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화-도진스님(사교반)

운문사 | 2006.07.17 11:17 | 조회 3067

이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여러 가지 자극이나 내부에서 생리적으로 발생하는 자극이나 내부에서 생리적으로 발생사는 자극 또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등으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불편이나 지장을 초래하는 현상.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제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신경성적인 화(火).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즉 홧병의 의학적 정의입니다.


지난 철에 신심 있는 여 한의사 분들이 우리도량에 직접 방문하여 대중스님들을 진찰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고, 웬지 몸이 무겁고 약간의 운력에도 피곤함을 느낀 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진료실이 차려진 전향각에는 여러 대중스님들이 평소에 불편을 호소하던 육근을 의사 선생님께 보이기 위해 모였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입니다. 혹시 무슨 병이라도 있으면 어떻하나, 소화는 왜 안 되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바로 날려 버리는 의사선생님의 한 마디 “드실 약이 없습니다.” 이만하면 건강해서 의사선생님이 준비해온 약 중에는 저에게 줄 약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부자리에서 요가나 열심히 할걸 괜히 부끄러워진 저는 얼른 전향각을 나왔습니다. 그 때 저보다 먼저 진료를 마치고 나온 스님의 대답은 “스님, 저는 홧병 이래요.” 무척이나 황당했습니다. 도대체 세납이 몇 살이나 되었다고... 도대체 남들이 볼 때 이 좋은 환경에서,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은 모두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독들을 하나로 묶어 “화”라 했습니다. 우리는 마음속의 화를 제대로 觀照하지 못하고 해독하지 못하면 올바른 수행은 커녕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올라가는 화를 외면하고 꾹 눌러놓습니다. 또는 화나는 마음을 제대로 관하지 못해서 엉뚱하게 발산시켜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같이 수행하는 도반스님을 상하게 합니다.


지눌스님은 <수심결>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망상이 일어남을 두려워 말고 ‘알아차림’이 더딜까 두려워하라.

망상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려라. 알아차리면 없느니라.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나다’하는 아상이 없는 마음이며 나를 한 발짝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가 나는 순간, 도반스님에게 섭섭한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일이 잘 안되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더라도 그 마음에 속지 않으면서 일을 순리대로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스님!

신중탱화 속에 머리위에 불을 이고 합장하고 계신 분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늘 불을 이고계신 오추슬마를 보며 오늘 제가 지은 동화를 대중스님께 들려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


옛날에 오추슬마라는 잘 생긴 동자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추슬마의 머리에는 늘 불길이 활~활~ 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생긴 오추슬마의 얼굴은 늘 화가 난 모습으로 보였답니다. 같이 공부하던 동자스님들은 늘 화난 오추슬마의 옆에 가길 무서워하였지요. “왜 나만 보면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거지? 난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말이야...”

오추슬마는 자기를 무서워하는 동자스님이 미웠지만 미워하는 마음이 들키면 더 미움을 받을까봐 자신의 마음을 꼭 꼭 숨겼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스님이 싫지만 이렇게 내 마음을 감추면 모를꺼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추슬마가 자신의 마음을 꼭 꼭 숨길수록 머리위의 불길은 더 활~ 활~ 타 올랐습니다.

“아이 뜨거워 왜 나 혼자만 이렇게 괴로운거지? 왜 나만 힘든거야...”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만하고 자세히 보지 않았던 오추슬마는 마음속까지 불이 활~ 활~ 타 올랐습니다. 날이 갈수록 불안하고 괴로웠던 오추슬마는 부처님을 찾아가 고백하였습니다.

“부처님! 부처님! 제 마음에는 불이 활 활 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괴롭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자비롭게 미소 지으시며 오추슬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맑고 고요한 물에 빨간 물감을 풀어놓고 네 얼굴을 비춰 보아라. 얼굴 모습이 제대로 보이겠느냐? 깨끗하고 고요한 마음의 바탕에 성난 마음이 일어나면 진짜 마음은 볼 수 없단다.

오추슬마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추슬마의 머리위에 타오르던 불길은 점점 가라 앉았습니다.

대중스님, 순간순간 올라오는 그 마음, 순간순간 다가오는 그 경계, 이 모든 것은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하나의 수행과정입니다.

모든 것은 부처님의 그 밝은 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믿고 수행 정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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