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서원 - 정경스님

가람지기 | 2007.11.05 13:17 | 조회 2797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정경입니다.

어린 시절 불심이 돈독하셨던 부모님 영향으로 절에 갈 기회가 많아 스님들을 자주 뵙게 되었는데 그때 제 눈에 비친 스님들은 신도님들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주시는 훌륭한 분인 것 같으나 생황이 어렵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보다 몇 살 위인 그 절의 동자승은 법당에서 목탁을 치며 제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경을 외우며 예불을 올리고 주지스님과 함께 불공을 드리기도 하며 힘든 모습 보다는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럽거나 출가할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그때는 시절인연이 도래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세속을 떠나는 일 하기 싶다 말을 마소, 숙세에 쌓아 놓은 선근 없이 아니 되네 나~무아미타불”

“황금과 백옷만이 귀한 줄을 아지 마소, 가사 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나~무아미타불”

이후 성장해 가며 가슴은 답답하고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산골짜기의 그 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출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절에 열심히 다니며 부처님께 기도를 드려 보자는 생각에 친구가 다닌다는 절을 따라갔습니다.

마침 법회일이라 스님께서 법문을 하셨는데 ‘불자라면 지혜와 자비심이 있어 보살행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원력을 세우고 생활에 충실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면 지혜가 밝아지고 자비심이 생겨나서 그 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법문이었습니다.

저는 답답했던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듯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부처님 저는 부족함이 많아 출가 수행자로서 삶은 제복이 미치지 못하는듯하나 열심히 기도 정진하여 제게 밝은 지혜가 생겨나고 자비심이 충만해져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살행을 실천함에 결코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굳건한 용기와 희망과 기회를 주시고 주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 주소서”

그날 이후 20여년을 저는 부처님 전에 예배 할 적마다‘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불보살님의 명호를 염하기보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염하며 일배 일배를 올리며 부처님 전에 원을 세우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발원이 있으며 그 발원을 성취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노력여하에 따라 결과가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제가 뒤늦게나마 출가하여 강원생활을 하게 된 것 또한 오래전부터 제가 간절히 원하고 수없이 염원했던 그 발원의 결과이며 그 발원에 잠재되어 있던 의식들이 내 행동에 작용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출가하여 첫 삭발을 하던 날 은사스님께서는 진심(嗔心)내지 말고 보살이 되라 말씀하시고 제가 장애 없이 출가 수행자로서 열심히 수행정진 할 수 있도록 축원 불공을 해 주셨던 사숙님께서는 제게 출가 동기를 물어 보시고 서원을 세워 수행정진 해야 한다며 사홍서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시미니계를 받은 후에도 서원을 세웠는가? 하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강사스님께서도 “마음동기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그러니 늘 큰 원력을 세워 부지런히 수행 정진해야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뚜렷한 목적 즉 서원을 세워 열심히 수행정진하며 수시로 그 결과를 점검해 보아야 바른길(正道)로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스님들께서는 어떤 서원을 세워 수행 정진하고 계십니까? 만약 본인의 근기에 너무 허황한 원을 세우거나 원을 세우고도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거나 자신이 세운원이 비도덕적 비사회적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원이 아니라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이 욕심일 것입니다. 출가 수행자라면 일체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큰 서원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삼계의 대도사이시며 사생의 자부이신 거룩하신 부처님 제게 금강석 같이 견고한 신심을 일으켜 저 마음속 깊이 잠재해 있는 탐내는 마음을 여의어 일상에서 少欲知足하며 성내는 마음을 여의어 자비심으로 세상을 대하며 어리석은 마음을 여의어 밝은 지혜가 생겨나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자세로 수행정진하며 상구보리 하화중생 보살의 삶을 살아가는 참된 수행인 되게 하소서.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대중 스님 여러분! 정진 여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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