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대중생활을 잘 한다는 것은 - 현담스님

운문사 | 2006.07.17 12:51 | 조회 3045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현담입니다.

설레임으로 부푼 꿈을 안고 입학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무더운 여름 사교의 중턱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아쉬운 것들도 많고 매순간 참으로 많이 소홀히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강원생활을 하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은 대중 화합입니다. 입학하면서부터 다친 팔로 시작한 강원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치문 첫 철은 모든 것에 기꺼이 자신감을 가지고 소임에, 작성에, 정신없이 한 철을 훌쩍 보냈습니다. 하지만 철이 지나갈수록 팔의 통증이 심해져 반스님들과의 관계에서 겉돌기 시작했습니다. 소임을 뽑을 때마다 가슴 졸이며 무엇을 살아야할지, 아니면 이대로 강원을 그만두어야할지 수많은 갈등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참으로 좋은 선지식이 많습니다. 바로 내 옆에 있는 도반스님들입니다. 나로 인해 힘들고 어려워도 그 짐을 기꺼이 함께 나누어 준 소중한 도반스님들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자 삭발염의하여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는 오늘 승려의 구성원인 승려가 서로서로 화합하여 애경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육종의 법으로 『祖庭事苑錄』『懷禪師前錄』에 수록되어 있는 六和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계로 화합해서 함께 수행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이유는 악을 막고 선을 증장하고 교단의 질서를 확립해서 청정한 교법이 오래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대중이 화합하기위해서는 계율뿐만 아니라 정해진 청규를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몸으로 화합해서 함께 머물러 생활하는 것입니다.

대중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것은 수행을 잘 해서 각자 출가한 근본 목적을 이루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수행해 나가는데 필요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소임이 필요합니다. 우리 각자가 맡은 역할을 정성스럽게 해 나갈 때 화합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입으로 화합해서 다툼이 없는 것입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입니다. 언제나 진실하며 수순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할 때만이 다툼이 없습니다. 다툼은 말에서 시작되어 마지막에는 자신의 몸까지 상하게 하고 뜻마저 버리게 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뜻으로 화합해서 함께 기뻐하는 것입니다.

『계초심학입문』에서 이르기를 “但依金口聖言이언정 莫順庸流妄說이어다(다만, 부처님의 성스러운 말씀에만 의지할지언정 용렬한 무리들의 허망한 말을 따르지 말지어다)” 우리는 참으로 많은 시비에 걸려들어 옳고 그름을 따집니다. 출가 수행자는 바른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화합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바른 견해로 화합해서 함께 이해하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본다는 것은 붓다의 가르침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있는 그대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화시켜야 합니다. 모든 사물을 바라볼 때 우리는 자기가 느끼고 보는 것만 옳다고 여길 때가 많습니다. 올바른 정진으로 “참나”를 바라보는 慧眼을 열어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서로를 포용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이익으로 화합해서 함께 균등히 나누는 것입니다.

공양물을 나누다보면 어른스님에서 행자님까지 내용물이 어떤 것이든 똑같이 나누게 됩니다. 봄방학에 공양 들어온 과자의 양은 원주실 함 켠을 꽉 채웁니다. 어른스님들께서야 좋아하시지 않겠지만 대중의 공양물이란 피해갈 수 없는 법. 법납에 상관없이 균등히 나누는 공양물을 바라보며 그 속에는 참으로 평등함이 묻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공양물을 받거나 사중의 물건을 함께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시은에 감사해야하며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종무소 중앙에 한쪽은 「六和堂」이라는 현판이 나란히 마주보고 있습니다. 많은 대중이 수없이 지나가는 곳에 붙어 있는 것은 잘 화합하고 조화롭게 살라는 가르침일 것입니다. 물론 대중의 화합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공경하는 마음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지만 서로를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대중이란 서로서로가 연결된 고리와 같습니다. 그래서 화합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근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는 대중인 만큼 생각도 다양하고 가치관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최대한 인정하면서 포용하고 서로를 탁마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도반은 내 자신이 보지 못하는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게 하는 선지식들입니다. 지금 이곳이 아니면 이 많은 대중이 어떻게 만나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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