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화 -도원 스님-

가람지기 | 2007.12.15 13:30 | 조회 2962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도원입니다.


어느 날 헤라클레스가 좁은 길을 가다가 길 한가운데에 사과크기만한 물건이 떨어져있는걸 보게 됩니다.

“천하에서 제일 힘센 나의 앞길을 방해하다니”

그는 그 물건을 발로 찼습니다. 그러자 그 물건은 수박처럼 커졌고 화가 난 그는 다시 힘껏 찼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바위만큼이나 커져버렸고 너무나 화가 난 그는 그 물건을 집어던지려 애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커져서 마침내 산더미 만해 졌습니다. 산더미 만해진 물건에 눌려 험상 굿은 얼굴로 변해버린 그의 앞에 아테네여신이 나타났고 그녀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자 순식간에 그 물건은 원래의 크기가 되어 길모퉁이에 떨어졌습니다. 놀란 헤라클레스에게 아테네여신은 말합니다.

“그것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 마음속에 있는 화와 같아서 건드리지 않고 두면 작지만 건드릴수록 더 커지는 거랍니다. 화는 낼수록 더 커지는 법이죠 조금만 참으면 곧 잊어지는 것이 마음속의 화니까요”


우리는 모두 화를 안고 살아갑니다. 표현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화를 낸다는 건 웃고 우는 것처럼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입니다. 하지만 그 표현이 지나칠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화를 내다보면 화내는 데만 급급해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려고만 합니다. 타인을 응징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분노가 줄어들 거라 믿지만 상대는 더욱 내 마음을 상하게 함으로 화가 더 커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음의 상처에서 생겨나 끝내는 습관이 되는 화! 이런 화를 조절하지 못하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화가 닥쳤을 때 감정표현을 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억제하면 스트레스와 관련한 호르몬이 증가해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암 발생 확률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에, 참을성이 적어 흥분을 잘 하고 작은 일에도 화를 크게 낸다면 심장병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이런 화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그 때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격렬한 감정을 누그러뜨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화가 났을 때는 말을 아끼고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으면 상대방에게 무엇 때문에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일러줘야 상대방도 또다시 같은 일로 화를 불러오지 않을 것입니다.


또 자신이 어떨 때 화를 내는지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화를 낸 경험을 떠올려 봅시다. 출가 전 저는 가족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화를 자주 내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싫은 사람은 보지 않고 듣기 싫은 소리는 듣지 않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65일 늘 함께 생활해야만 하는 강원에서의 화는 말 그대로 생활이 되어 있습니다.

대중스님들께서는 어떨 때 화가 나십니까? 우리는 대부분 내게 손해를 입히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냅니다. 낮선 사람보다는 가까이 있는 사람 윗사람 보다는 아랫사람에게 더 많이 화를 내게 됩니다. 나와 관련된 것은 손해 봐서는 안 되고 무시당해서도 안 된다는 욕심 때문에 화를 내게 됩니다. 기대하는 것이 있고 바라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을 때 화를 냅니다.


이러한 욕심과 집착, 어리석음을 한 번에 날리는 신통한 방법은 없습니다. 단지 일상 속에서 욕심과 집착 어리석음에 끌리지 않도록 정신 차리는 일, 깨어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비록 순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더라도 내 욕심은 아니었는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은 없는지, 이 일이 내게 일어난 깊은 뜻은 무엇인지 하는 겸허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면 화가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화를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 화를 바라보고 다스릴 수 있게 된다면 화도 좋은 방편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상대에게 강력한 요구를 하거나 필요에 의해 화를 내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이성을 잃은 화는 상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만을 남기지만 조절할 수 있는 화는 좋은 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통제되지 않은 감정이 아닌 표현의 수단이기 때문에 적절히만 사용된다면 뒤끝 없는 좋은 방편이 될 것입니다. 대중스님들께서는 화마에 휘둘리지 않고 화를 지혜롭게 쓸 줄 아는 수행자 되시기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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