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대장부 되기(고경스님)

운문사 | 2006.06.19 12:51 | 조회 3188

“대장부 되세요.”

어른 스님들께서 자주 해 주시던 말씀 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여자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말씀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우리는 여자인데... 그러고 보면 대장부는 외형으로 논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고려시대 나옹스님은 대장부 되려면 다음의 4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선지식을 가까이하고,

바른 가르침을 듣고,

그 바른 가르침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고,

바른 가름침대로 수행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선지식은 무엇입니까?

선지식은 범어 ‘칼야나미트라(Kalmitra)’를 번역한 말로 다르게는 ‘善友, 親友, 勝友’로도 번역합니다. ‘훌륭한 스승, 또는 한 회상의 法主’라는 의미였답니다.

<사분율> 제41권에서는 ‘善友七事’라 하여 7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을 좋은 벗이라 했습니다. ‘주기 어려운 것을 주고, 하기 어려운 것을 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으며, 비밀한 법문을 서로 알려주며, 괴로운 일을 만났을 때 버리지 않고, 비천할 때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선지식을 어떻게 설명하셨을까요?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생문(生聞) 바라문이 찾아와 악지식과 선지식에 대해 물었습니다. “부처님, 어떤 사람을 악지식이라 합니까?”

“악지식은 마치 그믐으로 향하는 달과 같은 사람이다. 그 몸으로 향하는 달은 날로 모양이 점점 이그러지고 광명도 점점 약해진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모양이 아주 없어져 볼 수도 없고 빛도 없어진다. 악지식도 또한 그와 같아서 처음에는 여래의 바른 가르침을 받아 그 법을 믿지만 점점 따르지 않고 공경하지 않으며 소행은 순하지 않으며 바른 지혜를 세우지 않는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문득 믿음을 잃고 계와 믿음과 서원과 지혜도 또한 잃어버린다. 마지막에는 마치 달이 모양을 잃듯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이것이 악지식이 가는 길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선지식이라 합니까?”

“선지식은 마치 보름으로 향하는 달과 같은 사람이다. 보름으로 향하는 달은 처음 생길 때 산뜻하고 밝고 깨끗하며 날로 그 모양을 키워 간다.

그리하여 보름이 되면 그 모습이 둥글고 풍만해지며 밝은 빛을 발한다. 선지식도 또한 그와 같아서 처음에 여래의 바른 가르침을 받은 이후 바른 믿음을 견고하게 하여 소행은 순종하며 바른 지혜를 세운다. 믿음을 더욱 증장시키며 계와 서원과 지혜 또한 늘려 나간다. 마지막에는 선법을 구족하기가 보름달과 같다. 이것이 선지식이 가는 길이다.”

“악지식을 가까이하는 것과 선지식을 가까이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악지식을 가까이하면 마치 허공의 달이 간탐의 그늘에 가리워 세간의 모든 별들이 광명을 잃은 것처럼 될 것이다. 그러나 선지식을 가까이 하면 간탐의 그늘이 사라져 허공의 모든 별이 빛나듯이 지혜의 광명이 빛나게 될 것이다.”

이상은 중아함 36권 148경 <하고경(何苦經)>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다음은 ‘바른 가르침’입니다. 바르고 바르지 않은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통도사 운허 노스님께서는 경전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경전에 나온 것이 아니면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고, 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어떻게 공부를 지어나가셨는지를 알아야 그것이 바르고 바르지 않은 것을 가릴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다음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기’라는 제목으로 불교신문에 난 기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소산(小山)거사님은 1970년대 초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견기업에 입사해 중역으로 근무하다가 2000년대 초에는 작은 기업을 차렸습니다. 좋은 학벌에 좋은 직장이면 집안 형편도 꽤 괜찮을 성 싶은데, 인터뷰 당시 거사님이 입고 있던 양복은 “벼룩시장에서 5만원 주고 산”것이었습니다. 80노모를 모시고 사는 그의 2층 양옥집은 어디를 봐도 고급가구 하나 눈에 띄지 않았고 그나마 몇몇 가구는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벽에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대신 후배가 그려줬다는 수채화가 한 점 걸려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적게 쓰지만, 불교를 위한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수년 전 군법당을 찾았다가 어려운 현실을 본 이후로 매달 두 차례 군법당을 찾아 법회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들을 설득해 지난 2001년부터 매달 한 차례씩 노인복지시설, 고아원 등을 찾아다니며 의료진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매달 한 차례씩 다도 모임도 열고 있는데, 개신교, 무종교인들이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가정이 어려운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등록금을 선뜻 내주기도 했답니다. 자신은 물론 자식들까지도 메이커 있는 신발이며 옷 한 벌 사본 적이 없다는 소산 거사님에게 물었습니다. ‘왜 불교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고.’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불자가 부처님 말씀 흉내 내고 사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선지식을 가까이하고, 바른 가르침을 듣고, 그 바른 가르침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고 바른 가르침대로 수행하라...

대중스님 여러분, 우리 모두 부처님 닮은 출가 대장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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