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마음의 문을 여는 대화법 - 혜광스님

가람지기 | 2007.07.08 06:57 | 조회 3014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어 몸도 마음도 지치지만 숲은 녹음이 짙게 우거져 너른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람도 아침, 저녁으로 시원하게 불어주어 우리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주는 계절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혜광입니다.


출가한 나이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생긴 것도 제 각각인 스님들이 운문사라는 이름아래 하루24시간을 함께 동거동락하며 생활합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붙어 있다보니 치문시절 제 마음속에서는 시시비비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저 스님은 왜 저렇게 떠들까?

저 스님은 왜 아프기만 할까?

저 스님은 왜 저렇게 잘난 척만 하는걸까?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만 하던 저는 제 자신만이 옳고, 저만 신심있고, 열심히 사는 줄 착각하며 그렇게 사집과 사교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사교 여름, 소임을 너무 힘들게 살고 난 뒤 몸이 극도로 나빠져서 더 이상 절 기도를 할 수도, 입선시간에 앉아 있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힘든 몸 때문에 운력도 하는 둥 마는 둥 해야만 했습니다. 급하게 앞만 보고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은 듯 시은 느리게 느껴졌고, 뭔가에 쫓기듯 살던 저에게 병마와 싸우던 그 시간은 제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모습이 조금씩 보일수록 그 스님이 게으른게 아니라 내가 조급했던 것이었고, 그 스님이 지나친 게 아니라 내가 적극적이지 안았던 것이었고, 그 스님이 잘난 척한 게 아니라 내가 내 주관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 대한 착각들이 깨지면서 저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만의 잘못된 소견으로 원망하는 마음과 비난하는 마음을 갖지 않기 위해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직접 해보기도 하며 그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간의 대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 한쪽만이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제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동안 상대방과 대립하는 것이 두려워서 혹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봐 늘 상대방에게 맞추었던 저에게 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자존심이 상할까봐 말할 용기조차 내지 못했고 다시 용기를 내어서 말했을 때는 표현이 너무 강한 바람에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만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객관적으로 있는 사실만 이야기해야 합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은 그러한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만 말을 해야 상대방도 수긍할 것입니다.


둘째, 남을 탓하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안이비설신 오감에 의해 얻어진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내 생각을 말하면서 ‘그래서 내가 섭섭했다’든지, ‘그래서 화가 났다’든지 등의 나의 감정 상태를 살펴서 말로 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나의 솔직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나의 감정을 내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다음 나의 희망사항을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부터는 이런 점을 조심해 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정중하게 부탁하는 태도일 때 상대방의 마음도 움직일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감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 만큼 못지않게, 자신을 표현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 표현함에 있어 그 방법이 성숙해야 함은 더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의견의 대립은 있기 마련이고 자신을 성숙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어떤 견해의 차이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나라 무착스님이 문수동자를 친견하고 받은 게송은 우리에게 표현의 중요성을 또 한번 일깨우게 합니다.


성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대중스님 혹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다가가 보면 어떨까요? 대화를 하다보면 그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더운 여름 늘 꾸준한 정진력으로 날로 성숙되는 수행되시길 발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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