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업에 대하여(법경스님)

운문사 | 2006.03.20 12:32 | 조회 3098

대중스님, 함께 기도와 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夫業繫受身은 未免形累라

稟父母之遺體하야 假衆緣而共成이로다.

雖乃四大扶持나 常相違背하여

無常老病이 不與人期하야

朝存夕亡이라 刹那異世로다.


위산대원선사경책의 첫 구절을 읽으면서 지난 날 저의 삶이 절망과 죽음의 늪에서 헤매이던 것을 회광반조하며 이 법문을 준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법경입니다. 저는 운문승가대학에 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족하고 미흡한 제가 무슨 복으로 이렇게 좋은 도량에 와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정말 부처님께 감사드리고 대중에 계신 어른 스님과 대중 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업이라는 제목으로 저의 이야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 위로는 언니가 어린 나이로 둘 죽었고 남동생도 죽었습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병치레를 많이 하더니 20대 후반에 들어서 신장병으로 오랜 시간을 많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양쪽 콩팥에 석회질이 텊여서 콩팥 기능이 점점 약해져 갔습니다. 콩팥 부위에 초음파를 해도 콩팥이 잘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습니다. 보통 3~4kg정도가 부어있었고 때로는 너무 많이 부어서 걷기도 힘들고 눈을 뜨기도 불편했습니다.

저는 약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긴 시간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장기간을 치료했는데도 이런 식으로 나빠지면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더 나빠지면 양쪽 콩팥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콩팥을 이식한다는 것은 말같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 그렇게 까지 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때 저는 병원 약을 하루도 안 먹으면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지쳐 있었고 염세관념에 빠져서 수없이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병마의 굴레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서울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지하에 있는 법당에서 어떤 노스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저를 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업병이라고 하셨습니다. 전생에 살생을 많이 해서 신장병을 얻었다고 하시면서 기도를 많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절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주시면서 퇴원하면 한 번 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그 노스님을 찾아가서 뵙고 지금의 저의 괴로운 마음과 심각한 병세를 말씀드렸습니다.

노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왕에 죽을 바에야 기도를 열심히 하다가 죽으면 업장도 소멸되고 마음도 편안하게 가질 수 있다고 하시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하루에 6시간 이상 자지 말고 밥 먹고 정랑 가는 시간을 빼고는 기도에 매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다가 죽으면 편안할 것이고 만약에 죽지 않고 신장병이 나아서 건강해 진다면 머리를 깎고 출가해서 인간 방생을 많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혼탁한 사회에는 자식이 있어도 돌보아 드리지 않고 버려지는 노인과 불쌍한 노인들이 많으니 그런 노인들을 위해서 따뜻하고 자비스러운 마음으로 내 부모와 같이 돌보아 드릴 것을 부처님께 약속드리고 간절히 발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경기도 금촌 어는 공동묘지에 있는 지장도량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 도량에 계신 스님께서 구병시식을 잘 하시니까 우선 구병시식을 하고나서 21일간 그 도량에서 지장기도를 드리면서 매일같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도량에는 납골당이 있어서 거의 매일같이 영구차가 있는가 하면 매장하는 시체를 담은 관이 들어오는 모습, 때로는 한 가족이 사고로 함께 죽어서 사십구재를 지내는 모습, 인간이 이 세상에 왔다가 인연이 다해서 가지가지 업연에 따라 죽는 것을 보고 미구의 저 또한 한 줌의 뼈가루가 되어 어디엔가 뿌려진다고 생각하니 슬플 것도 괴로워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1일간의 지장기도를 마치고 노스님께 돌아와서 저는 기도는 할 줄 모르지만 노스님께서 시키시는대로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저는 죽지도 않았고 양쪽 콩팥을 떼어내는 불행한 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부처님께 감사드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훌륭하고 여법한 수행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하겠습니다.

대중스님!

저는 지난날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업이라는 것은 영원불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극하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로써 부처님께 참회하고 선행을 닦아 나간다면 반드시 업장은 소멸되어 진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저를 오랫동안 담당하신 의사선생님이 제 콩팥은 회생 불가능이라 했지만, 저는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치문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은 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박한 의학도 업병을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이 세세생생 얼마나 많은 업을 지어 왔는가를 인식하고 헛개비 같은 몸을 아끼지 말고 기도와 참회, 그리고 선업을 쌓아 간다면 부처님 가피는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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