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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간경의 의미와 방법(유강스님)

운문사 | 2006.03.20 13:16 | 조회 3365

살아온 동안 무언가 구하려고 절실하게 자기의 모든 것을 버려보았습니까? 어떤 의미 하나 때문에 진실로 울어보고 자기 안의 모든 것을 간절하게 소비해 본 일이 있으신지요. 한 번쯤은 경험해봤으리라 여겨집니다.


안녕하세요, 사집반 유강입니다.

대중스님! 가슴에 잡화상처럼 무언가 요란스럽게 널려있지 않습니까? 오늘 저는 마음안의 번뇌를 비워내는 방법으로 간경의 의미와 간경하는 방법, 그리고 그 공덕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백천삼매돈훈수’라고 했습니다. 불법을 수행하여 해탈의 길에 백천 가지 삼매 법문이 있다고 하지만 크게 분류하면 참선, 염불, 간경, 주력의 네 가지 수행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불교 4대 수행법이라 합니다. 부처님이 계신 궁전(열반)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자는 이 네 가지 수행법 가운데 하나를 택하여 부지런히 수행하면 성취할 수 있다합니다.

각각 이름은 다르지만 우리의 마음자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 마음자리 밝히는 기도법이지요. 불교에서 경전은 부처님 말씀이요, 교훈이요, 진리 그 자체라 했습니다. 경전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불상이나 불탑과 같이 예배의 대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책이 귀하던 옛날에는 한 권의 경전이 갖는 의미가 각별했으며 경전을 통하여 모든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경전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선인들이 경전을 통한 수행의 한 방법으로 간경에 지극한 정성을 보인 까닭도 이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간경은 경전을 보고 그 경전에 의하여 관행(觀行)을 닦음으로써 해탈의 경지를 체득하는 수행법입니다.

불경은 크게 요의경과 불요의경으로 나누어집니다. 반야심경, 금강경, 원각경처럼 진리를 전부 노출시켜 직설해주신 것으로 이치를 바로 깨우쳐 실천에 나아가도록 설해놓은 요의경과 팔양경, 우란분경, 목련경처럼 진리의 이야기 없는 곧, 방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야기한 불요의경이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금강경, 지장경 등 아침저녁으로 읽는 재가불자나 우리 스님들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경전을 독송하는 사람들 중에 한문으로 된 경전을 미련 없이 죽죽 읽은 거니까 독경 자체의 공덕이 없진 않겠지만 뜻을 새기지 않고 음만을 외우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첫째, 경전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깨끗이 하고 단정히 해야 하며 마음을 잘 모아서 마음속으로 뜻을 새기면서 염불할 때처럼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좋습니다. 줄줄줄 외우기 보다는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읽는 것이 좋다는 뜻이지요. 간경의 간(看)은 觀(본다)이라는 뜻입니다. 눈만 깜박거리고 입만 움직여서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전의 내용이 마음 속에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경전을 읽다가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있으면 주위의 선지식이나 강사스님 찾아가 물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바른 방법입니다. 이 점은 재가 불자나 우리 스님들이 정말로 유의해야 할 점이라 생각됩니다.

셋째, 여러 경전을 두루 섭렵하기 보다는 하나의 경전을 택하여 확실히 자기화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기도삼아 독경하거나 경전을 공부하는 분들, 특히 신도님 중에 영험이 크다고 하면 무엇이든지 무조건적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법의 세계는 일통일체통一通一切通이라 했습니다. 한 가지 경전을 통달하면 다른 여러 가지 경전들은 저절로 알아지는 것입니다. 옛 스님들은 어떤 경전 하나를 선택하면 그 경전을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의 수행과정을 점검하고 늘 지송하며 정진하셨습니다.

이처럼 간경하는 힘이 모일 때까지는 하나의 경전을 기둥으로 삼아 자기의 수행을 돌아보고 자기 차원의 넓어짐과 자기가 향상 되어 감을 점검하면서 꾸준히 밀어붙이는 노력을 가하면서 지송해야 되겠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지어가는 것이 실로 좋은 방법으로 생각합니다. 또 부처님 경전을 읽으면 업장참회가 되는 공덕이 생깁니다. 그러다보면 중노릇에 대한 보람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놓지 않고 부지런히 공부하다보면 자기의 마음의 바뀌고 경계가 바뀌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고 꾸준히 하다 보면 자기 마음의 향상되는 움직임이 분명히 나타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간경하는 방법과 그 의미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대중스님!

지금 현재 특별히 공부하고 있는 경전이 없다면 하나를 선택하여 경전과 하나가 되어 의문도 없이 요달할 때까지 공부를 지어가면 무량한 공덕과 깊은 경지를 이룰 때가 오리라 믿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경전을 공부하려면 무엇보다도 한문 문법을 통달해야하고 통달하여 문리를 얻으려면 무조건 「서장」 3백 독(讀)을 하는 것이 좋다 합니다. 「서장」에 실린 편지 하나하나를 3백번씩 읽어서 20통만 넘겨보면 문리가 확 터지게 된다 합니다. 강원에서 배우는 책이 열 가지가 넘지만 가장 문리가 잘 터지는 것을 「서장」인데요, 대혜스님께서 글자 한 자 한 자를 다 조사하고 문법에 맞추어 조심스럽게 써서 당대의 사대부와 문장가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아놓은 책으로 「서장」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전통강원에서 한문을 주 교재로 공부하는 대중스님들에게 편지글인「서장」을 독송할 것을 며칠 전 「서장」을 마친 오늘의 법사가 자신 있게 권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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