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행의 세 기둥(혜진스님)

운문사 | 2006.04.10 11:11 | 조회 2760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혜진입니다.

나그네길에서 안내자가 없으면 목적지를 바로 옆에 두고도 지나쳐 버리거나 헤메일 때가 많습니다. 인신난득人身難得이요, 불법난봉佛法難逢이라. 우리가 불법을 만나 수행하는 것은 눈 먼 거북이가 바다 밑에 있으면서 백년마다 한 번씩 물 위에 나와서 구멍뚫린 나무를 만난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의 기회를 만나게 된 것에 대해 늘 고마움과 은혜갚음의 마음을 가져야 되겠습니다. 우리가 은혜갚음의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철저한 수행을 필요로 합니다. 오늘 저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 나오는 수행의 세 기둥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선가귀감』에서는 참선參禪의 세 가지 조건에 대해서 말하는데, 첫째는 대신근大信根이요, 둘째는 대분지大憤志요, 셋째는 대의정大疑情이니,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다리가 하나 부러진 세 발 솥처럼 온전한 수행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큰 믿음은 부처님께서 대각여래를 이루시고 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자비로운 지혜의 마음밭이며 여러 마구니를 항복받을 수 있는 금강의 칼이자 우리들 도량의 주춧돌입니다.


『법집별행록절요法潗別行錄節要』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마명조사께서는 “신심信心”을 강조하시며, 법이라는 것은 진여의 성품인 “중생심”이라 하시니, 이는 다만 신심이 견고하여 오로지 정미롭게 관조하여 정업을 쌓으면 이 생에 비록 사무쳐 깨닫지 못하더라도 성불의 정인을 잃지 않으리라는 점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매번 함께 머무는 도반에게는 자기의 분에 따라 관행觀行하여 부처님의 혜명을 잇기를 발원하고, 제불보살님께 증명해 주시기를 기원한 것입니다. 이렇듯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흔들림 없이 믿는 것도 수행에서 요구하는 절대적인 마음기둥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믿음은 우리들 수행의 기틀인바 이것이 없으면 반야의 씨앗을 꽃피울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수행의 또 다른 마음기둥은 깨침의 경계를 향해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는 분발심입니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말은 이렇게 수행자가 큰 분발심을 일으킬 것을 요구하는 명제입니다. ‘부처와 중생이 다름이 없다면, 왜 나는 중생으로서 불리워 져야 하는가?’하는 마음에서 용맹정진하려는 큰마음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중생이라는 이름으로 격하되는 자신에 대하여 분노하는 자존심입니다. 자존심이 없고는 깨달음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삶을 누리는 동안 늙음이 다가오고 병이 찾아오며 죽음이 나를 향해 손짓하기 전에 이 명제를 마음의 기둥으로 삼아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 번째 큰 의심이란 화두에 대하여 외곬으로 의심하되 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쥐를 잡듯, 며칠을 굶은 자가 오로지 나오고자 하는 생각뿐인 것처럼 화두를 의심해 가는 것을 말합니다. 큰 의심의 끝은 나의 참마음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진실을 보는 것이고 스스로 의심할 수 없는 상相 저 너머의 자신을 찾아내는 일이라 합니다.


옛날 중국의 어떤 납자는 이십여 년 간 이 절 저 절 다니면서 정진해도 진정한 의정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세월은 흘러 오십을 바라보는 황혼기에 마음은 아프고 몸은 괴로워 고심하다가 드디어 위수渭水에 빠져 몸을 바꾸기로 하고 나룻배를 탔습니다. 배가 강 중간쯤 지날 무렵 용기를 내어 강물 속으로 뛰어들려는 순간 뒤에서 목덜미를 확 잡아당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공이었습니다. “중이 죽으려면 산 속에서 죽어야지. 왜 여기서 죽을려고 그래. 죽을 용기가 있거든 흉내만 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제대로 해 보라구. 이 밥통아!” 뱃사공이 선지식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수치심과 분심으로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더니 앞이 캄캄하였습니다. 순간 대단한 결심을 하였습니다. ‘내 만약 여기에서 이 일을 해 마치지 못하면 배에서 다시 내리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이뭐꼬?’ ‘이뭐꼬?’하며 죽을 힘을 다해 들어가니 그렇게 안 되던 화두에 진정한 의정이 번쩍 일어나더니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고 이내 선정에 들더니 불과 사흘 만에 확철대오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나를 비롯한 삼라만상을 끝없이 살펴보고 나의 부처됨과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이 나를 저 언덕으로 건네주는 뗏목임을 흔들림 없이 믿으며, 내 삶에 주어진 이 기회를 둘도 없다고 여겨서 목숨을 걸고 분발하는 일은 수행자가 가져야 할 마음의 세 가지 기둥입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 수행자다운 수행자라 할 수 있고, 부처님의 혜명을 잇는 ‘참제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처음 수행하는 이는 앞선 수행자를 존중하며 그들의 지도를 달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또 참회를 생활화하여 내가 알고 있는 허물과 모르는 허물 및 현생과 전생의 허물까지 모두 참회해야 합니다. 매사에 얇은 얼음을 밟듯 무상한 이 몸뚱이를 믿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불법을 믿어 부처님의 혜명을 잇도록 해야겠습니다. 나의 참주인이 완전한 부처가 되기 위해 참마음이라는 그 상마저 버리게 되는 날, 우리는 성불할 것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정진여일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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