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관념의 새장(허주스님)

운문사 | 2006.04.10 12:07 | 조회 2960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허주입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의 고형화된 관념입니다. 알에서 부화할 때부터 새장 안에서만 기른 새들은 성수가 되어서 새장문을 열어 줘도 날아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나는 법이야 알련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애초 자유를 알지 못하기에 몇 번 날개짓을 하며 그저 몇미터 상공에서 퍼덕거리다가는 다시 새장 근처로 와서 새장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어떠하십니까? 대중스님들께서는 하루하루 관념의 새장을 치면서 새장안의 새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자신이 만든 관념의 새장 안에서 편안해 하며 타인의 새장의 경계에 부딪치면 불편해 하며 얼굴을 붉히지는 않으신 지요! 우리 출가수행자들은 처음 발심하여 승가에 입문하여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승으로써의 면모를 갖추어 갑니다. 그런데 정작 제일 중요한 점을 잊고 살아간는 스님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출가할 때의 그 발심을 잊고 이미 갖추어진 이익의 편안함을 누리며 승가라는 새장 안에서 길들여지며…….

부처님 재세 시에 한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카필라바스투라는 나라의 왕궁에서 이발사로 일하고 있던 자였습니다. 그는 여러 명의 왕족의 후예들이 출가하는 자리에까지 따라 갔습니다. 그도 출가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신분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의 신분은카스트 제도의 가장 아래층인 수드라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 그의 마음을 안 어떤 이가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실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잘 왔구나, 비구여!”하시며…….

그 후 또 한 무리의 선남자들이 출가하였습니다. 이들은 먼저 출가한 수행자들에게 예로써 인사를 했습니다. 그 중에 그 수드라 신분인 이발사도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남자가 “나는 저 수드라 신분이었던 자에게는 예경을 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부처님께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과감하고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출가 전의 신분이 어떠했든지 간에 일단 출가한 수행자는 다 승원의 일원으로서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출가한 너희들은 마땅히 먼저 출가한 저 수행자에게 예를 표해야 한다.”라고.


지금도 인도에는 카스트제도가 현존하고 있는데, 하물며 당시는 어떠했겠습니까? 그러나 각자覺者이신 부처님께서는 당시의 확고한 관념인 카스트제도를 승가 안에서만큼은 과감히 무너뜨리셨습니다. 수드라 신분인 이발사를 받아 들이셨고 또한 그 지위를 확보해 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수드라 신분인 이발사가 율종律宗의 시조始祖이시고 부처님 십대제자十代弟子 가운데 지계제일持戒第一인 우바리 존자입니다.

대중스님, 어떠십니까? 우리도 그와 같이 세상의 관념을 과감히 무너뜨리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의 관념은 가끔씩 무너뜨리면서 살아감이 어떠하겠습니까? 그것이 설사 善이라는 관념일지라도 !


5가 7종 가운데 위앙종潙仰宗의 창시자인 위산영우 스님과 앙산혜적 스님의 문답입니다. 하루는 스승이 제자의 방 앞을 지나가는데 제자의 방에서 열반경을 독송하는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울려 나왔습니다. 스승은 생각하였습니다.‘목소리는 맑고 청량한데 과연 그 목소리만큼 올바로 읽는 것일까?’그래서 방문을 열고 경전을 읽고 있는 제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혜적아, 지금 네가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예, 열반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래, 네가 읽어보니 열반경 40권 중에 부처의 말슴은 얼만큼이고

마구니의 말은 얼마더냐?” 그러자 혜적스님은

“예, 스승님 ! 모두가 마구니의 말 뿐이었습니다.”


얼마만큼 너의 관념의 틀 안에서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제자의 답이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이라도 앙산 혜적의 고형화 된 관념의 틀 속에서 받아들이게 된다면, 열반경 전부가 왜곡되어져 마구니의 말 구실 밖에 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이제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너를 흔들어 현혹시키지 못할 것이다.”


대중스님!

자유로운 사고와 니르바나를 향한 열정으로 정진불퇴하여 삼계의 자유로운 손님이 되시어 모든 것을 중생에게 회향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회향하겠다는 그 마음까지도 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성불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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