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첫발심 했을 때가 부처를 이룬때(선우스님)

운문사 | 2006.05.22 13:47 | 조회 2895

첫발심 했을 때가 부처를 이룬때고
생사와 열반경계 바탕이 한몸이네.
나〜무 아미타불
화업반 선우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이 짧은 염불속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의상대사의 화엄일승법계도에 수록되어있는 7언 30구의 문장은 진리의 세계와 수행자 자신의 수행완성에 관한 것과 더불어 타인의 수행을 어떻게 이롭게 하느냐 하는 것 그리고, 수행방편 및 수행공덕에 관해서 설하고 있습니다.
화엄일승법계도는 맨 가운데의 법자로부터 왼쪽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각을 지어 돌아가게 되어있고 4면으로 4각의 모양을 이루는데 모두 54각이 있습니다.
이처럼 4면4각은 보살수행의 중요한 덕목인 보시섭, 애어섭, 동사섭, 이행섭의 4섭법과 자비희사 4무량심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7언 30구의 시문을 크게 분석해보면
1송(法性圓融無二相)부터 18송(十佛普賢大人境)까지는 자리행을, 19송(能仁海印三昧中)부터 22송(衆生隨器得利益)까지는 이타행의 수행방법 그리고 23송(是故行者還本際)부터 30송(舊來不動名爲佛)까지는 수행의 이익을 설하고 있습니다.

법성게에서 제가 평소에 좋아서 수지하는 게송은 '初發心是便正覺 生死涅槃常共和'입니다.‘生死’나‘生死輪廻’혹은‘涅槃’이라는 말을 제가 태어나서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사교 봄에 공양주 소임을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평소에 많은 대중스님들을 위해 공양짓는 이 소임을 무척 살고 싶었던터라 신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소임 끝나기 며칠 전에 편찮으시던 은사스님이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반스님들은 소임을 대신 살아 줄터이니 얼른 집에 가라고 했지만 저는 소임을 다 마치고 가겠다며 우겼습니다. 저에게 스님의 병환보다 공양주소임이 더 중요했을까요? 결국은 소임을 다 살지 못하고 급하게 집엘 가게 되었습니다. 절에 평택이라 일찍 나서도 오후가 돼서야 도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마당에 내리면서도 어리석은 저는 마당에 놓여 있는 근조화환을 보고 속으로 ‘왜 저것을 벌써 준비했을까’하고 돌아가셨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하지 못하고 화환을 보는 순간에도 무심할 뿐이었습니다. 죽음을 처음 접해서 일까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은사스님은 임종을 하셨습니다. 너무나 어리석었던 저는 뒤늦은 후회에 통곡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에게 법성겍K 그리고 이 두 구절이 뼈속꺼지 사무치도록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의상스님은 화엄일승법계도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묻는다! 어찌하여 이 글을 모은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가? 연기에 의해 생기는 모든 법에는 주인이 없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어찌하여 날씨가 있는가? 일체의 모든 법은 연기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로다. 또 묻는다! 연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뒤집힌 마음 가운데에서 온다하고 뒤집힌 마음은 시작도 없는 무명으로부터 온다. 시작도 없는 무명은 어디에서 오는가? 진여에서 온다. 진여란 무엇인가?
법의 성품 곧 치우침이 없는 가운데 길이여! 차별이 없는 자리 중도이다.
이와 같이 ‘法性圓融無二相’으로부터 ‘舊來不動名爲佛’의 의미가 “허는 곧 실”임을 드러 낸다. 일승보법의 이름과 글자와 뜻을 보고 듣고 닦고 모아서 이 선한 자질을 모든 중생에게 되돌려 베풀며 두루 훈습하고 닦게 하여 중생계가 남김없이 일시에 성불하여지이다.

대중스님!
이 법을 바탕으로 열심히 수행정진 하다보면, 또한 열심히 마음 닦으면서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고 대중과 화합하며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하고 법계의 무애한 이치와 법성이 원융무애한 것을 본받아서 살다보면, 우리 모두 저절로 실제중도상에 앉지 않을까요?
부처가 어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 부처이지 않겠습니까?

以陀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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