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자비공관을 아십니까? (세현스님)

운문사 | 2006.04.10 12:08 | 조회 2936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세현입니다.

오늘 이 법상에 앉고 보니 문득 출가 전에 들었던 법문이 생각이 납니다. 법문이라고는 난생 처음 듣는 저는 무척 놀랐습니다. 여법한 의식을 한 후 큰 스님께서 법상에 오르시더니 지팡이 하나를 높이 드시고는“억”하고 소리를 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법문을 하셨습니다. 큰스님 법문을 듣고 저는‘법문이란 이해도 안 되는 것이고, 불교란 어려운 것이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다음날 출가했습니다.


강원 오기 전까지 들었던 큰 절 방장스님의 법문도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어려웠고, 그때마다 지팡이는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법문처럼 보였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지팡이가 아니라 주장자라고... 저는 법문은 알아듣기 어렵고 주장자는 꼭 날려야만 되는 건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법문은 단순히 이해하는 차원도 아니며 주장자에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雲門人이면 그 누구도 지나칠 수 없는“차례법문”이제 제 차례인데 문제는 어렵게 풀어낼 법문도 멋지게 한 번 날려볼 주장자도 저에게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법문이 아니라 대중스님들과 이 시간을“자비공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해 보고자 합니다.


대중스님! 발심했을 때의 그 마음, 성직자가 아닌 수행자의 삶을 선택하셨을 때의 그 마음 지금도 여일하십니까? 그리고 선택하신 그 길에 장애는 없으십니까? 저는 몸이 아파서, 육신을 조복 받지 못하고 고통에 이끌려가는 나약한 인간임을 느낄 때“이건 장애다. 업장소멸 중이다.”라고 위로하면서도 그렇게 쉽게 장애물 경기를 끝내지 못합니다. 이렇게 크고 작게 만나는 장애를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수행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아픔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사람, 육신이 아픈사람. 이 아픔의 당사자들은‘업장소멸이다 신심 부족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병원을 찾기도 하고 민간요법을 써 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기도도 하면서, 아픈 육신을 조복받고자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자 고통의 해소방법을 찾습니다.

저는 오늘 그 방법 중 하나로 대중스님들께 “자비공관”이라는 수행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자비공관은 “자비”를 근본으로 하고 “보리심”을 원인으로 하여 몸을 통해 공성을 깨쳐가는 일종의 관법입니다. 부정관의 상념想念, 자비관의 자비와 정념正念수행이 하나로 이루어진 수행법으로 초기경전 및 대승경전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통 지관수행이나 간화선을 하기 전의 예비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을 주 관찰대상으로 해서 몸이 ‘나’또는 ‘내 것’이 아니라는 몸의 공함色空을 깨닫는 것으로 일체 중생을 위한 자비의 이타행으로 심공心空의 깨침에 이르게 하기위한 예비수행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자비공관은 가상의 손에 자비를 실어서 몸에 자비를 주어서 법을 장애하는 업(성냄, 해침, 거침, 폭력)을 녹여 통증이나 고통을 녹여서 아픈 부위나 문제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이 자비공관의 수행 대상자는 육체나 정신적 고통이 있는 사람 나쁜 습관을 고치고자 하는 사람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한 사람 몸과 마음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 모든 苦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입니다. 그 방법은 자비경을 독송하여 마음을 새롭게 하고 일체 중생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모두 행복하기를 발원합니다. 더불어 각자의 발원을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실습을 하면서 이 수행법을 체험해 보겠습니다. 발원은 하셨나요? 먼저, 편안히 앉습니다. 자세는 가부좌, 반가부좌, 평좌, 서서하거나 걸으면서 해도 상관없습니다. 항상 허리를 쭉 펴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을 감으십시요. 둘째, 몸에 힘을 뺍니다. 순서는 머리-목-어깨 등으로 차례로 내려가게 합니다. 마치 물병의 물이 아래로 수위로 낮추면서 빠져나가듯이 하면 쉽게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갑니다. 힘을 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셋째, 자비의 손을 만듭니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나 어릴 적 배앓이 할 때 사랑스럽게 만져주시는 할머니의 손이나 닿기만 해도 자비광명이 나와서 아픈 곳이 다 나을 것 같은 부처님 손이나 관세음보살님 등 가상의 자비로운 손을 만듭니다. 넷째, 만들어진 자비손으로 몸을 관찰합니다.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가며 몸을 관찰하는 순서는 ①정수리-머리-눈-코-입-목-앞가슴-심장-페와 간-명치-위-배꼽-단전 ②오른쪽 목선을 따라 -오른팔의 어깨-팔꿈치-손목-손등-손바닥-손가락(왼쪽도 오른쪽과 같이 합니다.)

