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세가지 보물찾기 - 동우스님

가람지기 | 2007.04.25 13:38 | 조회 3010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동우입니다.

제가 오늘 할 이야기는 ‘강원4년 동안 3가지 보물을 찾아 오너라’입니다.

2년6개월의 본사 생활을 마치고 저에게 새로운 큰 물결을 만나야 할 때가 왔습니다.

어느 날 노스님께서 저를 부르십니다.

“그래, 너는 강원 어디로 결정했노?”

아무 대답을 못하고 있는 저에게 노스님은 뭔가 느낌이 이상한 것을 아시고

“네 혹시 강원 안 갈 생각이가?”

어느 강원 가고 싶느냐는 질문에 제 대답은

“노스님!, 저 공부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노스님께서는

“그래, 내가 네 공부 제대로 하도록 할려고 강원 어디 갈지 묻는 것 아니가”

며칠 후

“그래, 네 강원 결정했나?”

강원 가기를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저에게 노스님은 말씀하십니다.

“동우야!”

“내가 20살에 출가해서 지금까지 한 평생 동안 참선 공부만 했다. 그런 내가 강원가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안 있겠나? 내가 지금 발원하는 게 뭔 줄 아나? 다음 생에는 반드시 經보고 참선 공부하는 게 세세생생의 원이다. 요즘 그냥 쉽게 經을 접하니까 가볍게 생각하는데 우리 때는 안 그랬다. 다들 經한 권 보기 위해서 백일기도하고 봤다. 이 經도 복이 있어야 보는 거다.

순간 노스님의 간절함이 저를 전율케함과 동시에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무조건 서울 가고 싶다고 가는 것과 길을 알고 가는 것 중 어느 것이 낫겠느냐? 經은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자세히 가르쳐 주는 노정기와 같다. 우리가 중노릇 몇 년하고 말거가? 지금 조급한 마음에 선방가면 금방 깨달을 것 같지! 네 마음처럼 될 것 같으면 나는 벌써 노란부처가 돼서 법상에 올라앉아 있을거다.“ 라며 노스님의 설득강도가 점점 높아졌습니다.


강원 원서 마감 며칠을 앞두고 노스님은 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스님, 저 공부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빨리 가겠다는 생각 없습니다. 단지 정말 제가 제대로 공부 할 수 있는 길을 가고 싶습니다.” 노스님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씀드렸습니다.

“네가 정말 그런 생각이 있다면 강원 가거라”

그래도 여전히 묵묵부답인 저의 태도에

“좋다, 그래 네가 이 공부 할려고 부모, 형제, 세속에 있는 것 다 버리고 왔는데, 네 하고 싶은 거 해라. 하지만 너 이거는 염두해 둬라. 네가 어디를 가든 성공해도 네가 성공하는 거고 망해도 네가 망하는 거다. 모레까지 결정해 오너라” 하며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원서 마감 전날 노스님께 강원 가겠다고 저는 말합니다.

노스님께서 “그래, 결정 잘 했다. 지금은 강원4년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한 평생 중노릇하는데 소중한 밑천이 되는 기간이다. 그 4년이 결코 그냥 4년이 아니다. 강원가거든 3가지 보물을 꼭 찾아오너라.”이 말을 듣고 제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經, 도반, 뭔지 모를 하나가 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원 가기위해 떠나는 저에게 노스님은

“참선하는 마음으로, 안 놓치겠다는 마음으로 經봐라. 그리고 바다가 모든 것을 다 삼키지만은 시체만은 떠밀어 낸다. 네가 강원 가서 열심히 생활하지 않으면 바다가 시체를 밀어 내듯이 대중들이 너를 밀어낸다. 그냥 건성으로 4년 보낼 생각마라”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과 노스님께서 말씀하신 3가지 보물을 찾아야하는 숙제를 안고 이 운문사에 들어와 사교반이 되었습니다. 찾아야 할 보물이 막연하게만 생각되었던 經, 도반,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것을 이제 분명히 알겠는데 제 눈앞에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아직은 1년7개월이라는 기간이 남았으므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려 합니다.


지금은 안 계시지만 작년에 영덕 강사스님께서 수업 중에 저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합니다. 강원4년이 바깥생활 40년과 맞먹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 4년과 40년 너무 큰 차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강사스님은 우리가 보통사람들의 삶을 거슬러 산다는 것입니다. 바깥 사람들은 나이 들면 직장 구하고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세월을 역행해 산다는 것입니다. 정말 열심히 살면 우리의 4년이 바깥의 40년과 맞먹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4년과 40년이 맞먹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또 들은 말 중에 하나가 강원에서 정말 제대로 못살면 자갈치 시장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장사하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또 이 말을 듣고 갸웃뚱하며 무슨 말인지 생각해봅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장사하는 사람이나 우리나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이는 것은 같은데 그 사람들은 그날 하루의 장사가 직접 먹고 사는데 걸려있어서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이 공부의 절박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지금 당장 눈 앞의 먹고 사는데도 절박함을 느끼지 못한 채 시주물로 산다면 못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대중 스님 여러분!

이 운문사는 강사 스님들도 많고, 대중도 많고, 법당도 많고, 도량도 넓고, 보름마다 한 번씩 쉬고, 소임도 다양하게 많고, 책도 많고, 특강도 많고, 주위에 산과 계곡도 많습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이 곳에서 4년을 40년처럼 살겠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세 가지 보물찾기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중 스님 여러분 어떻습니까?

대중 스님들도 한 번 찾아보겠다는 유혹을 느끼십니까?

행동으로 옮길 만큼의 강한 유혹을 받았으면 하는 저의 바램입니다.

각자 찾은 보물을 4년 후 회향할 때 도반스님들과 함께 한다면 그 보물의 가치가 더욱더 배로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물을 찾기로 결심하신 분은 보물을 찾을 때 까지 결코 곡괭이질을 멈추지 마십시오. 하늘이 덮을 수도 없고 땅이 실을 수도 없는 이 소중한 불법의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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