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아름다운 승가의 모습은 (성민스님)

운문사 | 2006.04.11 11:06 | 조회 2989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안녕합십니까? 원두반 성민입니다. 불교는 불, 법, 승의 삼보를 중심으로 한 종교입니다. 불보와 법보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칭하는 것으로, 부처님 개인과 개인의 종교 체험을 의미합니다. 반면, 승보는 스님들의 수행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출가자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승가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였는데, 복잡하고 다양한 공동체의 삶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공동체 규칙, 규율이 부처님 열반 이후 계율로 정리되었는데 그것이 바라제목차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들기 전 다음과 같이 제자들에게 설합니다.

“계는 해탈을 바르게 따르는 근본이다 그러므로 바라제목차라고 이름 하는 것이다. 이 계를 의지하면 모든 선정을 얻고 고를 멸하는 지혜를 낼 수 있다. 그러므로 마땅히 청정한 계를 가져서 범하여 무너뜨리지 말라. 만약 사람이 정계를 가지면 능히 좋은 법을 가질 수 있거니와 만약 정계가 없으면 모든 선공덕이 생길 수 없다. 그러므로 계는 가장 안온한 공덕이 머무는 곳임을 알아야 한다.”

몇 해 전 틱낫한 스님이 한국에 내한하여 중앙승가대학교에서 강연을 하실 때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님의 법상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모습은 시끄럽던 대중을 침묵하게 했습니다. 법문을 하실 때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천천히 고요하게 이루어졌는데 법문 또한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중간 중간 한 수행자가 커다란 항아리 비슷한 것을 옆에 두고 ‘두~웅’하고 치면 스님은 말씀하시다가 중단하시고 소리의 울음을 들은 후 다시 법문을 시작하시곤 하였는데 저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끝으로 마무리 지으셨습니다.

“제가 서있는 이곳은 비구, 비구니스님이 공부하는 대학교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부처님 입멸 후 만들어진 바라제목차를 지금 이 시대에 맞게 만든 것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발표하는 이유는 한국의 수행자들이 계율을 철저히 지키며 수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이 처음은 아닙니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 중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름다운 승가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지. 더 이상의 불사는 멈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승가를 이어가려면 많은 인내심과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제가 있는 공동체도 많은 수행자들이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자자시간을 마련합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시간에 모두들 앉아 그동안 상대에게 서운했던 일, 상대를 통해 나를 일깨웠던 일, 그리고 칭찬하고 싶은 수행자가 있으면 기꺼이 발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합니다.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모릅니다. 그러한 시간을 가짐으로써 서로의 오해도 풀리고, 상대를 이해할 수도 있게 됩니다. 불사는 이제 멈춰야 된다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 그 후 며칠 동안 저의 귀에서 떠나지 않았으며,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승가를 유지하는 일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불 수 있는 마음이라면 승가는 이어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려면 서로가 노력을 하여야 된다고 봅니다.”

운문사에 들어온 후 저는 도반스님과 함께 그런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작년 겨울, 눈 온 뒤 맞이한 쉬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산에 오른다하니 모두들 조심해야 된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학소대를 향했습니다. 눈이 온 뒤라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길을 푹푹 빠져가며 올라갔습니다. 학소대에 올라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았습니다. 추위도 잊은 채 진지한 모습으로 자자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호신불을 모셔놓고 부처님을 향해 삼배를 하고, 무릎을 꿇고 합장한 자세로 다라니를 외운 후 다음과 같이 발원문을 읽었습니다.

“시방삼세 부처님께 지심귀의하옵니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살고자 자자의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인연으로 무명에서 벗어나 본래의 성품을 깨달아 지혜의 문이 활짝 열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변재에 능통하며 내 모습을 보거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보리심을 내어 윤회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서 해탈하게 하여지이다. 모든 중생에게 이익이 되는 수행자가 되기를 시방의 부처님께서는 증명하여주시고 섭수하여 주소서. 서원코 일체중생을 모두 다 제도하고 난 연후에 저희들이 성불하여지이다.”

이렇게 발원문을 읽은 후 그동안 각자의 생활에서 있었던 일 중에 자신의 마음에 일어난 불선업의 마음을 부처님께 참회하였습니다. 그런 후 무엇이 문제였는지, 앞으로 그러한 경계가 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롭게 나를 다스리는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가지면서 저는 자신에게 솔직하게 되었으며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법에 대한 확신이 생겼으며 생활에서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계는 가장 안온한 공덕이 머무는 곳임을 알아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라면 승가는 이어지지 않을까요.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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