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사찰 문화재와 성보박물관(현오스님)

운문사 | 2006.04.03 12:45 | 조회 2975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현오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한 번 둘러보십시오. 비로전과 석탑, 금당 앞 석등, 작압전 석조여래좌상과 사천왕 석주, 원응국사비, 동호, 처진 소나무 등등 우리들 생활 속에서 별다른 느낌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이 시간 운문사뿐 아니라 종단에서의 문화재 보존 현황에 대해서 그리고 성보박물관 건립문제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에게는 예부터 ‘보장각’이나 ‘유물장’ 등의 이름을 가진 성보유물 보관 장소가 있었고 일제시대부터는 ‘박물관’이라는 현대식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설은 예전 그대로고 다만 전시장이 더해진 형식이 되어버렸고, 이후 1955년 송광사 16국사 영정 도난 사건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사찰 박물관이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도난 대상은 60%가 불화인데 이것은 우리의 독특한 예술품으로 외국의 경매장에서 고가로 경매가 되기도 한다 합니다. 도난의 계절은 여름과 겨울로 눈·비가 많이 올 때 인기척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고 시간은 밤 11시에서 새벽 4시로 모두가 잠든 때이며 신고 된 것 중에는 94.8%가 비지정문화재라고 합니다.

송광사 사건 이후 문화재 가치를 지닌 사찰 성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고, 정부의 예산 지원 필요성과 책임성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2003년 현재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사찰 박물관이 22개소, 예정된 것이 7개소라고 합니다.

초기에는 도난 방지가 최우선 과제였으나 이제는 박물관과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높아졌고, 세계화와 정보화 등의 시대적 변화로 사회가 문화자원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게 되었습니다. 또 삶의 질적인 면을 추구하는 문화적 욕구가 강해져 이제 사찰 박물관도 박물관으로서의 다양한 기능성 확보와 유물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관리의 필요성과 종단의 노력이 필요해졌습니다.

불교문화재, 사찰문화재, 성보물의 개념이 조금씩 다릅니다. 불교문화재는 불교사상에 기초해 이룩된 문화유산의 포괄적 개념이고 사찰문화재는 역사적 가치를 지녔거나 전통과 법식에 따른 조형과 행위로 사찰이 소유한 가운데 불교 수행에 계속 사용되고 있는 성보물을 말하고 성보물은 가치에 상관없이 현재 신앙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조형물을 말합니다.

우리 문화재 중 불교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보 56%, 보물 60%, 지방 유형문화재 48% 정도입니다. 국가 지정문화재는 전체의 42%이고, 시도 지정문화재의 29%, 문화재 자료의 27%를 차지합니다. 국가 지정문화재 가운데 사찰 문화재는 56%를 차지하고 절대 다수가 조계종 소유라 합니다.

비 지정문화재는 법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보존 가치가 큰 것으로 미래 가치가 높으나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현황을 제대로 알 수 없고 도난 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아 미흡하여 표적이 되고 있는 실정으로 유물 실태파악이 시급하고 문화재로 가치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겸해야 할 것입니다.

사찰 유물 전시관은 방치된 사찰 소유물의 안전한 보호에 필요한 기초시설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확산에 기여했고 일반인들에게 비공개된 사찰문화재에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킴으로써 사찰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가치의 재발견,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의 문제점은 문화재 공개로 인한 훼손과 건물의 규모와 시설 수준을 높여 안전한 보존을 위한 측면을 강화하며 건물의 건축양식과 위치가 사찰의 기존 고 건축물과 조화로운지 감안하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법적인 문제의 개선과 운영능력의 강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사찰박물관이 증가하면서 신앙의 대상과 유물전시라는 가치 사이에서 혼란이 발생해 박물관에 전시된 불상 앞에 향로와 불전함이 있는 곳도 보이고 또 단지 구경거리에 치우치게 된 곳도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적 정서와 사회적 기여의 두 가지 가운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우리에게 시사해 줍니다.

어떤 것이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회적 요구와 가치에 강요당해 불교문화재 본래의 생명력을 잃은 것은 좋은 일은 아닌 듯합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성보박물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막 태동하기 시작한 이 때, 양적인 팽창보다는 불교의 우수성을 알릴 문화법당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대중스님들의 관심어린 동참을 바라며 긴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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