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무량한 보시(성탁스님)

운문사 | 2006.04.03 12:43 | 조회 2985

사집반 성탁입니다.

여름이 무더워야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여 모두들 거두어들일 생각만 하는데 가을은 진정으로 나눔의 계절, 즉 보시의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보시, 남에게 베풀어 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굶주린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잘 곳 없는 사람에게는 집을,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는 옷을,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과 행동으로 마음을 도닥거려주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가르침을 주고, 인생에 바른 길을 몰라 갈팡질팡하는 이에게는 바른 길을 일러주는 등인데 가장 좋은 보시는 무량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을 말합니다. 즉,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으로 자비를 베풀고 貪心(탐심)을 비워갈 때 보시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대중생활에서 무량한 마음을 찾아보았습니다.

운문사의 봄은 치문반 스님들의 방부로 시작하는데, 정체되어 있던 도량 내에 신선함과 활기참으로 한 동안 즐거움을 주는 것을 慈(자)무량심으로 보았습니다. 또 우리는 매일 발우공양을 하는데, 청정한 공양은 심신을 단련시킬 뿐만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며 또 스님들이 발우 공양한 천수 한 그릇이 아귀들의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다고 하니 이 연민히 여기는 마음이 또 다른 悲(비)무량심이 아닐까 합니다.

간경하고 울력하고, 예불 드리고, 공양하는 등 2·6시의 모든 일들이 다 수행이지만, 특히 법당에서 예불마치고 안행해서 들어올 때 보는 이로 하여금 신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출가 전에 저도 운문사 새벽예불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안행 하는 대중스님들을 보면서 환희심을 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捨(사)무량심은 남을 돕고자 끝없이 자기를 비우고 버리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인욕하지 않고 베풀지 않고는 강원 생활이 어려우니 대중 생활 자체가 사무량심의 발로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다함없이 베푸는 마음을 옛 선인들은 安心似海(안심사해)와 用心如土(용심여토)라는 구절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음 쓰기를 저 바다와 같이 하여라 하였습니다. 바다는 도랑물, 강물, 깨끗한 물, 더러운 물 등을 아무 차별 없이 받아들여 하나의 짠 바닷물로 만들어 냅니다. 우리의 마음이 바다와 같이 된다면 너그럽기가 한량이 없을 것입니다.

또 마음 쓰기를 흙과 같이 하여라 하였습니다. 아무리 더러운 대소변이나 우리가 버린 음식 쓰레기에 흙을 덮어주면 훌륭한 거름이 되어 싱싱한 푸성귀를 키워주듯이 우리들도 흙과 같이 머터러운 점이나 불행한 이에게 베풀고 감싸준다면 무량한 보시가 될 것입니다.

바다처럼 차별 없고 흙처럼 허물을 덮어주며 베풀 줄 아는 무량한 마음을 가진 이가 바로 장차 부처님이 되실 대중스님들이 아닐까 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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