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평등한 마음 수행하기 - 효근스님

가람지기 | 2007.07.07 10:56 | 조회 3153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효근입니다.

오늘 법문은 어떤 스님께 있었던 일화를 들려드리며 시작할까 합니다.

하루는 그 스님께서 서울 시청앞 모호텔에 가실 일이 생겼습니다. 평상시 스님께서 관심있어 하시는 주제의 국제모임이었고, 또 간단한 발표도 부탁받으셨기 때문입니다. 바쁘신 일정에 허둥지둥 시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시고 호텔에 도착하셨습니다. 차들이 무척 붐볐으나, 스님께서 타신 차는 요리조리 뚫고 들어가 정문앞에 섰고, 스님은 내리시려고 문을 여셨습니다. 그런데 안내원이 쏜살같이 오더니 스님의 차 문을 닫아버리며, 차를 앞으로 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뒤들 돌아보니 차들이 매우 많았기에 차를 앞으로 조금 전진시키게 했습니다. 그런데 내리려고 하니 안내원이 달려와서는 또 문을 닫고 큰소리로 차를 빼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기를 서너차례 스님께서 타신 차는 호텔 모퉁이를 벗어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시작시간은 가까워 오고 이제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에 스님은 그곳에서 하차하셨고, 마침 그곳엔 제지하는 안내원이 없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빠른걸음으로 정문으로 가셨고, 스님을 제지했던 그 안내원에게 초대장을 내미니,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스님을 안으로 들어가시게 했습니다. 스님께 왜 이런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날 호텔에 왔던 차들은 거의 모두 검정색이었고 호텔에 왔던 차들은 거의 모두 검정색이었고 차크기는 스님차의 2배는 돼 보였습니다. 스님의 차는? 하얀색 티코였습니다.

지구상 어디에서나 인종, 빈부, 출신배경, 여성과 남성, 학력, 나이 등등의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생각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아마도 세계 최초의 평등주의자가 아니셨나 생각됩니다.

- 모두 잘 아시는 이발사 우팔리존자, 92세의 마지막 제자 수발다라, 여성수행자 마하파자파티 - 숫타니파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노동자일지라도 재화를 모으는데 성공한다면 바라문을 하인으로 부릴 수 있다. 하위계급의 사람이 지핀 불이 바라문이 지핀 불보다 덜 밝은 것은 아니다.’

‘또한 사람의 귀천이란 인종이나 가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행위에 달려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평등한 존재다. 누구든지 번뇌가 없어지고 청정한 계행이 성취되어 생사의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고 지혜를 얻어 해탈을 얻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사성계급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등심을 어떻게 닦아 나아가야 할까요?


첫째는 제법의 보편적인 성질인 무상을 바탕으로 똑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집착도 증오도 갖지 않는 연습을 해야할 것입니다.

어렸을적에 한번쯤은 나도 아무아무개의 엄마, 아빠같은 부모를 가졌으면 하고 생각해 봤을테고, 이런 식으로 지금은 아무개 도반스님의 은사스님은 이렇다는데 하며, 지금의 은사스님이 아닌 다른 스님을 은사스님으로 했으면 하는 생각을 낸 적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마음은 같은 대상을 두고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그러므로 집착이나 증오의 마음이 일어날 때 이 무상함을 생각하며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할 것입니다.

둘째는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입장바꾸어보기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특정한 그룹, 예를들면, 나는 키작은 사람들이 싫다. 흑인들이 싫다. 가난한 사람들이 싫다 할때, 나 또한 전생이 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또 싫어하면서 닮는다고, 이런 싫다는 분별심이 내생에 나를 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복적인 연습으로 싫은 감정을 버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연기법을 바탕으로 인연연기를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연습합니다. 아무도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복도 주고 받고, 빚도 지고 갚습니다. 가끔 우리는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자신을 화나게 하는 또는 주위에 있기만 해도 자신을 곤궁에 빠뜨리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진실로는 아무도 나를 화나게 한 것이 아니고, 곤궁에 빠뜨리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진실로는 아무도 나를 화나게 한 것이 아니고, 곤궁에 처하게 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자기 자신이 그런저런 생각을 내는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범부중생의 표현으로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 얽히게 만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것을 미움이나 분노로 다스리는 대신, 내가 전생의 어느 시점에서 지었던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껄끄러운 관계를 빚갚고, 이 생에서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이든 분별심과 분노가 일어나게 되면 그것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줄 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꼭 자주자주 상기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마음들여다보기를 익히다보면 집착, 분별심, 증오심 등 부정적인 면이 차츰 줄어들고, 긍정적이며, 자비한 마음으로 모든 대상을 평등하게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점점 가깝게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 눈을 감아 주십시오. 언젠간 한번쯤은 보셨을 캄캄한 밤하늘, 그리고 그 하늘에 있었던 수많은 별들을 그려보며, 편안학 호흡해 주십시오.


발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지만

별들은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모두가 절대 평등하다


밝은 별, 어두운 별, 큰 별, 작은 별

먼 별, 가까운 별, 태어나는 별, 소멸하는 별

천차만별의 차별을 보이지만

차별 속에 모든 별은 그대로 장엄한 밤하늘을 이룬다


화엄의 세계, 보현행원의 세계도 그러하니

모든 생명이 크고 작고 나고 죽는 차별을 보이지만

모든 생명은 있는 그대로 평등하며

모두가 진리의 나툼에 다름 아니다


비록 찰나를 살고

티끌처럼 사라질지라도


서로가 공경하고 서로가 찬탄며

모두가 절대 진리

절대 존엄의 세계를 나투고 간다



이상과 같이 보현행원품에서 모든 존재가 평등하다고 하였습니다. 여름자체도 무상하기 때문에 곧 시원한 가을이 올 것입니다.

모두 청량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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