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自燈明 法燈明 - 원덕스님

가람지기 | 2007.11.06 20:25 | 조회 3166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저희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또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법을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라. 부지런히 정진하라.

自燈明 自歸依 法燈明 法歸依 (자등명 자귀의 법등명 법귀의)


졸업 할 때가 가까워올 즈음 뒤늦게 철들어가는 대교반 원덕입니다.


지금 제가 말씀 드린 것은 부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 아난에게 남겨주신 유훈이자, 불교의 근본사상을 밝혀 보이신 대 진언(大眞言) 입니다.

우리주변을 둘러보면 부모가 죽어가면서 남긴 유언을 듣고 그 뜻을 거스르는 자식은 드물 것입니다. 사는 내내 가슴 한 켠에 그 말씀을 묻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승가도 이와 같이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풍성한 가르침의 비를 많이 내리셨지만, 그중에서도 열반에 드시기 전 남기신 말씀은 그 분을 따르는 우리가 가슴 깊숙이 새겨야할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신 후 스승을 잃고 혼란스러워 할 제자들에게 ‘스스로에게 지닌 佛性에 의지하고 힘써 수행하라’고 강조 하셨습니다.

아니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어 나를 믿으라고?..........?????

뭣 모르던 때에는 ‘나를 의지하라’ 는 말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강원이라는 대중 속에서 생활하면서 내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고 보잘 것 없음을 느끼면서 진정으로 “나”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自燈明은 내안에 항상 존재하는 영원불변의 진리를 발견하여 걸림 없이 당당하고, 진정한 자유인이 되라는 뜻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르침이 작은 경계에도 크게 흔들리는 나약한 제게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사람이 영험하다는 약을 만난 것처럼 큰 힘이 되었습니다.


흔히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고들 말합니다.

그 무한한 외로움에서 오는 두려움과 고통으로 우린 홀로서기를 거부하고 사람이나 이념 등 무언가에 소속되어 안정을 얻으려고 애를 씁니다.

물론 저의 일상생활을 되돌아봐도 그렇습니다. 분수 밖의 것을 탐하고, 걸핏하면 화내고, 남을 미워하거나 시기하며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만큼 꽉 막혀 있는 어리석은 일상에 마음이 끌려 다니는 부끄러운 모습들뿐입니다.

삭발염의를 하고 출가를 하던 그날, ‘고독과 외로움을 즐기는 출가수행자’가 되리라 다짐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진정으로 내 것이 아닌 삶을 살아 온 것입니다.

내가 믿고 따르는 부처님께서 당신이 설하신 진리의 가르침을 등불로 삼고 내 안의 “ 참나”를 믿으라 간곡히 유훈으로 말씀하셨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나의 부모 같은 부처님께서 당신이 돌아가신 후 늦둥이 자식인 제가 혼자 남아 마냥 울고만 있을 것 같아 염려해 저를 위해 남기신 듯한 이 유훈을 졸업하여 이 도량을 떠나기 전 가슴 깊숙이 새길 수 있어 감사 하고 또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 이 귀한 자리를 빌려 대중 스님들께 그리고 제 자신에게 약속을 하고자 합니다.

당당하고 떳떳하고 자유로운 수행자가 되겠다고, 주위의 환경이나 조건들, 그 어떠한 어려운 경계에도 이끌리지 않고 내 안에서 스스로 행복한 영혼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끝으로 숫타니파타 의 한 구절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마음이 어두워서는 안 된다.

또한 쓸데없이 많은 것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걸림 없이, 청정한 수행을 궁극의 의지 처로 삼으라.


대중스님!

각자의 일을 기꺼이 맞이하는 정진력과 이 계절의 상서로운 기운이 한 대 어우러져 저마다의 올곧은 바람이 알알이 영글어지는 부처님의 도량 안에서 정진 여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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