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우리의 노래, 깨달음의 노래 - 정안스님

가람지기 | 2007.09.24 07:13 | 조회 3181

상래소수공덕해요 회향삼처실원만을

봉위주상전하수만세요 왕비전하 수제년에

세자전하 수천추요... 국태민안법륜전이라

나~ 무~ 아~ 미~ 타~ 불...


안녕하십니까? 우리의 노래, 깨달음의 노래를 찾아 헤매는 사교반 정안입니다. 이 노래는 불교에 대한 간절한 발원을 통해 소망실현을 이루려는“보렴”이라는 불교민요입니다. 남도소리“보렴”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부처님께 올리는 축원문을 소리지어 찬탄하였기에 더욱 불교의 생활화에 가장 접근한 노래의 역할을 했습니다. 보렴 이외에도 회심곡, 산재노래, 염불노래, 찬불노래, 탑돌이노래, 극락비는 노래, 산타령, 창세요 등 다수의 불교민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불교민요는 비전문적인 민중의 노래로서 민간에 토착화된 불교사상을 배경으로 전승력을 유지하고 있는 세속화된 노래, 그리고 불교적 세계관을 담은 노래를 말합니다.

이러한 불교민요 가운데에는 신라왕실 중심의 귀족적인 불교형태에서 불교대중화가 요구되는 시대적 전환기에 덩실덩실 신명나게 무애춤을 추며, 시전골목 이곳 저곳에서 가슴 절절이 민중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울려 퍼졌던 원효스님의 <무애가>가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노래를 향가계열의 노래로 규정하는 부분도 있으나 본인은 민요계열의 가요임을 추정하며, 치문시절부터 저만의 연구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간략히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효스님은 一心사상을 근거로 현실적인 모든 쟁론을 회통하는 화쟁사상을 구축하며 신라의 불국토화를 실현하기 위해 아미타 신앙과 미륵신앙을 결합한 독특한 정토사상을 창출하여 통속적인 불교대중화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고대로부터 우리민족이 불러왔던 민요의 창법을 차용하여 <무애가>를 짓고, 나무아미타불의 후렴구를 삽입하여 무지몽매한 무리들까지도 모두 불타의 이름을 알게 했습니다. 그리고,“무애호”라는 조롱박을 들고 소위 광대들의 병신춤이나 거지춤과 같은 허튼춤을 추며 일상의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장, 일체무애인이 생사를 벗어나는 해탈과 신명의 장으로 모든 이들을 저 극락정토로 이끄는 독특한 난장의 세계를 창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동적인 불교경전의 내용이나 불교고사를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작중인물들의 행동이나 표정까지 연출하여 가장 민중적이고 보편적인 1인 불교연극으로 승화시켰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바로 원효스님은 가창, 가무, 강창의 연극적 기능이 포괄된 연희적 포교행각을 펼치신 겁니다. 저는 이를 원효스님의 “무애가무극”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연구 내내 우리 민요와 마당극에 대한 애착과 습이 출가이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내심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원효스님이 일생 펼쳐놓았던 걸림 없이 자유자재한 삶, 그리고 불교문화 예술적 포교의 전형“무애가무극”창출은 불교에 대한 새로운 경이감과 재발심을 불러일으키며 수행전망에 나침반을 제시해 줬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수도자로써 예술가의 생을 살라고 유혹합니다. 이제 저의 원력이라면 원효스님의“무애가무극”을 복원하고, 불교민요연구 및 창작, 불교설화 등 불교관련 이야기들을 극작하여 현대적인 불교연극을 만들어 불교문화예술 창출로써, 불교대중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 순간마다 수행자로써 본분을 잊지 않고, 뚜렷한 정견을 세우며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부지런히 수행 정진할 것입니다.

대중스님들!!!

점점 깊어가는 가을, 뭔가 채워지지 않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모아 그 원대한 포부와 원력에 힘을 실어 한층 풍성하고 활기찬 강원생활 이루어 나가시길 발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작민요로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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