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깨어있는 수행자 (지석스님)

운문사 | 2005.12.26 13:34 | 조회 2722
쓸데없는 생각말고 부지런히 공부하라

날마다 하루종일 누굴 위해 바쁠건가

나무 아미타불


대중스님들께서는 오늘 하루 진정으로 누굴 위해 바쁘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지석입니다.

우리는 늘 바쁩니다. 몸이 바쁜건 말할 것도 없고 마음 또한 바쁩니다. 이렇게 분주하고 바쁜 가운데 얼마나 깨어 있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수행자로써 일상 가운데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버려야할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도량석 소리와 함께 하루는 시작됩니다. 목탁소리가 울리면 대방에선 불이 켜지죠. 치문 때부터 익숙해진 솜씨로 이불보따리를 쌉니다.

이 순간 대중스님들께서는 무엇을 생각하시는지요. 귀한 이 순간에 자신을 챙기는 일을 놓치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각자에 맞는 주력을 해도 좋고, 화두를 들어도 좋을 것입니다.

새벽시간은 아주 순조롭고 질서정연합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익숙한 모습으로 법당을 향합니다.


대종이 끝나면 선창에 따라 예불이 시작됩니다.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삼계의 도사이시고 사생의 자부이신 시아본사 석가모니부처님께 목숨바쳐 귀의합니다.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되물어 봅니다.


'진정으로 목숨바쳐 귀의합니까?'


우리는 수행하는 모든 일에 '지심귀명례'해야 합니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조절하며, 그 타협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내고 만족하는 것은 진정 해야할 최선은 아닙니다.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쳐 부처님께 귀의한다고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선 이 적당한 타협선을 뛰어넘으신 분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것입니다.

스스로가 '부처'임을 믿고 성불할 수 있음을 믿는다면 목숨바쳐 모든 일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벽예불이 끝나면 입선을 들입니다.

하늘은 여전히 캄캄한데 불밝히고 앉아 경을 보는 스님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서로의 신심을 일으켜 주기에 충분합니다.

방선후 아침공양 시간이죠.

대중이 다 모여 발우공양을 하는 이 시간 또한 각자를 돌아볼 수 있는 때가 아닌가 합니다.

혹시 이때 들리는 새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기분좋게 하는 소리죠. 그런데 새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발우공양 때와 찬상공양 때 그 소리가 다르더군요. 발우공양 때는 그렇게도 고고하고 고상하게 소리를 내다가도 찬상공양 때면 얼마나 요란하고 산만한지 모릅니다. 마음을 들킨 듯 싶어 움찔하기도 합니다.


자! 이제 공양 잘하고 나면 또하나의 목탁소리가 울리죠.

각구역 청소목탁입니다.

이 시간도 어수선한 듯 하지만 정해진 듯 자연스럽습니다. 각자가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도구는 무엇이 필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묻거나 허둥댈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의 수행의 자리에 있어서도 무엇을 해야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너무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장애가 될 정도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깨달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이 근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똑똑하고, 현명하고, 수승한 외모 등 타인의 추종을 받을 만한 많은 조건의 미달과 초과에 있을까요. 혹 이런 것들이 기준이 되어 근기를 결정한다면 출가수행자로써 그렇지 않은 일반인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근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굳은 신심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믿는 마음이 있어야 수행하는데 걸림과 주저함이 없습니다.

분주하게 밖으로 치달려 있는 마음을 안으로 끌어들여 다른 사람을 바라보기 보다는 각자를 객관적으로 관하며 스스로가 부처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의 수행선에는 적신호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라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평상심이란 일반인의 마음을 가리킨 것이 아닐 것입니다. 수행자로서의 평상심을 말한 것이 아닐까요. 특별한 방법과 노하우가 있는 수행이 아닌 일상 자체가 수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재능이 있는 것만 못하고, 재능이 있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좋아서 하는데 相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스스로가 부처임을 믿고, 먼저 깨달은 부처님 따라 배우고 배워서 아는 만큼 실천하면서 살아간다면 진정으로 깨어있는 수행자가 되어 하루하루 원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깨어있으려 노력한다면 바쁘지만 바쁘지 않은 일상속에서 진실한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진여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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