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서로 화합하는 승가 공동체-효은스님(화엄반)

운문사 | 2006.06.13 12:22 | 조회 3082

250명이 넘는 대중이 함께 모여 사는 운문사, 유독 운문사만이 아니더라도 대중 살이에서는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고 말할 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경전과 사소한 갈등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크고 작은 갈등이나 말다툼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거룩하신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에도 비구들 사이의 시기와 다툼은 있었으니까요.

코삼비 지역에 부처님이 머무르실 때의 일입니다. 비구들의 다툼이 있어 부처님이 그칠 것을 경고하셨으나, 비구들은 다툼을 멈추지 않았고 재가 신도들까지도 등지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부처님은 말없이 그 곳을 떠나셨고 다른 곳으로 가던 중 세 명의 비구가 함께 수행하는 동산에 도착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들에게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그대들은 서로 다투지 않고 물과 우유가 섞이듯이 우정 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한 마음으로 합심하여 화목하게 살고 있는가?”

“어떤 방식으로 화목을 유지하고 있는가?”


평화로운 방식으로 함께 모여 수행할 줄 알았던 이들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우리가 얻는 존경과 이익은 대중과 화목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한 개인의 말과 행동은 대중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개인의 의지는 양보하고 오직 대중 전체의 뜻을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들의 몸은 서로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가 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저희들은 싸움없이 물과 우유가 섞이듯 애정 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화합하며 살고 있습니다.“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보다 소중한 승가의 정신인 화합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대중이 모여 살다보면, 화합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아마도 타인의 허물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허물을 지적하게 되는 수가 많은 데, 이때 서로를 탁마하는 경책이 될 것인가?, 단순한 즉흥적 감정의 해소가 될 것인가에 따라 대중의 화합 여부가 판가름 나겠지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려 할 때나 또 잘못을 지적받을 때의 자세에 대해서 자상하게 일러주심으로써 혹시 일어날 수 있는 다툼을 법답게 그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으로는

첫째, 그 잘못이 거짓이 아닌 사실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둘째, 그 잘못을 지적하는 때가 적절해야 하고

셋째, 잘못을 지적하는 의도가 잘못한 이에게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어야 하며

넷째, 잘못을 지적할 때는 말이 거칠거나 험하지 않고 부드러워야 하며,

다섯째,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미움에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남의 허물을 더 이상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납이 많다거나 연장자라고 해서 아랫사람의 잘못을 맘대로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언제나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조건이 적합한지를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상대방을 대해야 하며, 절대 순간의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을 때 허물을 지적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잘못을 지적받는 때에는 무조건 억울하다거나 부당하다는 생각, 자신의 상황을 해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 전에 스스로 자신이 옳지 않은 일을 했기 때문에 남들이 그것을 알게 되었고 잘못을 고쳐주기 위해서 남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다툼을 얼마나 경계하셨는가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잡아함경에서 부처님은 말다툼을 어둠에서 나왔다가 다시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 변소에서 나왔다가 다시 변소에 들어가는 것, 피로써 피를 씻는 것, 악을 버렸다가 다시 악에 빠지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비유입니까?


우리가 승보로서 세간의 존경과 이익을 받는 것은 대중이 서로 존중하고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화합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공동체 문화가 붕괴되어가고, 이기적인 삶이 팽배해지면서 서로간의 소통이 단절되어가는 때에 승가 공동체의 화합은 그 무엇보다 귀중한 우리의 정신 문화인 것입니다. 이 점을 늘 명심하고, 서로 조금만 더 신중을 기울여 말하고 행동한다면, 사소한 시시비비에 얽매이지 않는 평화로운 대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스님, 서로 화합하는 평화로운 승가 공동체를 이 운문사 안에서 실현해 나가기 위해 조금씩만 더 자신을 성찰하고, 애정어린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더위를 극복하는 수행정진의 여름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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