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부처님의 하루는(원오스님)

운문사 | 2006.04.10 12:10 | 조회 3000

안녕하십니까?

온 법계法界가 파스텔톤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봄기운 충만한 날에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교반 원오입니다. 올해는 첫 철에 윤달이 있어 어느 해보다도 긴 봄을 투덜거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방학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가 분주한 나날이지만 분주한 만큼 우리는 얼마나 정화된 일상을 지내고 있을까요?

저 같은 경우엔 사실 고삐 푸린 망아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 차마 부끄러워 대중스님들 앞에서 저의 하루 일과를 소개 할 수는 없지만 혹 저와 같은 스님들이 계시지 않을까 해서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어 2500년 전의 부처님의 하루를 간략히 살펴보면서 여러 대중스님들과 함께 운문인의 하루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미지 정해진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일과를 행하셨습니다. 필수적인 육체적 요구를 해결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종교적 활동에 종사하셨고 중요한 관심사는 사람들의 도덕정신을 향상시키고 사람들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으로 노력하셨습니다. 부처님의 하루는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즉 오전시간, 오후시간, 오후 여섯시부터 열시까지, 오후 열시부터 다음날 새벽 두시까지, 새벽 두시부터 아침 여섯시까지의 시간대로 나뉘어 집니다.


첫번째, 오전시간 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부처님께서는 천안통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 가셔서 도우셨으며, 자신이나 제자들을 초청하는 이가 없으면 마을로 탁발을 나가셨고 정오 전에 하루 공양을 마치셨습니다. 식사가 끝난 즉시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짧은 법문을 설하시고 그들이 삼보에 귀의한 재가자의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킬 것을 서약하게 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부처님의 오후 시간입니다. 점심 공양이 끝나고 부처님께서는 법좌에 앉으셔서 제자들을 가르친 뒤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방으로 돌아가 오른쪽으로 누워 방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깐의 낮잠을 청하셨고, 깨시면 부처님께서는 대자비심의 희열을 느끼고 신통력으로 세상을 둘러보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가서 도와준 다음 당신의 거처로 돌아 오셨습니다. 저녁이 되어갈 때 재가 신도들이 법을 듣기위해 모여들고 거기에 맞추어 한 시간 가량 설법하셨습니다. 청중들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었지만 저마다 부처님의 설법이 특별히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의 오후 여섯시부터 열시까지의 모습입니다. 이 시간대는 전적으로 비구들을 위해 마련되었는데요, 이 시간에 비구들은 법에 관해서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오후 열시부터 다음날 새벽 두시까지는 신들이나 브라마처럼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천상의 존재들이 부처님께 와서 법에 관한 질문을 했고,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했던 몇 가지 설법과 대답들은 주로 『잡아함경』에 나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새벽 두시부터 오전 여섯시까지 입니다. 처음 한 시간 동안 부처님께서는 천천히 걸으면서 간단한 신체운동을 하셨고 세시부터 네시까지는 오른쪽으로 누우셔서 방심하지 않고 잠을 주무셨으며 네시부터 다섯시까지는 아라한과에 들어가 열반의 희열을 즐기셨으며, 다섯시부터 여섯시까지는 대자비심이 희열을 즐기시는데 할애하셨습니다. 이른 아침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을 향해서 사랑과 자비의 빛을 방출하고 천안통으로 세상을 둘러보면서 중생들을 찾아가 자비를 행하셨습니다.


이렇듯 부처님께서는 하루 종일 전법활동에 임하셨고, 밤에는 한 시간만 잠을 주무셨으며 정오의 한 시간과 동틀 녘의 한 시간을 합해 꼬박 두 시간 동안 세상을 향해 자비심을 보내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당신의 음식을 마련하셨고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고 이집 저집을 탁발하여 드셨으며, 일년에 여덟 달은 여기저기 떠돌며 사셨고 이와 같은 생활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그날까지 꾸준히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깨달으신 분 부처님의 하루 일과는 그대로 열반의 모습이었지만 우리의 모습은 아마도 그와는 다르겠지요. 지금 우리는 얼마나 부처님 제자다운 말을 하고 있고 얼마나 부처님같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요. 해야 할일이 많다는 핑계로 정작 소중한 일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아직은 미숙하고 힘들 일도 많겠지만 부처님께서 일체 모든 중생에게 자비의 에너지를 보낸 것처럼 우리도 매순간 저 목련나무에게, 누운 소나무에게, 밤하늘의 총총 별에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간절하게 전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하면 이 봄! 좀 더 충만하고 윤택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중스님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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