하며...(용주스님)

가람지기 | 2007.01.09 13:28 | 조회 3643

시방삼세 부처님과 팔만사천 큰 법보와

보살성문 스님네께 지성귀의 하옵나니

자비하신 원력으로 굽어살펴 주옵소서.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용주입니다.

저는 나이 스물두 살에 처음 이산혜원선사발원문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 법당에서 이 발원문을 듣는 순간 가슴에 찡한 감동과 환희로운 마음이 들었고, 삶에 대한 무상함에 불법에 귀의하기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3남1녀 중 막내입니다. 부모님 두분은 진실하고 성실된 마음으로 불법을 공부하셨고, 이러한 두터운 신심에서 우러나오는 베품을 실천하는 모습을 몸소 저희 형제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이렇듯 일상 가운데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보고 들으며 생활 그 자체로 지냈습니다. 결국 이러한 영향 탓인지 큰오빠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출가를 결심했고, 둘째, 셋째 오빠들도 역시 출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집 부모님과는 달리 어느 한분도 출가를 반대하시거나 출가로 인해 슬퍼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아버지께서는 “부처님 제자가 되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가장 환희롭고 훌륭하고 좋은 일”이라하시며 무척이나 흐믓해 하셨습니다. 저 또한 위와같은 분위기와 더불어 부모님의 공덕으로 출가라는 은혜로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의 출가인연에 저의 어머니의 공덕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를 가졌을 당시 위암으로 투병중이셨습니다. 출산일이 가까워 오고 주위에서는 아이 낳기를 극구 반대했지만 부모님은 ‘ 제자로서 생명을 헤치는 일은 할 수 없다’하시며, 지극한 믿음과 정성으로 기도하시면서 출산을 결심하셨습니다. 결국 저는 세상을 볼 수 있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잦은 병고로 부모님의 걱정덩어리가 되어 성장했고 아버지께서는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저희 4남매를 길러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건강이 위험했던 어머니는 깊은 신심으로 가피를 입으셔서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제 곁에 함께 계셔주셨습니다. 커가면서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저는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대신해서 부엌일과 집안일을 해야 했고, 저희 형제들은 아버지를 도와 어머니의 병간호를 해야 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철없고 어리석기만 하던 저는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의 하늘같은 감사와 은혜를 생각하지 못하고, 늘 아프시기만 하던 어머니의 존재가 싫고 무거운 제 삶의 짐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출가를 한 지금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해주시고 저를 출가로 인도해주신 가장 큰 스승이셨습니다. 스물두살에 절에 가서 발원문을 듣고 출가를 결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저의 어머니의 죽음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삶과 죽음, 있다가도 없어지고, 기쁘다가도 고통스러워지는 이 한 생은 한바탕 광대놀이처럼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무상함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저는 출가를 위해 절에 찾아갔고, 지금 저의 은사스님은 출가를 위해 온 저에게 3일간 만배기도를 하면 삭을 허락하겠다고 하셨습니다. 108배도 한 번 해본 적 없는 저였지만 출가에 대한 염원이 간절하고 확고했으므로 전 오직 한마음으로 만배기도를 회향할 수 있었습니다. 만배기도를 회향한 그 날 아침, 노스님께서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와 같이 출가수행자로 새로운 인연과 생을 얻었으니 당당하고 진실하며 간절한 수행자가 되라는 말씀과 함께 삭발을 해주셨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비록 저의 모습을 보시지는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시고, 부처님께 감사드릴거라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어머니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의 공덕으로 이 세상에 나와 부처님 법을 만났고, 출가를 하여 부처님 법을 공부하게 된 지금 수행자로서 그 은덕을 갚을 수 있는 길은 「부모은중경」에서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듯이, 삼보를 공양하고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며, 끊임없이 참회하고 기도하며, 자비와 보시행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공덕을 말미암아 여러 부처님께서 항상 옹호하시어 저의 어머니와 더불어 모든 부모님들이 극락정토에 왕생하여 즐거움을 누리게 되길 발원하고 또 발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은중경>의 한 구절로 마무리할까합니다.


부모님의 크신 은혜 깊고 또한 무겁나니 사랑하고 보살피심 한순간도 쉼 없도다. 단 음식은 다 뱉으니 드실게 무엇이며

쓴 음식만 삼키어도 밝은 얼굴 잃지않네.

지중하신 사랑 따라 솟는 정이 한랑 없고

깊고 깊은 은혜따라 애절함이 더하누나.

어느 때나 잘 먹일 것 생각할 뿐 자비하신 어머니

굶주림도 마다 하지않네.


대중스님! 추운 날씨에 모두 건강조심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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