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아무리 어리석은 자일지라도 (진우스님)

운문사 | 2005.12.26 13:23 | 조회 3087
佛이시여, 보아도 보지 못한 것과 같게 하소서.

佛이시여, 들어도 듣지 못한 것과 같게 하소서.

佛이시여, 알아도 알지 못하는 것과 같게 하소서.


아무리 어리석은 자일지라도 열심히 하면 반드시 밝혀내리라.

어리석되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이러한 사람이 대중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진우입니다.

어른 스님께 인사드리면 보통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중노릇 잘합시다."

중노릇 잘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요. 이뭣고를 잘하는 것일까요, 경전을 잘 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주어진 부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까요.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면 저는 행자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답니다.


유난히 새벽잠이 많아서 대중을 뇌롭게 했던 그 시절, 얼마나 심각했던지 제가 도량석 하는 날이면, 우리절 식구들 모두다 긴장해야 했답니다. 옆에서 깨워주지 않으면 일어나지 못했기에 도량석을 항상 이삼십 분 늦게 시작했답니다. 형님이 깨우는 소리에 놀라서 허겁지겁 달려나가 목이 메인 소리로 울면서 도량석 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서럽고 속상하던지 눈물밖에 나오질 않더군요.

아침이 되면 동방아 입고 퉁퉁 부은 얼굴로 은사스님께 참회갑니다. 은사스님께서는 저의 마음을 읽으시고 자상하게 말씀하십니다.

"진우야, 괜찮다. 스님 도반 중에는 대종소리도 못 듣고 계속 잠자는 스님이 있었단다."

라고 저를 위로해 주십니다.

조금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어요. 형님은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 호되게 걱정 한답니다. 저만 혼나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던 스님들까지 혼났답니다. 이런 일들이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흘러도 고쳐지지 않으니 저 하나로 인해 모두가 힘들었답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반야심경 사경이랍니다. 반야심경을 백일동안 사경하면 아침에 칼 같이 일어난다는 아주 반가운 소식을 듣고 당장 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백일 회향을 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대중스님,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하는 법문의 주제는 반야심경 사경공덕이 아닙니다. 물론 사경공덕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도 邪心이 없는 저의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반야심경의 깊은 뜻도 잘 모르면서 오로지 아침에 잘 일어나겠다는 一念으로 이루어 낸 것입니다. 경보는 것, 화두참구 하는 것, 기타 등등… 이 모두가 똑같은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중용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人一能之면 己百之요

人十能之면 己千之니라

果能此道矣면 雖愚必明하며

雖柔必强하리라.


다른 사람이 한 번 노력하면 나는 백 번 노력하며

다른 사람이 열 번 노력하면 나는 천 번 노력하리라.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 할지라도 븐드시 밝혀낼 것이며

아무리 나약한 자라 할지라도 반드시 강해지리라.


대중스님,

혹시 자기자신이 하열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당장 생각을 바꾸십시오. 하열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아주 간절하게 하지 않아서입니다. 이와같이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세가세, 어서가세. 저 언덕으로 어서 가세.

저 언덕에 도달하여, 깨달음을 이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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