③양어깨-척추 24마디-등-양옆구리-골반 ④오른쪽 다리의 허벅지-무릎-정강이-장딴지-발목-발등-발가락(왼쪽도 오른쪽과 같이 합니다.) ⑤그리고 다시 발가락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정수리에서 마칩니다. 항상 정수리에서 시작해서 정수리에서 마칩니다. 그러나 신체의 어느 부분이 잘 쓰다듬어지지 않거나 다친 부위라면 그 곳을 집중적으로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허리, 다리, 어깨가 아프신 분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해 보십시요.

자! 이제 눈을 뜨십시오. 이 자비공관 수행법은 몸의 관찰하여 우리 몸의 공함을 알아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5大 (地 水 火 風 空)의 속성을 활용하여 관하면 5大의 손이 지수화풍공에 관계되는 업장을 소멸시켜 몸을 정화하여 몸의 고통과 속박된 마음을 자유롭게 해 줍니다. 5대를 각각 손에 실어보겠습니다. 눈을 감으십시요.


또 연상해 보십시오. 5大 중 ①地大는 손을 포근하고 부드러운 솜이나 솜털로 연상해서 합니다. 이것은 스트레스에서 오는 딱딱함이나 경직을 완화시켜 굳은 어깨로 인한 아픈 목, 어깨 통증을 없애줍니다. ②水大는 맑음과 맑은 흐름을 연상하여 칙칙한 마음 몸의 탁기와 마음의 번뇌를 씻어 정화된 느낌을 받습니다. ③火大는 난로나 불을 연상하여 손을 따뜻하게 해서 몸의 냉기, 한기 때문에 생기는 병을 몰아냅니다. 몸에 화기가 많다면 서늘한 손을 연상하면 됩니다.

④風大는 바람을 움직여 막힌 것을 뚫어주는 성질을 이용하여 밝은 빛을 연상하며 빛은 손으로 몸을 관통시켜 어두운 마음 때문에 생긴 의욕상실과 가슴 아픈 일을 당했을 때 오는 저림, 급한 성질로 오는 위장장애, 자학증, 우울증 등의 병에도 효과적이며 또한 과거의 타박상도 사랑을 불어 넣어주면 다시 통증이 나타나게 되고 해결해줍니다. ⑤空大는 걸림이 없는 무한함을 상상해 보십시요.

자비공관 수행도중 주의해야 할 점을 든다면 ①관찰이 잘 되지 않고 망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눈을 반쯤 뜨고 합니다. ②몸이 경직될 때는 마음을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마음의 손이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③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할 때도 가상의 손이 희미하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자비심을 일깨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연상합니다. ④과거 전생이나 미래의 일등 여러 가지 영상물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여기에 끄달리지 말고 몸을 관찰합니다. 시간은 초보자인 경우 10분에서 20분이 적당합니다. 신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간단한 병인 경우 2일 정도면 효과가 있고 불치병 난치병도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치유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자비공관 수행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0분의 시간도 헛으로 쓸 수 없는 해야 할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 강원생활 속에서 나의 작은 장애를 하루하루 지혜롭게 넘기고 치문, 서장, 능엄, 화엄에서 배운 대로 나아가기 위한 연습으로 이 수행법이 대중 스님들께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이 수행법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가능합니다. 예불시간 대종소리를 들으면서 발우 펴고 기다리는 동안에 혹여 나로 인해 가슴 아파할 이들과 먼 길 함께 가야 할 나의 소중한 도반과 함께 부처를 이루어야 할 일체 중생을 위해 자비의 손을 펴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내일 아침은 운문사 도량에서 자비광명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스님! 날마다 좋은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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