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출가 - 금룡스님

가람지기 | 2007.11.05 13:34 | 조회 3081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금룡입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안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산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을 건지기 위해서이다.

선가귀감에 실린 이글은 중노릇 하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뜻있는 일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말입니다.

대중스님들께서는 왜 출가하셨습니까? 처음 출가할 때의 그 마음이 아직도 여여하십니까? 대부분의 경우 삶과 죽음에 대한 무상함, 인생에 대한 고뇌, 존재의 이유에대한 철학적인 번민으로부터의 해결방안으로 출가를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 인생에 대해서 갈등 혹은 고뇌를 해 본적이 없습니다. 부모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직장생활은 늘 3개월을 넘겨본 적이 없었고, 첫 월급은 부모님께 속옷을 사드리는 것이라고 해서 저의 부모님은 저한테 받은 속옷만 하여도 아마 수십 벌은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내 삶은 왜 이럴까?’ 라고 고민한 것이 아니라 ‘아! 이것이 나의 운명이구나.’ 라고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럴 즈음 가끔 속가 보살님을 따라 절에 가곤 했는데, 잿빛 승복을 입고 밀짚모자에 걸망 메고 다니는 스님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고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여서 문득 ‘출가하면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멋진 자유인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출가 이유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쉽게 허락하지 않으셨지만 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아셨는지 아니면, 저의 고질병인 삼 개월 고비를 기대하셨는지 끝내는 허락하셨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져 버리고 지금은 출가한지 5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설거지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던 저의 생각과는 달리 비로소 인생이 苦임을 뼈저리게 느꼈던 고단한 행자시절 이었습니다. 고생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모든 것이 생소한지라 하는 일마다 실수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른스님 속옷을 삶다 태우고, 풀 빨래 다림질을 하다 태우고, 약 데워드리다 약은 고사하고 냄비뚜껑까지 눌러 앉게 한 일은 물론, 채공소임 살면서 가지를 찜기에 올려놓고는 냄새가 나서 보니 센 불에 너무 오래 두었던 탓인지 찜기 바닥은 구멍이 나있었고 가지는 숯이 되어버린 일 등 엄청난 사건들이 거의 매일 일어났습니다. 참다못한 노스님께서 가스 경보기까지 설치할 정도로 태우고 또 태웠습니다. 수행의 불꽃을 태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가끔씩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문득문득 생각했습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사는가?” 멋과 자유를 느끼기는커녕 아무런 즐거움도 없이 그저 힘들기만 한 생활이었습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걸망과 밀짚모자의 자유를 희망하며 이렇게 강원에 오고 보니 정작 수업시간은 졸음 아니면 혼침에 빠져있고 저의 마음은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던 강원에 왠 운력은 이렇게나 많으며, 왜 광동그릇은 여유 있게 있지 않고 오직 6개만 있어 혹여 하나라도 없어질까 마음 졸이며 소임 살아야 하고, 풀도 자연의 일부인데 꽃과 같이 아름답게 보면 될 것을 뽑고 또 뽑아야 하는지... 더구나 잔디밭의 풀은 잔디인지 풀인지 구분도 안 되는데 어찌 가려서 뽑으라하는지 등등....

이러한 일상들이 내게 자유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번뇌 망상에 속박되어 자신을 얽어매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번뇌로 가득한데 어디서 자유를 찾을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자유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자유는 밀짚모자에도 걸망에도 없었습니다. 보여 지는 겉모습에서 자유를 찾을 것이 아니라 옳다, 그르다, 좋다, 싫다 등의 일체 망념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온전히 살아갈 때 자유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운력 할 때는 열심히 운력하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여 자기 자신이 지금 현재하고 있는 일을 오롯이 할 때 그것이 바로 걸림 없는 자유로운 삶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리는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평범함 속에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대중스님들께서는 과연 얼마나 실천하고 계십니까? 불교는 실천입니다.

念起卽覺 이니 覺之卽無

修行妙門 唯在此也니라

망념이 일어난즉 곧 알아차려야 함이니

알아차린즉 망념이 곧 없어짐이라

수행의 묘문이 오직 여기에 있음이라.

대중스님!

자유를 원하십니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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