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간절히 기도합시다-우진스님-

가람지기 | 2007.12.28 11:17 | 조회 3455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우진입니다.

출가하기 전에는 절집에 살면 기도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제가 기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에 자는 시간과 새벽뿐이었습니다. 법당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 마음대로 그곳에 가지 못한다는 것이 참 서글펐습니다.

저는 제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부처님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말씀드립니다. 살아온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기도를 할 때면 그 나머지 시간의 몫까지 온 마음을 실어서 정성껏 합니다.

저희 절에는 약사전이 있습니다. 부전스님이 따로 없고, 그 철마다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싶은 스님이 부전을 살기도 하고, 결제철이면 선방스님이 부전을 살기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간혹 부전 자리가 빌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재무 소임을 살고 있는 큰 사형님께 “제가 부전을 살면 안 될까요?”라고 두 번이나 말씀을 드렸는데, 두 번 다, “안 돼.”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었습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울력밖에 없다는 사실에 온 몸에 있는 기운이 쫙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 간청했습니다.

“부처님, 절 좀 밀어지내 마시고, 거절하지 마시고 받아주십시오.”

이러던 중 하안거 결제날이 되고, 큰방 공사날 약사전 부전스님을 뽑는데, 선방 스님 중 누구도 나서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은사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우진이가 해라.”

‘세상에 이런 일이. 부처님, 신장님 감사합니다. 중노릇 잘 하겠습니다. 중노릇 잘 하겠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새겼습니다.

본격적으로 소임을 살고 있는데, 다른 법당의 부전스님들이 몸이 아파서 소임을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대타’까지 두 곳의 법당에서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일들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었던 기도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이 힘들다거나 몸이 피곤하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희 은사스님께서도 “우진이가 기도 복이 많구나.”라고 말씀하시며 기운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중에도 향로각이라는 전각의 부전스님이 사정이 생겨, 제가 대타를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도는 강원 오기 전의 기도와는 또 달랐습니다. 방학이 끝난 후 다시 강원에 돌아와서도 그 때의 기도를 못 잊어서 많은 시간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 때라도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잘 들여다 보십시오. 힘들고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이겨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확신을 주는 것이 바로 기도의 힘입니다.

기도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성을 다한다면, 업장도 소멸되고 건강과 행복이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의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이야말로 진정한 기도가 아닐까 합니다.

기도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현재 어떤 위치에,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기도하는 마음과 자세를 항상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늘 함께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반드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서원을 세워야 합니다. 서원은 본인 스스로 어떤 일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런 다음에 참회해야 합니다. 身口意로 지은 삼업이 청정치 못하다면 서원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기도는 바른 길을 가리키는 길잡이입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는 한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타스님께서는 “기도는 꿈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일념삼매에 젖어들게 되면, 깨달음의 문이 저절로 열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혀 좌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불보살님전에 진정으로 참회하고 간절하게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면, 부처님의 가호가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간절한 기도로 수행하면서 일어나는 장애를 극복합시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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