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내 마음 속 관세음보살님 -효성스님

가람지기 | 2007.01.21 13:19 | 조회 3913


“출가하면 후회안하겠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시주물이나 축내며 지낼꺼면 가지말고 가서 뭐라도 할 수 있음 우리가 허락할게...”


반갑습니다.

만인의 웃음보살이 되고자 서원하는 사교반 효성입니다. 위의 글귀는 제가 출가 결심을 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거사님께서 제게 넘지시 건 낸 말씀입니다. 저는 지금도 힘들 때 마다 그때 부모님의 말씀과 행동을 조금씩 생각하고 되새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대중스님!

목련나무의 겨울나기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몹시 추운 어느 날 정랑 가는 길...

항상 겨울이면 꿋꿋하게 서 있는 목련나무를 보며 ‘저 목련나무는 어떻게 겨울을 이겨낼까?’하고 하루는 궁금하여 다가가 유심히 나무를 들여 다 봤습니다. 봄에 하얀 목련을 피우기 위해 꽃 봉우리 하나하나가 털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감싸고 있는 듯... 꽃 봉우리의 털옷을 보자 저는 속가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추울까 걱정, 감기 걸릴까 걱정, 출가시키고도 마음 쓰시는 부모님... 항상 목련 꽃 봉우리의 털옷과 같은 부모님을...


오늘 저는 이 자리에까지 서게 해주신 마음 속 관세음보살님 두 분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6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갔었습니다. 그때 처음 뵙던 스님께서 보자마자 “영아, 너 커서 스님 되거리!”하셨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스님께서 하라고 하시니 마냥 좋은 건 줄 알고 “네”학 대답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때부터 저는 절을 우리 집 드나들듯 생활하였고 그렇게 세원은 차츰 흘렀습니다. 저는 한 번의 의심도 없이 커서 스님이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넓고 재밌는 세상에 내가 꼭 스님이 되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니 고민이라는 걸 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몇 일을 고민하다 저는 출가할 생각이 없어졌다고 부모님께 말하였더니 부모님께선 ‘괜찮다. 니 하고 싶은거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동생이 수능공부를 하러 방학을 맞아 절에 들어가게 되었고 저는 그 절에 우연히 가게 되어 하룻밤 자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밤늦게 선방문을 열고 큰 몽둥이를 든 스님을 따라 힘차게 포행하시는 스님들을 보았습니다. 씩씩하게 도량을 포행하시는 스님들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저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를 눈물이 나면서 나도 모르게 출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거룩하게만 보이는 스님들... 그날따라 왜 그리도 크게만 보이는지...


다시 출가 결심을 한 저는 확고한 저의 마음을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조용히 계시던 거사님께서 제게 하시는 말씀이 “영아, 조금 있으면 추운 겨울이니 내년 봄에 출가하면 안되겠니...”하시는 말씀에 저는 약속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따뜻한 봄날 너무도 담담하게...

꼭 정해진 길을 가는 것처럼 그렇게 두 분은 저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 후, 새벽부터 잠들기까지 생전 처음 해보는 일들로 하루를 보내는 행자생활이었고, 저의 부모님은 예전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시며, 절일이라면 집안일을 뒷전으로 하시고 앞장서서 도 맡아 하시곤 하셨습니다. 하루는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일이 궁금증으로 물려왔습니다. ‘왜 우리 부모님은 한 번이라도 내가 스님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여쭤 봤더니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보장된 목숨이 평생이라면 당연히 말렸겠지만 삶과 죽음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하시면 눈물을 감추셨습니다.

저는 이 바다와 같은 깊은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뼈를 깍는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자식이 간절히 원하는 길이기에 그냥 그렇게 보내 주셨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가시밭길도 마다않는 그분은 제 마음속 관세음보살님 이십니다.


이제는 딸이 아닌 스님의 인연.

아직 많은 법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공부하는데 제일 큰 힘이 되어준 그 분들과의 작은 약속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제게 “효성스님, 우리 다음 세상에는 부모자식의 인연이 아닌 부처님 제자로써 멋진 도반으로 다시 만납시다. 이 약속 절대 잊지 마세요.” 저는 그 말이 왜 그리 가슴이 찡하던지...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작은 소리로 네~ 하고 대답할 뿐 이었습니다. 금생에는 부모자식으로 만났지만 다음 생에는 또 저분들을 알아 볼 수 있을까? 이생에 지은 빚 다 갚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일지라도 부모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삼세의 모든 부처님 또한 있을 수 있을까요.

「부모은중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늙으신 부모나이 백살이 되었어도 여든 된 아들딸을 행여나 걱정하네.

부모의 깊은 은혜 어느 때 끊일 건가

이 몸이 다한 뒤에 있을지 없을 런지”


대중스님!

부모님 가슴에는 보이지 않는 큰 상처가 있답니다. 초심의 마음 잊지 마시고 조금이나마 그 큰 상처의 좋은 약이 될 수 있도록 정진 여일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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