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 민재스님

가람지기 | 2007.09.24 15:32 | 조회 3043

대중스님들께서는 하루 중 우리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마다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을텐데요, 저는“합장”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합장은 예불이나 법회 등의 불교 의식과 생활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쓰이는 예법입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우리는 이 합장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불교를 배우는 초심자에게‘합장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어떤 의미가 있으며 절은 이렇게 한다.’라고 자세히 가르쳐 주는 경우는 드물며 이런 예법에 대해 자세히 묻는 사람 또한 잘 없을 것입니다. 절에 가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게 인사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합장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동국대에 입학하고 많은 스님들을 보면서였습니다. 학교에서 오가며 인사할 때, 대체로 스님들의 합장한 두 손은 배 앞에 있으며, 손끝은 상대방을 찌를 것 같은 자세로 꼭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고 마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처음엔 바빠서 저러시나, 법납이 많으면 저렇게 합장하고 인사해도 되는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습관”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대학 다니면서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결과 비구니 스님보다는 비구 스님이, 젊은 학인스님 보다는 법납이 있으신 스님들이 앞의 경우와 같은 합장으로 인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어느 날, 기숙사 룸메이트 스님에게“스님, 대부분 스님들의 합장이 왜 그렇게 여법하지 못할까요?”라고 나름대로 진지하게 물었더니, 저에게 되돌아 온 답은“원래 그래”라는 말과 함께 별게 다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머쓱해진 저는 합장에 너무 과민반응을 보였나 싶어 더 이상 합장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곳 운문사에 와서 보니 합장에 대한 저의 생각들이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학장스님과 이하 여러 어른 스님들께서 합장하시는 모습을 보고 법납이 또는 연세가 많다고 해서 합장까지 흐트러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학감스님께서는 우리 학인들에게 바른 합장을 누누이 강조하시듯이, 보이는 모습이 수행자의 전부가 아니지만 그래도 보이는 모습에서 우리가 수행자임을 알리고 또 스스로를 반조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 승가에서 필수불가결한 이 합장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합장일까요?

모을 合, 손바닥 掌. 합장은 두 손을 합한다는 뜻으로 흩어져 있던 자신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공손한 마음으로 바로 선 자세에서 두 손을 심장 위치에서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되, 이 때 양손바닥은 서로 밀착되어 빈틈이 없어야 하며 손가락 사이가 벌어져서도 안 됩니다. 이와 같은 바른 합장은 합장하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으며, 생체 역학적으로 검토하면 인체의 기둥인 척추를 축으로 하여 인체를 좌우대칭의 균형 상태로 만든다고 합니다. 또한 손바닥에는 중요한 경락이 흐르는데 합장을 통해서 좌우의 기가 모아져 전신의 기의 흐름을 조화롭게 만든다고 한의학에서는 말합니다.

또 일타스님께서는 합장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바깥 대상을 향해 흩어지는 우리의 감각기관을

잘 거두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합장을 할 때 다섯 손가락을 붙이는 이유이다.

나와 남 , 본질과 작용으로 구분되는 손을 하나 되게 붙임으로써

둘이 아닌 일심의 경지로 나아감을 나타내게 될 뿐 아니라,

動靜과 自他의 화합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至心合掌)을 할 때 일체의 번뇌망상은

저절로 자취를 감추게 되며, 모든 허물은 허물어지기 마련인 것이다


즉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은 마음이 진실해지는 것이며 지극해 지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경전을 읽거나 염불을 하고 절을 하게 되면 시종일관 흐트러짐이 없이 그것에 몰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승가에서는 서로 만나면 합장 저두를 하는데요, 이러한 합장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의 진리 위에 합쳐진 한 생명으로서 존중하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도량에 오갈 때 합장 저두 바르게 안한다고 걱정하는 상반스님의 모습대신 바른 합장으로서 상 ․ 하반의 관계가 아닌 불법 속에서 하나임을 자각하여 평등심으로, 공경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인사라면 그것 또한 배우는 학인의 참모습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새벽 예불 모실 때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마음가짐이 흩뜨려져 합장한 두 손이 자꾸만 아래를 향할 때 모든 정성을 다하여 일심으로, 부처님께 돌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합장을 가다듬는 수행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시작이 좋으면 과정과 결과도 좋아집니다. 합장은 그런 시작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제자라면 누구나 하는 합장이지만 수행자가 하는 합장은 여법하고, 진실하며, 또한 지극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아무 의미 없이 습관처럼 하는 이 합장을 단 한번을 하더라도 일심으로, 지극한 마음으로 바르게 한다면 朝夫暮聖(조부모성) 즉 아침의 범부가 저녁에는 성인이 되는 경지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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