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생활 속에 육바라밀 (윤광스님)

운문사 | 2005.12.26 13:39 | 조회 2838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윤광입니다.

오늘의 이 차례법문을 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바쁘다보니 출가한 승려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는데 차례법문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 운문사에서 행자생활을 했는데 그때 제 눈에 비친 학인스님들은 그대로가 성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해맑은 얼굴과 눈 푸른 학인스님들은 저의 신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해냈을까 싶은 그 행자시절, 언젠가는 나도 저 성자처럼 보이는 학인스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그렇게 기대하던 학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사집의 가을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출가한 승려로서 수행자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부터라도 그때 행자시절 바라보았던 성자 같은 모습의 학인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중 강원 생활 속에서 조금씩 육바라밀을 실천해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보시바라밀은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베풀 수 있는 찬상 하나 날라주는 배려, 정통에서 대야하나 양보해 줄 수 있는 여유로움, 졸고 있는 스님 손에 사탕하나 쥐어줄 수 있는 센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바로 지금 먼저 자비의 손길을 내미는 것 등 수없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스스로의 바른 생활과 바른 마음가짐에서 배어나오는 맑은 얼굴과 환한 미소는 따로이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신심을 불러 일으키는 커다란 보시가 아닐까요.

두 번째, 지계바라밀은 학인 위치에서 소지해서는 안될 사치스러운 물건은 갖지 않고, 가지 않아야할 곳은 삼갈 줄 알며 작은 쓰레기 하나라도 제 위치에 버릴 줄 아는, 비록 작은 일인 듯하나 실천이 따르기에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인욕바라밀은 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되든 내가 선택한 이곳 운문사를 중도하차 하지 않고 4년을 잘 회향하는 것이 가장 큰 인욕입니다. 애써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거추장스런 일체를 다 털어내 버린 겨울나무처럼 자신을 다 드러내고 모든 경계를 묵묵히 참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새파란 새싹이 돋아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네 번째, 정진바라밀은 지금 현재 주어진 일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능숙한 솜씨는 아닐지라도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우리의 마음까지 살찌우며 기교 있는 염불은 아니더라도 간절한 기도는 가슴으로 전해져 옵니다. 때로는 대중을 위해 나의 소중한 공부 또는 기도, 소임 등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 때 더 큰 정진의 힘이 샘솟지 않을까요.

다섯째, 선정바라밀은 강원의 특성상 따로 참선시간을 내기는 어려우나 노력 여하에 따라 무한한 선정의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굳이 화두를 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찰나 찰나 일어나는 나의 마음작용과 한 동작 한 동작 움직일 때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곧바로 알아차리는 연습으로 늘 깨어있도록 노력하는 것, 혹 음식을 탐욕스럽게 먹고 있지는 않은지 가사를 수한 내 모습이 흐트러져 있지는 않은지, 주위를 생각지 않고 떠들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관하는 일입니다. 많은 운력 시간이나 짜투리 시간에도 화두든 주력이든 자신만의 수행으로 선정의 시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합니다.

이제 여섯째, 지혜바라밀은 이 모두가 일맥상통한 것이라 앞의 다섯 가지 수행이 밀밀히 이어진다면 자연히 正見이 생겨 너와 내가 하나임을 깨달아서 일마다 진실하여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밝은 지혜, 밝은 마음으로 주위를 비출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스님,

이렇게 우리 모두 작은 일, 작은 마음에서부터 조금씩 육바라밀을 실천해 나가다보면 성불의 머나먼 여정도 그리 멀지만은 않은 일이 되리라 믿습니다.

일체중생이 부처되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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